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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플러스 Mar 21. 2023

우리가 당신을 뽑은 이유는 이렇습니다

팀원들에게 많은 것들을 함께 공유하는 이유



1.

일반적으로 회사의 위계가 수직적으로 잡혀있는 곳에서는 개인의 성향이 중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상사와 이야기하는 과정이 일방적인 명령이 되기 쉽다. 인사정보는 상사들만의 비밀이 되고, 누가 어떤 이유로 뽑혔는지에 대해서도 공유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팀원이 들어왔을 때에도, 그 사람이 누구고, 어떻게 뽑혔는지 조차 팀원들끼리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회사의 관리 관점에서는 이런 '비밀정보'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개인의 연봉정보가 비밀로 취급되는 것처럼, 그들의 업무나 입사과정도 '비밀로 처해지는게 좋다'고 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정말 비밀로 처리해야하는 내용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사과정의 대부분의 내용은 팀원들끼리 공유해도 문제가 없는 것들이 많다. 그들이 작성한 이력서부터, 포트폴리오에 이르기까지. 각자가 어떤 실력을 갖고있고, 어떤 가능성과 장점 때문에 뽑혔는지. 그리고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아는 것은 팀 빌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각자가 가진 장점을 이해하고, 특징을 파악하거나, 자신이 '뛰어난 사람인 이유'를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최근 실험적으로 진행한 팀빌딩 과정에서는 '그들이 뽑힌 이유'를 이야기해주는 과정도 포함되어있었다.


- 각자가 어떤 장점을 가진 사람이고, 서로 무엇이 달랐는지.

-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상대가 어떤 부분에 부합했는지




2.

내가 사람을 뽑을 때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이 사람이 어떤 역할로 성장하길 바라는가' 에 대해서였다. 디자이너의 성향이 강해서, 기획적인 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은 제외해야했다. 가장 큰 이유는 설계의 난이도가 높은 작업을 반복적으로 처리해야하고, 그 디자인 과정까지 혼자서 해내야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런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겠지만, 이번 회사에서는 운이 좋았다. 총 세명이나 되는 우수한 인재들을 모실 수 있었으니까. 내가 직접 구인을 진행했기에 각각의 인원이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지점에 특화되어있는지.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충분히 이야기해줄 수 있었다.


회사와 상사가 당신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찌보면 당연한 과정인데도, 많은 기업들이 이 지점을 제대로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저 '특정한 업무역할'을 기대할 뿐, 어떤 사람으로서 함께해주길 바라는지. 그 지점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회사 내부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명확한 비전 보여주기'와 '친근하게 장난치기'였다.


- 명확한 비전 보여주기

- 친근하게 장난치기



3.

내가 면접과 구인공고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그들이 무엇을 얻어갈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원할 수 있는 것들'이 핵심이었다. 그래서 입사가 확정된 인원들에게도 비슷한 과정을 진행해야했다. '그들에게 어떤 비전'을 통해서 앞으로 어떤 작업들을 해나갈 것인지. 그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또한 내 스스로 어떤 정보들을 정리하는지에 대해서 하나씩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팀원들은 '내가 가진 지식' 들이 어느정도 수준인지. 그것을 배웠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팀장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좋건 싫건 간에, 사람은 타인에 대해서 분석을 하게 되어있다. 심지어 앞으로 함께 일하게될 사람이라면. 그에게서 무언가를 배워야하는 상황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 볼 때, 신입사원이나 신규 팀원을 뽑는다는건 - 스스로의 실력이나 전문성을 도마에 올리는 것과 같다.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 내가 얼마나 뛰어난 인간인지를 상대를 통해 저울질하는 것이다. 그 지점을 생각해보면 식은땀이 흐를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제안서를 쓰는 팀장이란건 -  회사 안에서나, 밖에서나 모두에게 스스로의 실력을 저울질당하는 역할이다. 그러니 명확한 준비가 되어있어야한다.


때때로 팀원들의 시점은 잔혹하기까지 하다. 상대가 충분히 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호감은 커녕 예의조차 차릴 이유가 없다. 자연스러운 존경은 충분한 이유와 증명에서 시작된다. 결국 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매 순간마다 증명해야한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특정한 시선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런 자연스러운 신뢰가 쌓였을 때 서로가 교감하는 팀빌딩이 시작되고,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는 밑받침이 되어준다. 그러니 제대로된 팀을 만들려면 신입사원과 팀원들의 평가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 팀원은 팀장의 실력을 자연스럽게 보고 평가하게 된다. 

- 자연스러운 존경은 충분한 이유와 증명에서 시작된다.



4.

냉정함은 사람을 상처받게 만든다. 이런 태도는 친구사이 뿐 아니라 직급 차이가 나는 관계라면 더욱더 그렇다. 팀원에게 있어 팀장은 '어른'의 역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다가서는 역할을 해줘야한다. 물론, 업무에 관해서는 깐깐한 상사 역할을 해줘야겠지만 - 그것만으로는 좋은 관계를 만들기가 어렵다. 그래서 내가 반복적으로 시도했던 것들이 바로 '친근하게 장난을 치는 역할'이었다. 물론 적당한 선은 지켜야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친절한 사람'으로서 다가가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먼저 반갑게 인사하고, 농담을 섞고, 중요한 내용을 공유해주는 역할. 삭막하기 그지없는 회사생활에서, 먼저 친절하게 다가가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도 본인의 상사가 먼저 친근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나쁠게 무엇이 있겠는가? 그런 친근함을 바탕으로 하면서 - 상대의 바램이나, 꿈에 대해 이해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과는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 팀원의 고민이나 걱정거리는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들 중 하나다. 상대가 어떤 것에서 고민하는가가 즉 그 사람의 성향이나 특징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친근하지 않은 사람에게, 깊은 고민을 공유하지않는다. 사람간의 마음의 거리가 있기 때문이고, 이 고민이나 걱정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누군가의 고민이나 걱정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려면, 그만큼 가까운 사이여야하는 아이러니가 만들어진다. 회사 생활에서 '장난스럽게 친근한' 사람의 역할이 꼭 필요한 이유다. 그들과 빠르게 친해질수록 - 그들의 성향이나 특징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그들이 고민을 하게되거나, 걱정되는 일이 생겼을 때 - 상담을 요청하는데 거리낌이 없어진다.


결국 상대와의 마음의 거리를 얼마나 빠르게 좁힐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친근한 관계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 만큼 - 상대가 혼자서 불안을 끌어안아야 할 시간도 줄어들게 된다. 그렇기에 규모가 크지않은 회사라면, 가능하면 모든 인원에 대해 이런 '친근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다.


- 대부분의 사람은 친근하지 않은 사람에게, 깊은 고민을 공유하지않는다

- 팀원들과 빠르게 친해질수록 - 그들의 성향이나 특징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5.

논리만으로는 사람을 설득할 수 없다. 팀 빌딩에서 중요한 '방향성'은 결국 그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친근한지에 달려있다. 나와 친근한 사람일수록,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에도 적극적인 협조를 받을 수 있다. 결국 인간관계는 얼마나 서로에게 신뢰라는 이름의 공동자산이 많이 쌓이는가의 문제다. 상대가 기대하는 것, 고민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자주 대처해줄 수 있는지. 감정적으로 자신이 얼마나 케어받고있다고 느끼는지. 미래에 대한 방향성에 얼마나 도움이 되어줄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이 회사와 오랫동안 함께하는 팀원을 만들어낸다.


인간은 감정을 가진 동물이다. 그러니 그들의 감정 하나하나를 유심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가 진행되면서 개인이 받는 스트레스나, 문제를 대처하는 방식. 즐거워하는 모습이나 그것을 공유하는 방식. 이런 것들을 제대로 파악할수록, 상대에게 최적화된 대응을 해줄 수 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잘나가는 회사라도 - 이런 감정적인 지점을 소홀히하는 곳은 사람이 떠나기 쉽다. 자신이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감정적 대응'은 실제로 더 많은 연봉과 권한보다 훨씬 높은 가치로 여겨지곤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얼마나 많은 회사에서 개개인의 인격을 무시하는지. 그들의 성향과 생각을 함부로 짓밟는지를 체감하는 지점이 바로 회사이기도 하다. 회사의 목표를 위해서 누군가를 희생해야할 때. 가장 낮은 직급의 직원을 선택해야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곳이라면, 그 회사에는 미래가 없다고 보면 된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그 어떤 사람이 오더라도 비슷한 희생을 누군가가 감당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타인의 감정을 무시하고, 생각을 짓밟는 '수직적 위계'의 회사가 만들어진다.




6.

가능하면 더 많은 것을 팀원들과 공유해야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보'를 '비밀'로 여기는 곳은 그 정보를 혼자서 독차지하는 사람이 가장 높은 위계를 갖게된다. 그러니 다른 이들은 그 정보를 이해할 수도, 파악할 수도 없다. 그저 주어진 명령을 따라야할 뿐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교육이 될 수도 없고, 각자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기도 어렵다. 각자가 중요한 내용들을 파악하고, 남에게 공유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려면 - 팀장이나 임원들이 먼저 나서서 중요한 정보를 공유해야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다른 팀원들끼리도 반복적으로 이어져야한다.


팀원에게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이미 미래의 폭탄을 안고있는 곳이라 보면 된다. 그들이 당신에게 중요한 사람이 아닌데, 왜 함께 업무를 하고있는가? 단순히 귀찮은 일을 대신해주고있을 뿐이라면, 이미 그 회사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를 말해주고있는 셈이다. 중요한 업무는 모두 윗사람이, 귀찮은 일은 가장 어린 신입사원이 해야하는 곳. 그런 곳에서 대체 어떤 가치를 배울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그런 지점에서 수직적 위계가 가지는 일관성을 거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제 아무리 효율을 중요하게 여긴다치더라도, 효율만으로 사람의 관계는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윗 사람의 직책만으로 누군가의 가치가 정해진다면,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중요해진다면. 그곳에는 이미 합리성이란 것이 존재할 수 없다. 설명될 수 없는 논리와, 이해할 수 없는 업무처리는 - 모든 사람에게 의문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그 의문이 풀리지 않는 한, 누군가는 그 제도와 문화에 대해 반발심을 갖기 마련이다. 심지어 그것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차별하거나, 매도한다면 더욱더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런 모든 심각한 문제들이 단순히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서' 시작된다는걸 기억하자. 그것이 누군가에겐 차별이고, 동시에 홀대로 느껴진다. 그런 경험이 반복될 때, 팀원들은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


회사생활에서는 말하지 말아야할 것들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 이외의 것들이라면, 누군가에게 정보를 통제하는 것 또한 일종의 차별이다. 정보의 공유에 시간이 들어 힘이 들 수는 있어도, 그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정보의 독점과 통제가 곧 수직적 위계, 무능한 신입이 만들어지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멀쩡한 사람을 무능하게 만드는 회사, 그런 회사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의 광인 뿐이다. 정보의 공유는 곧 권한의 공유이자, 교육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그러니 본인이 회사의 운영권한을 가진사람이라면, 이 부분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정보를 나누는 것이 '업무 효율'이 아니라 '좋은 인간 관계'를 위한 것이라는 걸.



-


내가 하고있는 회사문화 만들기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수직적인 위계를 바탕으로 한 효율중심의 문화보다 훨씬 인간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대업(커다란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손발이 맞는 든든한 동료들이 필요하다. 돈이 아니라 '대단한 역할'을 생각하고있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머물게할 방법을 고민해야한다. 나는 그 시작이 '당신이 왜 우리 회사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 상대에게 어떤 가능성을 보았는지. 그것을 어떻게 키워내고 싶은지를 이야기하는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 짤막한 대화들이 사람의 관계를 돈독히 만들고, 서로를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게 만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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