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다는 건...(2022.08.20.토) - 1*

by clavecin

* 산다는 건... (2022.08.20.토) - 1 *

- (3편 중 첫 번째 이야기) *

- (이번 주도 글이 계속 쏟아져 나와서 3편의 글을 썼습니다) -



방학이지만 일을 한답시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내가 잠깐 나와 있는 틈에 몇 주 동안 있었던 일들을 속도감 있게 이야기하시는 엄마.. 아침마다 하는 A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시는데 하던 일을 멈추고 들을 수밖에 없었던 몇 명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 본다... 듣고 작성한 이야기이기에 사실과 다를 수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서 3남 2녀를 키웠는데 그중 막내인 B는 50대 후반이다. 다른 사람 집의 하인부터 차근차근 일을 해온 B는 현재 큰 목장을 운영하는 자수성가 사업가다. 일하면서 사용했던 지게를 어린 시절 것부터 쭈욱 모아놓았다고 한다.


아들이 2명이 있는데 첫째 아들은 아버지 목장에 한번 와 봤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올라갔고, 20대 후반인 둘째 아들은 이런저런 사업을 하다가 아내와 딸을 데리고 아버지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둘째 아들의 눈에는 아버지가 하는 사업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부자(父子)는 늘 티격태격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이렇게 제안했다고 한다.


- 그래.. 이 소는 네 방식대로, 저 소는 내 방식대로 키워보자.


아버지와 둘째 아들이 함께 낚시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


- 나도 아빠가 하라는 대로 하고 싶은데... 괜히 반항하고 싶을 때가 있어..

- 그래..이해 해..... 아버지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너희들에게는 큰 의지가 되고 싶은거야...


이제는 대단한 부자(富者)인 B를 남들은 ‘금수저’로 알고 있다는 것과 이제는 아들이 그 사업을 이어받으려고 배우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아들이 제대로 잘 배워야 할텐데....



그다음 이야기는 쪼금 슬픈데, 오랜 시간 함께 기자 생활을 하며 남사친과 여사친의 가까운 동료로 지내던 C와 D는 각자의 집이 이사를 해야 하는 시점이 겹치면서, ‘우리 그냥 같이 살래?’라는 의견으로 살림을 합치게 되고 결혼이 아닌 동거를 하게 된다.


동거를 하게 된 지 4개월 만에 D에게서 암이 발견되고 결국 항암치료를 받게 되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건강을 위해 춤을 배우고 공연까지 하는 D를 C는 지극정성으로 간호한다.


사람들은 D에게 말한다.


- 혼인신고라도 하지 그래..

-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C를 위해서 하지 않는 거야...

- 생각해 보니 그러네...남편이라도 C처럼 정성을 다하지는 못할거야...


이런 놀라운 사랑을 하는 C와 D가 오랜 시간 함께 하기를 바라본다...



마지막 이야기... E와 F는 ‘가난한 사람과 함께 하는 삶’에 같은 뜻을 두고 17년 전에 캄보디아에 와서 병원을 하는 50대 후반의 치과의사 부부다. 캄보디아에서 병원을 하다가 지금은 오지로 무료 봉사를 다니며 현지인 중 의사를 키우고 무료 기숙사를 짓는 등 그들의 자립을 위해 기꺼이 삶을 내어주고 있는, 쉽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치과의사의 삶을 살아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텐데 어떻게 저런 결정을 했을까...


사실 이런 분들이 적잖이 있을 텐데 내가 진짜 부러웠던 것은, ‘같은 뜻을 가졌다’는 지점.. 어떤 고귀한, 쉽지 않은, 개인적인 꿈을 품을 수는 있겠지만 어떻게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을 적절한 때에 만날 수 있었을까...


그 (이루지 못할 수도 있는, 또는 현실적으로 이룰 수 없는 꿈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을) 쉽지 않은 뜻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동시대에 나와 같은 하늘 아래에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랍다.



오늘 저녁으로 밥을 먹어야 할지, 라면을 먹어야 할지, 최저가 상품으로 어떤 것을 구매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의 귀에 들려진 다른 사람들의 묵직한 인생 스토리는 나의 삶을 조금 보잘것 없고 하찮게 보이게 해서, 방에 들어와서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명품백이나 화려한 옷을 가졌다고 부럽거나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경우는 없지만, 의미 있고 조금씩 다른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다시금 곱씹어보게 되고 한 번씩 돌아보게 된다.....


그래도...어쩔 것인가....


A 프로그램에서 발굴해 낸 ‘대단한 사람들의 인생 스토리’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인생 하나하나도 풀어낸다면, 어쩌면, 모두들 어떤 감동적인 부분들, 포인트가 조금은, 아주 조금씩은 있지 않을까....하는 위로를 스스로에게 해 본다.


어쩌면...저들도... 오늘 저녁에 무얼 먹을지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내 인생의 목표를 다시금 짚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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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풀어 쓴 책을 읽고 있는데 책 중간에서 이런 종이쪽지를 발견했다.


이런 (예쁜) 생각을 한 학생이 있었다는 것과, 이런 (깜찍한) 학생들과 매일 만나고 있다는 것이.. 무언가 내 삶에 새로운 힘을 준다...


큰 의미는 아니더라도, 내 삶에도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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