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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명석 Feb 18. 2024

2.1 살아남는 놈이 강한 놈이다

존버

"2. 소개"에서 내 이력을 기준으로 사실만 나열했다면, 이 글에서는 그런 이력을 갖게 된 과정과 내 생각에 대해서 정리한 글이다.

최근 지금의 나에 대해서 들려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정리해 본다.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강한 놈이다"

라는 말이 있다. 

어렸을 때 이 말을 듣고는 강한 사람이 살아남아야지 살아남는 사람이 강하다니 말이 되나?라고 생각을 했었다. 어떤 수를 써서든 버티면 그게 강한 것이냐는 생각이 들어 이 말을 매우 싫어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는 이 말이 조금씩 내겐 의미를 갖는 것 같다.

강하지 않으면 버티거나 살아남을 수 없다.

매일 1%씩 좋아지면 1년이면 37.78가 좋아짐

또, 정답이 아니더라도 매일 진전해서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진전을 이루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고, 살아남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정답이 아니라고, 내 맘에 안 든다고 그만두자는 말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하지만 뻔히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하면 함께 갈 수 없어서 80점짜리 답을 가지고 함께 가고, 진전을 이뤄내는 것은 정답을 아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역량을 지닌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4차 산업 혁명 이후 VUCA 시대에는 변동성이 너무 커서 뭐가 맞다는 것의 의미가 이전에 비해 너무 낮아진 것 같다.

나는 대학교 졸업즈음 조금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특히 대학 때 객체지향을 배운 후에는 객체지향 분석, 설계를 멋지게 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아키텍트가 되고, CTO가 되고 싶었다(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때 나는 아키텍트, CTO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멋있어 보여서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석사 때 AI, Database, Network, 자연어처리 등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 보이는 소프트웨어공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지금도 딥러닝, 비트코인 등 뭔가 진입 장벽이 높고 멋져 보이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Java, Spring 기반의 웹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업무이다. 

나는 거진 25년 전에 코딩은 좀 줄이고, 문서 작성, 관리 업무를 늘렸으면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아직도 코딩도 하면서 개발 리더로 일하고 있고, 늘 소소한 기쁨을 느끼고 있다. 적어도 업무에서는 행복하다. 물론 늘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정말 하기 싫은 경우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이 일을 하기 위해 좋아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었다. 또 좋아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상사, 동료, 후배들에게 인정도 받아야 했고, 좋은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어야 계속 개발 리더로 즐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했던 것 같다.

워커홀릭의 정의 중에 주말에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한 사람이라는 정의가 있다. 나는 주말에 일을 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다. 그런데 주말에 기술, 리더십 등에서 성장을 위한 노력을 안 하면 조금 불안해진다. 이러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나 내가 잘하는 일이 아닌 그냥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런 불안함이 생긴다.

석사 경력을 인정받으며 사회생활을 했으니 이제 거의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개발자로 살고 있고,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개발자로 살 것 같다. 물론 경력과 실력은 비례하지 않는다. 꽤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늘 나보다 잘하는 분들을 주위에서 만나는 것 같다. 하지만 개발 실력 외에 내가 업무를 수행하며 쌓은 지식과 경험은 꽤 높은 경쟁력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이 정도의 지식과 경력을 가지고 있고, 실무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것으로 치면 꽤 진입 장벽이 높은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내가 도움이 된다면 계속해서 개발 리더로서 일하며 기여하고, 배우고 싶다. 그러다 정규직이 어려울 때가 되면 지금껏 메모한 것들을 모으고 구조화해서 글, 영상, 강연 등을 공유하는 삶을 살고 싶다. 또, 개인이 아닌 회사, 조직 등을 대상으로 개발 조직 빌딩, 개발 문화 구축, TDD, Refactoring, Code Review 등의 주제로 조직 멘토링/코칭 등을 하고 싶다. 이런 활동이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내용이라 일부는 재수 없게 여겨지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그런 부분이 있다면 "뭐 이 사람은 그런가 보다. 다를 수도 있지" 정도로 넘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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