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고되고 사람들이 힘들어 지쳐서 퇴근할 때면 '이 지긋지긋한 노동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푸념을 하곤 한다. 하지만, 건전한 사회인이라면 응당 스스로 생계를 위한 노동의 시간을 버텨야 한다는 책임감과 강박 때문에, '노동'은 가끔 '의무'로 느껴진다. 그러니, 대박의 기회를 통해 극적인 대탈출을 꿈꾼다.
하지만, 본질적인 삶의 행복을 위해서는 일과 삶을 마치 '선과 악'처럼 구분 짓기보다는 가치 있는 '삶'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서 '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나의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일을 한다'는 '불행하다'로 정의될 수 없다. 일의 과정에서 행복과 성취감, 전문지식 등 노하우, 실패와 유대... 무수히 많은 감정과 자산들을 과실로 얻게 된다. 그 과실은 오롯이 그 과정을 거쳐낸 나의 것이다.
인구변화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이다. -피터 드러커-
2021년 7월 통계청은 <인구주택총조사>를 통한 드라마틱한 인구변화와 조금은 걱정스러운 미래를 발표했다. 지금부터 약 40년 후인 2070년에는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 50%가 예상된다.Next normal, 100세 시대에는 60세쯤 은퇴 이후 아마도 80세까지는 어떠한 형태로든 제2의 인생(노동)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노동을 해야 하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하지만, 노인에게 보람 있고 만족스러운 제2의 직업이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질 리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60세 은퇴연령 전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네트워크를 넓히는 등 자신만의 <무형자산>을 늘려야 하고, 그런 이후에나 그 자산을 바탕으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고조언한다.
농경시대에는 옛것과 노인들의 경험이 존중받았지만, 산업사회에는 젊음과 새것만이 추앙받는다. 옛것은 낡고 버려야 할 것이다. 꼰대처럼.. 나이 듦만으로도 사회구조적으로 선호받지 못한다.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데, 누구도 나이 드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생각해 보면. 지금의 과노동에 지칠 뿐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 무기력한 노인이 되고 싶지는 않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행복하다'는 내가 하고 싶어서 무언가를 하거나, 사회나 다른 사람에게 공헌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내가 주체적으로 쉬는 것과, 단지 노인이라고 노동에서 소외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예상 못한 나의 '쓸모없음'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임이 틀림없다.
난 어떤 쓸모가 있을까?
나이가 들면서 업무에서 소외되고 슬픔과 분노, 서운함으로 정년 D-day를 기다리기보다는 나의 쓸모를 찾아내서, <아름답게 나이 들기>를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겠다.
마치 고등학생의 진로 찾기와 같이 모호하고 두렵지만 공부의 과정에서 기회가 만들어지듯, 현업에 몰입하며 자산을 쌓다 보면 여러 가지 길이 보이지 않을까? 목표는 더 행복하고 쓸모가 있는 인생을 살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좋은 차의 최우선 조건은 탑승 중 편안함인 '승차감'이었다. 하지만, 멋진 차에서 내릴 때 사람들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우월감, 성취감이 주목받는요즘은 바야흐로 '하차감'의 시대다.
과연.. 운 좋게 정년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활력 넘치는 후반 40년을 제대로 시작하려면, 잘 준비해서 초고령사회 잉여의 존재가 되지 않도록 <하차감> 있는 나만의 무형자산을 쌓아 나가야겠다.
새로운 쓸모를 찾아서 떠나는 선배의 뒷모습을 보고, 어떻게 준비했을까?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 조금은 부러운데? 와 같은 쿨한 뒷모습을 모두가 바란다.
어쩌면, 나에게는 브런치 글쓰기를 통해 교류하고 인사이트를 나누려는 이 작은 시도가 10년 후쯤 이 조직을 떠날 때 느끼게 될 하차감을 위한 첫걸음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