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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하게 끝난 터너의 첫 PS

2014 NLDS 4차전 (2014.10.08)

by clayton

2014년, 생애 첫 포스트시즌에 나선 저스틴 터너에게 허락된 기회는 단 두 타석. 두 타석만에 터너의 진가를 보여주기에는 기회가 너무 부족했다. 터너가 가진 것들을 모두 꺼내기도 전에 소속팀 LA 다저스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1승 3패로 시리즈를 내줬고, 터너의 첫 포스트시즌도 그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터너는 자타가 공인하는 다저스의 간판타자이자 클럽하우스 리더가 됐다. 하지만 처음 다저스에 발을 내디뎠던 2014년만 해도 지금의 처지를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2013시즌까지만 하더라도 터너는 메이저리그의 평범한 내야 백업 선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결국 터너는 시즌이 끝난 후 소속팀 뉴욕 메츠에서 방출당했고, 그런 터너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건 다름 아닌 고향팀 다저스였다.


캘리포니아 롱비치 출신인 터너에게 고향팀 다저스에서 뛴다는 사실 자체로 전에 없던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다. 스프링 트레이닝캠프 초청 선수로 다저스에 합류한 터너는 절치부심하며 기회를 노렸다. 재야의 고수인 덕 래타 타격코치와 겨우내 레그킥과 타격폼을 다듬은 것이 효과를 발휘하며 터너는 자신감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사진 = LA 다저스 공식 SNS


치열한 경쟁 끝에 바늘구멍을 뚫고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한 터너는 정규시즌에서 '터너 타임'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나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며 다저스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주전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날에는 선발로 나서 주전 선수들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340 7홈런 43타점.


다만 2014년 다저스에는 후안 유리베라는 베테랑 3루수가 있었기에 포스트시즌에서는 당시 다저스 감독이었던 돈 매팅리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시즌 후반인 9월과 10월에 4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며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던 터너로서는 아쉬운 선택.


디비전시리즈 4경기에 선발로는 단 한 경기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경기 후반이 되어서야 대타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는데, 그나마도 2차전과 3차전에서는 경기 진행상황상 적절한 타이밍을 잡지 못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터너의 포스트시즌 데뷔 무대이기도 했던 카디널스와의 NLDS 1차전에서는 다저스가 8:10으로 뒤져있던 8회 말에 투수 스캇 앨버트를 대신해 대타로 나섰다. 2사 이후 헨리 라미레즈의 안타로 추격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펫 니섹을 상대했지만 3루수 땅볼에 그쳤다.


그리고 직관했던 NLDS 4차전에서는 2:3으로 뒤진 9회 초 1사 1루의 기회에서 투수 브랜든 리그를 대신해 카디널스의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을 상대했다. 풀카운트 접전을 펼쳤지만 결과는 아쉽게도 헛스윙 삼진. 소속팀 다저스가 경기를 끝내 뒤집지 못하며 아쉽지만 더 높은 무대로의 꿈은 다음 시즌으로 미뤄야 했다.


이어진 2015시즌, 다저스는 시즌 중 유리베를 애틀랜타로 트레이드하며 터너의 자리를 마련해줬다. 이후 다저스의 주전 3루수로 자리매김한 터너는 매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으며 첫 포스트시즌에서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크리스 테일러와 함께 NLCS MVP를 차지하며 팀을 월드시리즈로 견인하기도 했다.


야만없(야구에 만약은 없다)이라지만, 2014년 포스트시즌에서 터너가 유리베 대신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면 어땠을까? 베테랑 유리베의 경험보다 터너의 무서운 기세와 타격감을 믿었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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