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빌더와 솔루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곧 기획의 시작점이다
일반적으로 UI 디자이너와 기획자들은 웹빌더나 솔루션들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직접 디자인하고, 기획해서 개발자들에게 넘겨주는 역할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반대로 뒤집어서 보면, 웹빌더와 솔루션들에서도 배울점이 많다. 실제 IT 개발을 맡기려고 찾아오는 클라이언트들의 '가려운 지점'이 그 웹빌더와 솔루션의 한계와 정확히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웹빌더와 솔루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누군가는 하고싶어한다. 그걸 해내는게 IT 개발이고, 기획이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웹빌더는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용도의 워드프레스나, 아임웹같은 서비스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쇼핑몰로 치면 카페24나 네이버 쇼핑같은 것들도 있다. 심지어 이중에서도 몇몇은 자체 API를 제공하거나, 일부를 떼어다가 쓸 수 있거나, 실제 클라이언트들이 자주 찾는 기능들도 많다. 오늘은 이런 웹빌더와 솔루션들 중 흥미로운 내용들에 대해서 다뤄보려한다.
오늘은 일단 - 악명높은 워드프레스 부터다. 일반적으로 홈페이지를 만들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파고들어가기 시작하면 정말 다양한 테마와, 기능모듈들이 존재한다. 단순 웹페이지를 만드는 용도보다는, 게시판을 연결하거나, CMS (컨텐츠 관리 시스템)을 달아야할때 자주 사용된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사람들은 왜 워드프레스를 사용하는가?
일단 워드프레스는 상대적으로 일반인들에게만만해보이는 것들이 많다. 시각적으로 보이는 지점들이 있고, 버튼을 누르면 변하는 - 약간의 퍼즐같은 형태처럼, 자체적인 관리 페이지를 제공한다. 과거에 유행했던 블로그 형태처럼, 보이는 게시판의 시각적 레이아웃을 변경하거나, 카테고리를 바꾸거나, 다시 그걸 다른 페이지랑 연결하거나 하는 형태를 어느정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문제는 커스터마이징. 그 이상의 형태를 바꾸는게 쉽지 않다는 거다.
워드프레스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3자들이 만든 커다란 테마, 모듈 등으로 생태계가 이뤄져있다. 그렇다보니 각자의 사용방식이 다른데다, 개별 디자인 테마 하나를 구매해도, 커스터마이징 범위가 매우 좁고 복잡하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라도 해당 기능의 버튼 하나가 어디에 연결되어있는지 직관적으로 알기가 쉽지않다. 그래서 처음에는 값싼 가격에 워드프레스 기반 사이트를 만들었다가 '기능'을 넣거나 '수정'을 하려 할 때부터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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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드프레스는 가장 간단한 결제모듈부터 추가가 쉽지않다. 대부분의 PG사 결제모듈이나, 외부 API에서는 워드프레스 전용 방식을 지원하지 않는다. 기본이 웹이고, 웹 기준에서도 다시 일부 백엔드 언어의 형태만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대체 결제모듈을 어떻게 추가해야하냐고? 워드프레스 전용의 특정 결제모듈이 '지금도 업데이트를 하길' 기도할 수 밖에 없다. 분명 해외에서는 종종 사용되는 워드프레스 기반의 결제 모듈들이 존재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지점을 찾기도 쉽지않고, 자주 사용되는 간편결제와는 방향성이 많이 다르다.
워드 프레스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서비스는, 내부를 뜯어서 자체적으로 변형하지않는 한. 서버를 이관시키거나 데이터를 연결하는것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워드프레스가 PHP라는 과거 기준의 백엔드 언어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PHP는 일반적인 javascript, html 같은 웹용 언어와다르게 백엔드, 프론트 규격을 통합시킨 방식이다. 그래서 'PHP'를 잘 하는 사람 기준으론 프론트 / 백엔드 개발자 역할을 다 할 수 있는데. 이 지점이 역으로 신규 개발 언어로 만들어진 서버와는 잘 맞지 않는 것이다.
워드프레스의 또다른 문제는 수많은 플러그인이다. 이런 플러그인들은 개별 기능이 잘 동작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대부분 그 수가 많아지면서 문제가 생긴다. 대부분의 플러그인은 각각 개발자가 다른데다,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될 거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니 가장 '가벼운 형태'로, 단순 블로그나, 홈페이지 빌더 전용으로 사용하는게 제일 안전하다. 나중에 고도화를 하거나, 기능추가를 할 생각은 안하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PHP 개발자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당신이 사용하고있는 플러그인들끼리의 충돌이 일어나 기능이 동작하지 않는 등의 문제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워드프레스를 찾는건, 일반적인 웹빌더들이 할 수 없는 내용을 처리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웹 빌더는 정해진 규격. 정해진 레이아웃. 정해진 컨텐츠 형태를 그대로 지켜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그 지점을 해결하지 못한 사람들이 웹사이트 제작을 의뢰하려다, 값싼 워드프레스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워드프레스는 서비스 초기에는 생각해볼만한 해결책이다. 하지만 그 한계도 매우 명확하기 때문에, 서비스 확장 과정에서 결국 '새로운 웹 기반 서비스'를 새로 만들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인 빌더, 솔루션 서비스들은 그 목적이 아주 명확하고, 그 이상의 영역을 침범하려하지 않는다. 그래야 유지보수도 편하고, 예상하지못한 문제가 덜 생기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wix나 아임웹같은 웹페이지 빌더다. 대부분 이런 빌더들은 모바일 / PC 반응형처리가 가능한 자체 스킨들을 제공하고, 색상이나 글자크기 변경, 컨텐츠 배치 등을 살짝 바꿀 수 있게 되어있다. 대부분이 템플릿 형태로 되어있어 고민할 것도 많지않고,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홈페이지 수준의 결과물은 손쉽게 만들 수 있다.
회사를 창업하거나,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컨텐츠 추가나 배치가 쉽고, 가격도 저렴한 이런 빌더 서비스들은 매우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이런 웹빌더들은 과거에 비해 결제모듈까지 제공하거나, 여러 상품등록, 판매관리까지 처리하는 전문 판매서비스도 제공한다. 기존 웹빌더들의 단점인 '결제모듈' 연결이나, 컨텐츠 관리 시스템같은 것들도 많이 강화되었다. 이제는 단순 홈페이지 빌더가 아니라 '쇼핑몰 빌더' 레벨까지 진화했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자인에 돈을 쏟지 않는다. 기능적인 지점이 처리가 되느냐, 되지않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았을 떄, 정말 성공한 커다란 서비스가 아닌 이상, wix나 아임웹같은 웹빌더 기준의 작업물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 될 때가 많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내가 이런 말을 하게될 줄은 몰랐는데. 이런 웹빌더들의 스킨만 잘 선택해도 왠만한 디자이너들의 작업물보다 훨씬 균일하고, 안정적인 결과물이 나온다.
물론 이런 웹빌더들은 커스터마이징이 힘들다는거. 나도 인정한다. 다만 이런 웹빌더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html과 javascript 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기능을 연결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디자인 결과물들이 깔끔하게 개발 코드로 뽑혀져나오기 위해, 그들 스스로 모듈을 갈아끼우는 '블럭식 구조'를 발전시켜나간 덕분이다. 그래서 왠만한 웹 개발자 한명만 뽑아도, 만들어진 기능들 중 외부 API를 추가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연결하는건 크게 어렵지 않은 편이다.
심지어 한국 기준에서는 카카오 알림톡 하나면 왠만한 결제, 배송, 예약 알림같은 것들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앱서비스를 꼭 만들어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웹빌더 하나에 커스터마이징만 잘 해도 - 고민할게 없는 셈이다.
카카오 알림톡
https://business.kakao.com/info/bizmessage/
쇼핑몰 솔루션, 그것도 제품관리 및 등록 부분에서는 네이버 쇼핑을 빼놓을 수 없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네이버 쇼핑이라고도 불리는 이 솔루션은 일단 제품관리와 결제 모듈이 자동으로 딸려들어온다. 심지어 네이버 로그인, 네이버페이 등도 별도 세팅없이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니, 네이버페이에 익숙한 이들에겐 매우 환영받는 솔루션이다. 대부분의 쇼핑몰에서 고민하는 제품등록 및 배송관리, 금액정산의 경우에도 네이버가 모두 해결해주는데다, 별도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물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화면 커스터마이징이나, 기능추가 등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지점을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상품관리, 등록 시스템으로서는 유효하다. 특히 네이버 계열사인 Cafe 24의 제품 자동 스크랩핑 기능이나, 네이버 쇼핑 모듈을 다시 떼어다 다른 웹서비스에 달 수 있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API 등은 아는 사람만 아는 강력한 기능이다.
네이버 커머스 API
https://apicenter.commerce.naver.com/ko/basic/commerce-api
이런 기능들은 웹빌더 등과 함께 활용하면 더욱더 강력해진다. 자체적인 사이트를 웹빌더를 통해 만들고, 제품관리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처리하고, 제품 링크만 떼어다 별도 사이트에 연결하면 된다. 이런 과정만 거쳐도 수천만원 들여서 자체적인 사이트를 만들고, 유지보수하는 것보다 10분의 1 정도로 비용이 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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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앱과 웹 시장은 급격하게 규모가 작아지고있다. 디자인 에이전시가 사라지고, 앱개발 회사가 문을 닫는 이유는 경제적인 영향이 물론 클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솔루션들의 등장과 발전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손쉽게 자신의 생각을 실제로 구현해볼 수 있는 웹빌더나 솔루션. 이런 서비스들을 다양하게 알고있는 사람들은 큰 돈 들여 웹, 앱 서비스를 만들 이유가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실제 서비스를 구현해보고, 시행착오를 거친 이후 시장검증을 마치면 되니까.
이런 내용들은 실무에서 뛰는 기획자들이나 디자이너들 입장에서 보면, 어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실용적인 관점'을 넘어설 만큼. 더 뛰어난 무언가를 보여줄게 아니라면, 앞으로의 기획자나 디자이너들은 살아남기 힘들다고 보면 된다. 이보다 복잡하고, 빌더나 솔루션이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을 다루지않는다면. 결국엔 기술의 물결에 손쉽게 쓸려가버릴게 분명하다. 이미 기술의 발전 속도는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들 이상으로 빨라지고있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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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룬 워드프레스나, wix,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정말 커다란 내용들 중에 일부에 불과하다. 추후 시간이 된다면 shopify같은 해외 쇼핑몰 솔루션이나, 카카오 쇼핑의 상품관리, 쿠팡의 상품관리 구조에 대해서 다뤄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