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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플러스 Feb 27. 2023

대표님을 위한 업무보고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하고,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시간의 연속




1.

내가 요즘 회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대화하는 건, 다름아닌 회사의 대표님이다. 다른 무엇보다 보고할 내용이 많아서 그렇다. 매번 메신저로 무엇을 어떻게 진행중인지, 또 무얼 처리할 예정인지. 기존에 하던 일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하나하나 보고해야할 것들이 많다. 특히 외부 업체와의 미팅이나, 제안서 작성, 계약서 작성 같은 것들을 생각해보면 - 그런 보고가 없으면, 오히려 오색할 수준이다. 그만큼 내가 하고있는 일들이 많고, 동시에 보고가 꼭 필요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일이 진행되더라도 '무엇을, 왜, 어떤 이유에서' 선택했는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할지같은 설명 내용들이 꼭 필요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인사문제를 이야기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그런 경우에는 어떤 사람들을 뽑아야하는지. 또 어떤 공고를 통해 뽑게될 것인지를 이야기해야한다. 그것을 보고하고, 실제 입사지원을 하는 사람들도 하나하나 체크해서 보고해야한다.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님 입장에서는 진행상황 하나하나가 - 잘 되고있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대부분의 회사 대표님들은 개발자 출신이 아닌 이상, IT나 개발 환경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어떤 사람을 뽑아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지. 또 어떤 기술을 써야,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믿을 수 있는 내부관리자가 필요한 것이다.


감시자를 누가 감시할 것인가. 라는 말처럼, IT 환경에서는 팀장급 인원에게 권한을 주었을 때, 여러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직급을 남용해서 업무보고를 대충 처리하거나, 자신이 하고싶지 않은 것들을 일부로 쳐내는 식으로 - 회사의 방향성을 바꿔버리기도 한다. 물론 내가 하고있는 '어려운 설계 기반'의 프로젝트 물어오기도, 어찌보면 그런 '회사의 방향성'에 영향을 주는 일들이다. 다만 그런 지점들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생존에 대한 전략을 충분히 이야기로 나누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만약 이런 지점에서 서로 오해가 생기거나, 누군가가 '자기멋대로' 선택을 해버린다면, 대표와 내부 관리자 사이에 싸움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2.

내가 최근 들어서 가장 고민하는 지점은, 대표님에게 보고할 것과, 그렇지 않을 것들을 구분하는 일이다. 일일히 보고하자면 대부분의 내용을 줄줄히 이야기해야하니까. 보고해야할 가짓수를 대략적으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프로젝트 진행 관련, 문제가 생긴 경우 (작은 문제는 일단 해결하고, 해결 후 보고)

- 제안서 관련해 미팅이나 계약서 등, 클라이언트 측에서 보내준 이야기가 있을 경우

- 인사관련 문제 (내부 인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 신규 인원을 뽑아야하는 경우)


다만 최근에 추가된 것들 중 하나가. '제안서를 쓰기 위한 기술검토를 시작한 경우' 에 대한 내용이다. 실제로 어떤 제안을 쓰고있는지는 작성을 한 후에 이야기를 드려왔기에. 대부분 별도로 기술검토 자체를 이야기드린 적은 많지 않았다. 다만 나중에서야 '기술검토' 과정에 대한 내용공유가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듣게됐다. 결국 개별 기술검토 뿐 아니라 제안서 작성 시작에 대한 부분도 피드백을 드리기로했다. 덕분에 채팅창은 정신없이 채워지고, 진척사항을 묻는 전화가 계속해서 울리지만. 팀장이니까 어쩔 수 없다. 누군가가 해야하는 역할이니까.


팀장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을 때 - 개별 담당자들이 일일히 업무내용을 보고해야하는 상황이 된다. 그렇게되면 대표님 입장에서도 '여러가지 이슈'를 여러 단계에 걸쳐서 확인하게되고. 진행된 내용을 누구에게서 확인해야할지 알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경우 당연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과 피드백을 요청하게된다. 그러니 한명이 중요한 이슈를 모아서, 주기별로 전달하는게 훨씬 효율적이다. 이런 지점을 내 경우에는 주말 저녁에 따로 보고서를 작성하며 처리한다. 개별 프로젝트의 진행상황, 내부 인원들의 작업진척 상태, 프로젝트 외의 인사이슈 같은 것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런 보고체계도 처음에는 금요일 저녁에, 퇴근시간에 내용을 정리하곤 했었는데. 내용이 길어지다보니 계속 야근을 하게되는 문제가 있었다. 심지어 이 보고 내용이 '심각한 내용'을 담고있을 경우, 주말 내내 대표님이 고민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니. 나중에는 월요일로 주간보고 날짜를 옮기게됐다. 그러면서 나도 퇴근할 때에는 큰 생각을 하지 않고있다가, 주말 저녁에 '저번주는 무엇을 했었는지'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되었다. A4용지 한장 반 정도의 분량을 정리하면서, 중요한 이슈들을 정리하고, 압축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면 - 무엇이 문제인지, 문제파악을 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3.

대표님과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배우게되는 지점은, 역시나 '회사의 방향성'에 대한 부분이다. 분명 내부 관리는 내가 맡고있지만 - 실제 회사 운영이나, 회사의 생존방식에 대해 고민하게된 것은 대표님의 영향이 컸다. 평소에는 해본적 없었던 제안서를 적극적으로 써내려가게 된것도. UI 설계 관련된 학원을 만드는 형태에 대한 것도 대표님의 제안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어찌보면 스스로 해보지않았던 것들에 대한 '계기'를 얻게된 것인데, 생각보다 그런 역할들이 내게 잘 어울렸다.


논리적인 기반으로 어떤 사업의 기술이나, 방향성을 검증하는 일이라거나. 실력이 뛰어난 인재들을 회사에 머무르게할 이유를 만드는 방법. 난이도 높은 설계를 중심으로 외부 서비스를 물어오는 일 또한. 내가 제안한 방식을 그대로 수용해주신 대표님 덕이 컸다. 좋은 인재에 대한 욕심을 가진 분이라, 좋은 의미에서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특이한 공고를 쓰게된 것도 - 대표님의 제안이 시작점이었다. 어찌보면 서로 역할이 잘 맞아떨어진 거라고도 볼 수 있을것 같은데, 그런 '기회와 제안'이 내겐 굉장히 큰 영향을 주게된 것 같다.


최근에는 대표님으로부터 신입사원 교육방침이나, 그 방향에 대해서 좀 더 '냉정한 방식'을 써볼것을 추천받았다. 실제로 내가 쓰는 방식은 한사람 한사람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있던 터라. 그 방향을 틀어볼 기회를 얻게된 것 같기도 하다. 실험방식은 다양할수록 좋은 거니까. 일단은 그런 생각으로, 대표님의 의견을 실제로 실행해보는데. 실제로 그 편이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꼭 필요한 경우, '아닌건 아니다' 라고 거부권을 내밀어야할 때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회생활 오랫동안 해본 경험자'의 이야기가 도움이되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대표님이 내게 자주 해주시는 이야기들 중에는 '최신기술'에 대한 동향과, 실무에 적용가능한 최적의 기술을 찾아달라는 지점이다. 실제로 Chat GPT에 대한 정리도 대표님의 요청 때문에 하게된 것이고. 그것들을 활용해 쓸만한 서비스를 만들어낼 방법을 고민해보기도 했다. 물론 최신기술이라해서 항상 좋은것만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것이 무엇이고, 이걸 대표님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정리하는 과정을 겪게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표님에게 보고하는 방식' 역시도 점차 최적화가 되어가고있는 것 같다.



-


보고를 위한 체계나, 주간보고의 형식. 그리고 개별 업무 진척사항에 대한 전달방법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고민을 해보게됐다. 요즘은 자연스럽게 그런 내용들을 처리하고있지만, 이런 업무방식을 다시 '다른 인원들에게도 전파하려면 어떻게해야할지'가 최근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내가 일잘하는건 한명의 만족으로 끝난다. 팀, 회사 전체가 일 잘하는 상황을 만들려면 여러가지 실험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 대표님과 여러 방향을 논의해보면서 - 실제 좋은 결과가 나오는 지점을 체크해봐야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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