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갈란가?"
노 젓는 사공의 물음에
그는 헛기침만 하다,
"날이 밝을 때까지만 감세" 하고
바닥에 은전을 떨어트렸다.
갈길이 먼 모양이었다.
우거진 숲음을 배는 강기슭을 따라
헤쳐나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한두 번 만난 것임이 아님에도
사공은 그에게 마음을 연적이 없다.
그저 하루동안 벌어대는 노질의
노동값에 비해 가끔 찾아오는 호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은전의 값어치는 가볍진 않았다.
사공은 알고 있었다.
그에 대해 궁금해해선 안 된다는 것을
뒤에 앉아있는 사내 또한
벌레와 개구리, 가끔씩 정적을 깨는
위로 솟는 듯한 짐승소리 외에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려 하지 않았다.
한 번씩 배에 균형을 못 맞춰 흔들릴 때마다
헛기침을 해 되는 것이 그의 표현이었다.
정적을 깬 것은 사공이었다.
"오늘로 자넬 보내는 것 이 마지막일세"
짐짓 놀란 사내의 눈빛이 흔들렸다.
"무슨 말인가? 값이 부족한가?,
항상 두둑이 챙기었다 생각했는데"
물질은 세찼고 사공은 어둠 속에
흰 옷자락만이 들썩거림을 내칠 뿐이었다.
"허무할 뿐이란 말일세, 그놈의 돈 때문에
이곳을 지키고 있는 것도, 아니 여기서
망령이 되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
울분 섞인 사공의 노기에 사내가 타이르듯
입을 열었다.
"나도 자네도 이 땅의 온정 때문에 살아간 게 아닌가?"
그 말에 사공의 입이 터지고 말았다.
"온정, 그래 온정 때문에 살았지.
이젠 이 땅의 그 온정도 다 식었네"
그뿐이었다.
여전히 배 옆구석엔 노가 움직이고 있었고
더 이상 사내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은은한 달빛이 사내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그 달빛이 부끄러워 사내는 고개를 숙였다.
어둠이 그에게 주어진 유예였을지 모른다.
한가로이 지나온 숲을 떠나
밤하늘을 비추고 있는 잔잔한 물결을
배 주둥이는 하늘을 흐리고 있다.
사내의 가슴팍이 빛나고 있다.
빳빳한 검은 제복이 부조화를 이루어
미묘한 그림을 만들어낸다.
사공의 얼굴은 노쇠하고 지쳤다.
값을 치르고 그를 데려다 주기엔
검고 어두운 손목만이
사공의 역할을 대신할 뿐이었다.
나지막이 사공의 입이 열린다.
"그래 아침이 올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