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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꾸꾸 Oct 16. 2023

어른들의 놀이터

편 먹고 생존게임 ; 여기는 전쟁터, 나가면 지옥

나는 소심하고 자존감 낮은 아이였다.

그래서 친구들 무리와 어울리는 일이 나에게는 꽤나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최근 학교폭력, 왕따, 괴롭힘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피어보지도 못한 아이가 꿈 많던 선생님의 자살이 먼 나라 이야기만 같지 않아서 가슴이 아프다.


나에게 학교생활은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성취도 이뤄내기 위해 새로운 친구들과 경쟁하고 협력해야 하는 끊임없는 도전의 반복이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나는 비슷한 취향에 마음이 잘 맞았던 몇몇 넉살 좋은 친구들 덕에.. 힘들 때 넋두리하고 토닥이며 큰 탈 없이 그 시절을 보낼 수 있었구나 싶다.


그래도 그 당시에는 어른이 되면 마음도 단단해지고 사람들과의 소모적인 신경전에서 벗어날 줄 알았다. 당당하고 멋있게 일하는 어른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서른이 되어가고.. 입사 후 세 번째 해가 되도록..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여전히 사람관계였다.


'일의 성과'라는 것이 결국 누가 얼마나 빨리 목표를 달성하는가!인데, 사람관계 즉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면 더 쉽고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다.


필연적으로 학교보다 더 치열하게 편 먹고 치열한 생존게임이 펼쳐진다. 경쟁에서 이긴다면, 더 빨리 승진하고 더 많은 성과급을 받을 수도 있다.


그것이 소위 어른세계에서 먹히는 "능력"이다.


그래서인지.. 회사에서는 학교시절 왕따보다 더 교묘하게 더 치밀하게 '갑'의 지위와 네트워크를 이용한 직장 내 괴롭힘을 서슴지 않고 경쟁자나 문제아들을 제거하는 일들이 일어나기 쉽다.


회사는 어른이라면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생계'의 수단이며, 자존감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다. 다수 무리에 적응하지 못하면 공격의 대상이 되는 '정글의 법칙'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 누군가의 편에 선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결심이 필요한 힘든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을 직면하면 엄청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괜히 나섰나 가 내가 다치지는 않을까? 나도 이제 승진해야 하는데... 엮여서 찍히는 건 아닐까... 문제가 있으니 당하는 거겠지.. 라며 눈감고 합리화하고 싶은 마음이 밀고 올라온다.


하지만, 그가 아니라면 언젠가는 나, 나의 가족, 나의 친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불행한 일들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모두 조금씩만 힘을 보태서 쉽게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갈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아래는.. 많이 힘들었던 그때, 퇴직을 앞둔 선배에게 고민상담 후 들은 조언이다.


"내가 퇴직할 때가 되어 보니, 직장이란 게 어른들의 놀이터라는 생각이 들더라. 막상 때려치우고 집에 있다고 마냥 행복한 것도 아니더라. 출근하면 심심할까 봐 적당한 일도 있고, 나를 위한 책상과 전화가 있는 작은 공간과 지지고 볶을 동료들도 있고, 적당한 품위를 유지할 월급도 때마다 나오니 얼마나 좋으냐?"


20년 전 들었던 그 말이 때때로 회사생활이 힘들어질 때마다 의지가 되었다. 처음에는 '무슨 헛소리지?' 하며 짜증도 났지만, 나의 생각의 구조를 바꾸면 환경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져서 고난의 시기를 지날 때 도움이 되었던 조언이었다.


그래서 나 또한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그 선배의 말을 건네주곤 한다.


우리는 어른들의 놀이터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거야. 힘들겠지만 조금 마음을 바꿔 어른들의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게임에서 졌다고 루저가 되는 건 아니야.  그냥 이번 게임에서는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 네가 부족한 사람이어서가 이니고, 단지 지금 게임의 상황이 좋지 않을 뿐이야.

GD의 노랫말처럼...
영원한 건 절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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