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우스와 에로스

ERO사항 _ 전시서문

by 삶은 예술 박기열

박기열 개인전_Ero사항

2006.9.14-27 얼터너티브 라이브하우스 Lydian

에쿠우스와 에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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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은 어릴 적에 경험했던 성적유희를 공상 속에서 되풀이하지만 창조적인 작가들은 이 꿈을 사회가 용납하는 내용으로 설득력 있게 바꾸어낸다. 결국 예술은 에로스를 현실에 맞게 변용시켜 관객의 에로스로 대리만족시키거나 승화시키는 장치인 셈이다.

지난 몇 년간 박기열은 말(馬)과 성(性)을 화두로 에로스와 그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욕망을 상기시켜오고 있다. 그의 초창기 작업들이 슈퍼맨, 스파이더맨 등 우리 시대가 만들어낸 미디어 영웅들의 희화화된 권력과 은유적 희화화를 매우 노골적인 표현을 동원해 표현해나갔다면 대학원시절부터는 줄곧 다양한 장치들을 배제하고 말과 인간의 성기(性器)와 성적상징 등을 결부시켜 보다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되 매우 은유적인 표현방법들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그가 전기(前期)의 다소 팝아트의 가벼운 조롱에서 벗어나 신화적인 오브제를 등장시킴으로써 자신의 논리를 더욱 구체화하려는 변화의 양상 속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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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대한 표현방식은 시대에 따라서 문헌, 유물, 구전설화, 신앙, 놀이, 현대적 상품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말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은 "신성한 동물" "상서로운 동물"의 상징으로 수렴되고, 하늘의 사신, 제왕의 출현을 알리는 영물, 예언자의 구실, 영혼과 마을 수호신이 타는 동물, 장수. 선구자. 영웅 등 박력과 정력, 스피드의 대표적인 상징동물로 굳어져왔다. 박기열은 이번 전시에서 이렇듯 남성적인 상징으로 점철되어 있는 말(馬)과 벌거벗은 여자의 여체를 사진과 도예라는 다소 이질적인 예술장르 속에 함께 등장시킴으로써 많은 작가들이 그러하듯 ‘영감의 원천’인 여성을 상대로 벌어지는 은밀하고 왜곡된 성적환상을 시각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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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열의 여체는 과거 작가들이 여체를 좀더 섹슈얼한 이미지로 포장하던 상습적인 방법들-담배, 침대, 욕실 등 퇴폐적인 장소나 오브제의 등장을 이용해 여성성을 극대화하던 전통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그 자리에 그가 만든 말 형상의 오브제를 대체시킴으로써 매우 은유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또한 사진역시 초점이 나가거나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써 몽환적인 분위기를 유도하고 덕분에 관람객들은 성에 관련된 것들은 무조건 감춰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오픈된 장소에서 예술이라는 장치아래 공공연하게 훔쳐보기의 은밀함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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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열은 이번 전시를 통해 공예로서 완벽한 마무리와 조형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요즘 젊은 작가들 특유의 감성적이고 자극적인 메시지 전달에 좀더 관심이 있음을 보여준다. 갤러리가 아닌 라이브공간을 전시장소로 선택한 것부터 디스플레이방법까지 하나씩 그의 선택을 짚어보면 윗세대들과 자신을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 지에 대해 그간 얼마나 고민했는지를 가늠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도예관이 유약과 흙이 만들어내는 전통적인 도예관하고도 거리가 있을지라도 도예의 재료와 기법, 작품의 크기 등이 작가의 의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 최적화 되어야 하는지, 나아가 흙만을 작업하는 도예가들과 타 장르와 도예를 접목하려는 작가와는 어떤 차별점과 특성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좀더 고려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그가 얻고자 하는 것은 외마디 외침이 아니라 관객과의 상호소통과 교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글. 홍지수 (미술평론가 / 전시기획자 / 공감도(Gonggamdo, 工感圖) 대표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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