*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1 (2022.07.30.토) *
- 취미가 무엇인가요..
사람을 알아갈 때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다. 가장 많은 대답은 아마도, 독서, 음악감상일 듯하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몇 년 전까지는 생활기록부에 ‘특기 및 취미’를 쓰는 영역이 있었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는 특별 주문을 했었다.
- 반드시 음악, 체육 관련 내용이 들어가게 할 것
공부만 하는 아이들이어서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는데, ‘피아노 연주’ ‘농구’ 등의 내용이 들어가면 그 아이에 대한 ‘색다른 느낌’을 전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독특한 취미들이 있다.
- 수학 문제 풀기, 상담해 주기, 고장난 기계 고치기, 강아지와 놀아주기
‘수학 문제 풀기’를 취미로 쓴 아이에게 물었다.
- 이게 진짜로 취미야??
- 네....
- 수학 문제를 취미로 푼다고??
- 평소에 할 줄 아는 게 수학 문제 푸는 것 밖에 없어서....
‘상담해 주기’를 취미로 쓴 아이에게도 물었다.
- 상담해 주기가 취미란 말이 무슨 뜻일까요..
- 말 그대로 상담해 주기인데요..
- 다른 사람 상담해 주는 게 취미라고??
- 네...저는 다른 친구들 이야기 들어주고 상담해 주는 게 취미예요...
내가 잘 몰라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그대로 썼었다. 또 내가 기억하는 취미로는, ‘요리’가 있었다. 남학생이나 여학생이나 요리에 관심 있는 아이들이 꽤 있었는데, 그 아이의 창의적인 것과 독특함을 나타내기에 좋았었다.
- 취미(趣味) :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전문적인 것이 아닌, 즐기기 위하여 즐겁게 하는 것이 취미라고 한다면, 정말, 사람들은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을까...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일주하기도 하는 활동적인 A가 전에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 부부는 취미가 같아야 해...
그 말이 내 귀에 확 들어왔던 것은 일주일 동안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다양한 운동을 하는 A가, 주말에도 혼자서 자전거를 타는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못내 안타깝게 보였기 때문이다. 혼자서 노는 A가 좀 안되어 보이기는 했지만, 사실 나도 자전거를 타는 등 활동적인 것에 흥미가 별로 없기때문에 자전거 취미생활을 함께 하지 않는(못하는) 그의 와이프가 이해가 되었었다. 부부가 함께 자전거를 탄다면 정말 좋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는 후원회원이 있는데 나야 무료회원이지만, 다양한 종류의 회원 조직이 있다. 연회비가 100만원으로는, 석류(가입비 천만원), 목련(가입비 2천만원), 동백(가입비 3천만원), 매화(가입비 4천만원) 등급이 있고, 연회비가 자율이지만, 모란(가입비 5천만원), 국화(가입비 7천만원) 그리고 무궁화(가입비 1억원) 등급까지 있다. 대단하다...
1년에 음악공연이나 미술 관람을 한번 하기도 벅찬 사람이 많을텐데, 예술의 중요성을 인지한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어 저런 거금을 낸다는 것 자체가 음악을 전공한 나로서도 놀라운 일인데, 전공자보다는 대부분 음악이나 미술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후원회원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부가 그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합하지 않고서는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놀랍고도 부러운 일 중의 하나다.
앙리 루소(1844~1910, 프랑스)라는 화가가 있다. 고등학교를 나와서 파리 세관 사무소에서 통행료를 징수하는 단순한 일을 했던 그는 40세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41세에 작품을 발표했고, 49세 때는 ‘전업 화가’가 되기 위해서 세관원 일을 그만둔다.
정식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그는 일요일마다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Sunday Painter(일요 화가)’로 불리면서 원시적인 자연을 환상적으로 표현하는 그림을 그렸고 후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다.
‘Sunday Painter’ 라는 말은 ‘아마추어 화가’를 일컫는 말인데, 증권거래소에서 일하다가 화가로 전업한 폴 고갱(1848~1903, 프랑스) 또한 여기에 들어간다.
사실, 취미였던 일이 본업으로 바뀐 사람들이 많이 있다.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하던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되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아이들에게 늘 말했었다.
- 아르바이트라고 아무 일이나 하지 마....
나중에 진짜 직업이 될 수 있으니....
‘Saturday Writer(토요 작가)’였던 내가 2022년 7월25일, 책을 내게 되었다. 30년 전부터 오랜 시간 취미로 글을 써와서 파일로 만들어 놓았었고 막연히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지내왔었다. 매주 한편씩 글을 작성해서 몇 곳에 올렸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고, ‘책을 만들어 보아라’는 의견들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책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전혀 모르니 기도만 하고 있었다.
- 누군가 내 글을 보고 출판하자고 하면 좋겠어요...
만약 책을 내야 한다면 외부에서 오는 어떤 강한 힘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그야말로 막연하고 소극적인 생각만 하고 있었다. 언제 그런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작년 여름에는 그 옛날 플로피 디스크에 저장해 놓았던 파일을 업체에 보내서 한글 파일로 만들기도 했다. 파일 1개에 거금 8만원이었지만 그 돈을 들여서 만들어 놓았다. 앞으로를 위해서..
하지만... 그 옛날 30여년 전 것부터 차례대로 쓴 것들을 정리하려고 하니 너무도 너무도 양이 방대해서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었고 중단된 상태로 머물러 있었다. 그러던 올해 1월, 작년 것이라도 묶어서 ‘제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보다는 아예 ‘책’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된 것...
그즈음 ‘자기 책 만들기’ 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고 수많은 검색을 통해 직접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 혼자서 책을 만든다는 작업이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도저히 시간이 없었다. 맞춤법 수정을 하는데에 세 달이 걸렸으니까....
지지부진하던 나에게 B선생님이 졸업생이 운영하는 출판사를 소개해 주었고 그때부터 진행되었던 일이 7월 말, 이번 주에 책으로 탄생했다.
‘책꽂이에 꽂혀 있을 때,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컬러와 디자인!’ ‘고전적인 디자인!’ ‘음악적인!’ 을 표방했던 나의 설명에 맞는 흡족한 디자인이 나왔고 생각보다 방대한 분량의 책이 완성되었다.
그동안 써오던 내 스타일의 글들이 작년부터 무언가 힘이 더 실리게 되었고 좀더 다채로워졌으며 무엇보다 글을 쓰는 일이 즐겁고 좋았다. 매주 토요일마다 글을 쓰는 일이 습관처럼 진행되었는데, 2021년 1월부터 2022년 2월까지의 글이 총 56편이었다. 그 글들의 맞춤법을 체크하며 다시 읽게 되었는데, 내가 쓴 글이면서도 마치 다른 사람이 쓴 것 같은, ‘내가 이런 글을 썼다고?’라는 감탄(?)을 하면서 읽었다. 지금 이 글들을 한꺼번에 쓴다면 도저히 할 수 없을, 매주 있었던 그야말로 ‘보석같은’ 나의 일상들을 기록해 놓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평소에 많은 말을 하지 않고 꼭 필요한 말만 하는 사람이고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편인데, 이런 나의 평소 생각들이 풀어져 있다. 이 책을 받아본 C 선생님이 나에게 질문했다.
- 이 책을 읽으면 선생님을 좀 더 이해하게 되는건가요..
- 아마도...그렇겠죠...???
저의 평소 생각들이 들어가 있으니까요....
이 내용을 썼던 작년과 이것을 책으로 만들기로 한 올해와 이것을 책으로 직접 받아본 이번 주까지, 이 세 시점의 상황과 형편이 모두 다 다른 것도 신기하다. 마치 제로 0 베이스에서 하늘 끝 1,000까지 올라갔던 맥박이 다시 제로로 돌아온 느낌이라고나 할까....
가제본 책을 받아보고는 울었다. 사실.. 그냥 책으로 묶는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글들을 쓰기 위해서 내가 혼자 보낸 시간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 갑자기 울컥해지고 속상했다고나 할까....글을 쓰는 시간은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이니까....
D에게 말했다.
- 제가 말이 많지 않아서 글이 써지는 것 같아요..
말이 많았다면 이렇게 진중하게 글을 쓸 수 없었을걸요....
생각만 했던 일이 실제로 이루어졌지만,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방학을 맞이한다. 그래서 다행이다. 그리고....다시 글을 쓰는 토요일이다.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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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1>
가족에게도 책을 만든다는 사실을 전.혀. 말하지 않았고, 책을 받아본 당일 알게 되신 엄마께서 새벽까지 책을 읽으면서 말씀하셨다.
- 흠...재미있네... 책을 손에서 못놓겠는데...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