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흙은 기다린다
물레를 돌리다 보면,
참 신기한 경험들을 자주 하게 된다.
계속 작업을 한다고 해서 실력이 눈에 띄게 느는 것도 아니고,
작업을 쉬었다고 해서 기술이 갑자기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어떤 때는 오히려, 한참 손을 놓고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더 나아져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운동을 배우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게 되는
계단처럼 성장하는 순간들.
꾸준히 연습하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점프’하듯
훌쩍 나아가는 그런 시기.
물레가 그렇다.
앞만 보고 달린다고, 무조건 쌓인다고 해서
규칙적으로 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에 다다르면
잠시 멈추고,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듯하다.
중심을 잡을 때도 마찬가지다.
힘을 주고 억지로 누르기 시작하면,
오히려 더 틀어진다.
흙이 내 손안에 스스로 들어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감기기 시작할 때까지,
흙과 내가 서로의 호흡을 맞출 때까지.
그제야 중심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간다.
흙을 만지다 보면,
사람의 뜻대로 할 수 없는 순간들을 종종 느끼게 된다.
정말 공들여 정성껏 빚은 것이
내 노력을 외면하듯 갈라져버리기도 하고,
그저 무심히 놓아둔 것들이
오히려 더 단단하게 잘 마르기도 한다.
선선한 날씨에 마음이 들어
작업을 잠시 내버려두고 밖에 나가면,
질투라도 하듯 바짝 말라버리는 흙.
깜빡 잊고 나갔다가 전전긍긍하며 돌아오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흙.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흙은 나와 밀당하며,
조용한 티키타카를 주고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