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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예술 박기열 Aug 02. 2020

그래서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편안함이 빼앗아가는 것들

그래서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끝없이 욕망을 추구하고 때론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피 튀기는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자 인류의 역사이다. 이것은 지금 우리의 모습보다 동물에 더 가까웠던 인간 태초의 역사를 짐작하게 하는 원초적 본능이기도 한데 평소에는 잊은 채로 품격 있고 문화적인 삶을 쫓다가 우연히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을 볼 때 불현듯 깨닫게 된다. 

우리가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며 다양한 종의 동물들이 죽은 고기 하나에 매달려 목숨을 걸고 살점을 뜯어내는 장면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사자와 독수리, 하이에나와 개미 등 최상의 포식자부터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고 힘없는 벌레들까지 생존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처절하게 뼈를 바르는 그 모습들이 신기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으로 무늬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잠자고 있던 본능을 깨우는 장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몇 날 며칠 둥지를 만들기 위해 나뭇가지를 물고 수만 번의 비행을 하는 남아프리카 집단베짜기새(social weaver bird)나 자기 몸의 수천 배가 넘는 크기의 도시를 끊임없이 건설하는 호주 흰개미의 사례만 봐도 동물과 사람 모두 각자의 본능에 따라 결국 잘 먹고 잘 자며 마침내 삶의 편안함에 이르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고통과 노력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편안함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갈등과 그로 인한 상처, 육신의 아픔들이 모여 만든 사회적 현상과 외교, 전쟁, 과학, 환경, 자원 등 전 분야에 나타난 지난 인류의 씁쓸했던 역사까지 교차되면서 편안해지기 위해 지불했던 대가가 그동안 과연 공정하고 바람직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감출 수 없게 되었다.     


잘 먹고, 더 움직이고, 잘 자라 


스타트업 IT 기업으로 이직한 윤 과장.     


「일을 하다」

가난에서 벗어나 남들 앞에 당당하기 위해 돈을 번다. 원하는 걸 다 할 수 있고 타인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살 수만 있다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아서이다. 하지만 그 편안함을 유지하려면 주변의 눈치를 보고 설움을 참고 끼니를 건너뛰고 잠을 줄이는 등 몸이 축나더라도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막연한 편안함을 위해 일상의 불편함을 견뎌내는 것이다. 불편함을 견디기 위한 처방으로 보람이라던가 성취감을 아무리 가져다 붙여도 힘든 하루하루를 견디는 건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 불편함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쉽고 빠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들을 찾아 나서야 하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먹는 것이다.


「음식을 먹다」

동물들이 선호하는 음식을 말할 때 보통 기호성이라 표현하는데 그것은 먹는데 거북하지 않은 조건을 의미한다. 낯선 허브향이 나지 않고 잘 씹히고 소화가 잘 되는 것이면 먹이로서 합격이다. 하지만 인간은 유일하게 음식의 맛에 집중하는 동물이다.

윤 과장은 회사 일을 하면서 이런저런 일들로 골머리를 앓다가도 달콤한 것이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지고 매운 낙지볶음 한 접시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 거기에 술이 빠지면 안 되지. 

그런데 그렇게 반복된 삶을 살던 어느 날 몸이 자주 붓고 속이 쓰리고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연두부처럼 연약하고 매끄러우며 예민한 몸속의 장기에 엄청난 양의 나트륨과 자극적인 음식들을 꾸준히 쏟아부었으니 상당 기간 소금물에 푹 절인 장기들이 창난젓처럼 숨이 죽어 쪼그라들었고 여기저기 염증까지 생기며 본래의 기능을 못 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그 상태로 유지만 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마음의 안정을 위해 가족들과 섭취했던 달콤한 케이크와 초콜릿,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상쾌한 청량음료들이 몸속 작은 염증들의 생명력에 불을 지펴 종양으로 업그레이드를 시켜주었다. 종양과 암이 사랑하는 주 먹거리가 바로 설탕이기 때문이다. 편안함에 이르기 위해 들이부었던 기분 좋은 음식들에 몸속 신체기관들이 재생 불가한 상처를 입었고 먹는 즐거움에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몸의 적신호에 모든 삶에 제동이 걸렸다.     


「건강」

지상 최고의 편안함을 꿈꾸던 우리는 이상향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실체 없는 편안함을 향해 지금도 매일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 편안함이 가져온 결과들은 생각보다 좋지 않다. 삶의 안락함, 일과 성장, 관계, 사랑, 가족 등 이 모든 게 언젠가 편안함에 도달한다는 걸 전제로 세팅되었던 것들인데 자신 또는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면 원래의 계획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모든 게 뒤죽박죽 되기 때문이다.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우리가 진정 편안함에 이르기 위해서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비싼 차를 타고 넓은 침대에서 잠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유혹이 있더라도 내 몸이 건강해지는 음식을 섭취하고 차는 없애고 하루 2만 보를 걸어야 하며 좁고 딱딱한 침대이더라도 최소 8시간은 푹 잘 수 있는 의지와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은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우리 몸이 제 기능을 온전히 하게 해서 삶의 질을 높이고 비로소 진정한 편안함에 이를 수 있도록 꼼꼼히 정비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최종적인 인생의 안락함을 핑계 삼아 한동안 멀리했던 잘 먹고, 잘 움직이고, 잘 자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다. 어떤 목표를 위해 건강과 타협하는 순간, 삶은 반드시 당신을 불편함으로 데려갈 테니 말이다.     


잘 먹고 더 움직이고 잘 자라 _ 톰 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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