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주말. 뜻 있게 보내고 계신가요.
근래에 제 친구 언니가 딸 손 맞잡고 오랜 만에 작은 영화제에 다녀왔데요.
해마다 늦봄, 늘 아는 사람들만 알고선 조용히 치뤄지는
작지만 따스한 영화제. 이름 하여 인권영화제.
친구가 본 건 인권을 주제로 한 단편 애니메이션들이었다네요.
그 날 친구가 본 작품 중엔 이런 장면이 있었다구요.
수업 중에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사람을 흉보고 욕할 때 나쁘게 표현하는 말들이나
타인에게 들은 말로 상처를 받은 표현 따위를 모조리 적어보라시는 거예요.
하얀 종이 위엔 이내 인상 찌푸리게 하는 비뚤린 심사의
온갖 못된 말들과 욕설이 가득 채워져 갔는데요.
마지막 장면에서 소녀와 소년들은 그 나쁜 말이 적힌 종이를 일제히 갈기갈기 찢어서는
허공으로 뿌리곤 박수들을 치고 환호하고 신나게 춤을 추고들 해대는데
그 장면에선 객석의 관객들도 함께 박수를 치더라는 거겠죠.
유토피아를 꿈꾸는 유쾌하고 낭만적인 감성이
움직이는 그림 속에서 꿈처럼 펼쳐지는 광경이 그리도 참, 아름다웠다고요.
그러면서 모처럼 사람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 숙고해 볼 수 있던 통쾌한 하루였노라
화통한 목소리와 들뜬 표정으로 전해주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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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그 얘기를 들으니까 언젠가 TV에서 보았던 마술쇼도 떠오르겠죠.
마술사는요. 흰 보자기에 난데없이 잉크를 붓고요. 포도주까지 부어요.
그리고는요. 얼룩지고 찢겨진 보자기. 그 더럽혀진 보자기를 상자곽에 넣고
무언가 진지한 의식을 치른다는 듯 꼼지락 꼼지락 제스처를 취하더니,
짜안~. 새하얀 천을 꺼내서는 자랑스레 펄럭이는 거예요.
세탁마술을 성공해낸 마술사의 얼굴엔 우아하고 온화한 미소가 어려 있었고요.
아직까지도 풀어내지 못한 피곤과 상심이 남아있지는 않으신지.
혹시 그렇다면 그 구겨진 마음. 즐거운 미소 짓는 입 꼬리로 훠이훠이 날려버리고
깨끗해진 보자기처럼 세탁할 수 있는 그런
마술 같은 시간 보내시기를.
마음속의 못된 말들. 또 상처 입은 마음도 그 종이조각처럼
즐거운 미소와 함께 찢어 날리는 그런 '위로와 해방의 저녁'이 되시기 바랍니다.
쉴새없이 듣게되는 어두운 뉴스들은 그저 잠시 잊어버리고
사람이 진정 귀하게 대접받는 어릴 적 꿈꿨던 세상을 그리면서
세상 몰라라 달디 단 휴식 취하고픈
모처럼 따스하고 푸근한 초여름 저녁입니다.
이 음악이 오뇌 말끔히 비워내 화평한 위안 드릴 수 있는 마력을 지녔으면...
자, 주문을 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