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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by 도치의우당탕

식은땀이 흐른다 방안 한구석

누운 이부자리 옆 구석엔

아직 먹지 못한 감기봉지 가득

머릿속은 해야 할 일을 세웠다 무너트리기를 반복한다.

어릴 땐 아프면 그저 아프기만 했으면 됐는데

알면서도 한 번쯤 투정 부려

그곳에서 내 존재를 확인했는데

아프면 작동을 멈추어야 하는 난파선이 되었다.


눈을 감고 있으면 옆으로 잔잔히 찾아오는 밀물에

물을 피하려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끝내 몸을 일으킨다.

눈을 감았다 떠도 외로움이 쉬이 가시질 않고

창가 햇살이 조용히 안부를 묻는다.

오늘만 조용히 있자

마스크뒤에 거친 숨도 점차 잠잠해지겠지

이런 어른이 될 줄 알았을까

짠해 보여서 괜히 아픈 탓으로 넘긴다.


그래 이 글을 적으면서 나온 헛웃음은

아직 나를 사랑하는 반증이다.

바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출발하려고

아직도 뱃멀미가 멈추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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