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주 글쓰기
모임 운영 4주 차를 맞이했다. 회원들은 지난 3주 동안 총 3편의 글을 썼고 나는 그에 따른 피드백을 꼼꼼히 작성해 드렸다. 안내하는 일정과 내용에도 서서히 체계가 생겼다. 호기롭게 시작한 모임이었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만큼 쉽진 않았다. ‘껌이네, 이거!’라고 할 것까진 아니지만 ‘음흠흠’ 콧노래를 부르며 피드백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콧노래는 무슨, 코에서 김을 뿜어내며 답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고 입장을 고려하여 글쓰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여태 몰랐다. 온갖 곳에서 글을 써왔지만 매번 조심스러웠다. 글이란 것은 문장 하나로도 사람의 심장을 찌르기도, 포근하게 감싸기도 하는 것이니까. 하루에 3~4편의 글을 읽고 피드백하다 보면 진이 다 빠졌다.
게다가 불쑥불쑥 치솟는 내 안의 ‘완벽 자아’ 덕분에 골치가 꽤 아팠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안티가 있다. 그런 마당에 내가 뭐라고 모두를 만족시키려 쩔쩔매고 있을까. 글쓰기라는 이름 아래 모인 사람들이지만 각자의 목적과 원하는 것이 달랐다. 몸이 하나뿐인 나는 당연히 모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그럼에도 회원들의 마음에 쏙 들고 싶어 고민을 거듭했다. 이때의 기분은 마치 엄마를 기분 좋게 만들고 싶은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았다. 이 상태로는 모임을 쭉 지속하기 힘들 것이다. 일단 이번 달 모임을 마무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마지막 4주 차엔 지나온 날들처럼 피드백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계속 글로만 써드리는 건 식상할 것 같은데... 고민하다 색다른 것이 떠올랐다. 원래 제공될 주제는 따로 있었지만 4주 차엔 ‘한 문장 만들기’를 시도해보고 싶었다. 말 그대로 머릿속 무수한 생각과 단어들을 정련하고 다듬어 문장 하나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해왔던 피드백 대신, 회원들이 직접 만든 문장으로 이미지 카드를 만들어 개별 전송해 드릴 생각이었다.
3주 내내 생각을 쏟아내는 작업을 해왔으니 이번엔 정리하는 차원에서 그 생각을 고르고 골라 문장을 만든다. 물론 나에겐 딱히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부담 없을 거라 여겼던 것은 커다란 패착이었다.
안내 문자가 나가고 난 뒤 채팅창에 한동안 침묵이 찾아들었다. 잠시 후, 당혹스러움 가득한 문자가 하나 올라왔다.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요?
보자마자 아차, 싶었다. 수월하게 글을 쓰는 분들은 이 모임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내킬 때 자신의 방식대로 쓰면 되는 것이기에. 글 쓰는 것이 어렵고 두려우며 막막하기에 오신 분들이 대부분일 텐데 그 점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갑자기 부끄럽고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스러웠다. 이미 뱉어버린 주제를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예시 문장 여러 개를 만들어 보여드렸다. 또한 길고 긴 생각에서 단어를 추려 한 문장으로 정제하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안내했다. 그러나... 어쨌든 이곳은 일대일 대면이 아닌, 온라인 아닌가. 오로지 디지털 문자로만 소통하는 상황에서 회원들의 어려움을 자세히 알기 어려웠고 그분들 또한 나의 설명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채팅방에서의 긴 대화 끝에, 그분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막 채소 다듬기를 시작한 것 같은 기분인데, 갑자기 구절판을 만들어내라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아니, 비유를 잘하는 것과 유창한 글쓰기는 별 상관관계가 없는 것인가! 음식을 예로 든 완벽한 비유로 회원들이 주제를 보고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글쓰기 코스로는 좋은 시도였다. 하지만 내가 만든 건 코칭이나 코스가 아닌, 그저 글쓰기를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는 ‘모임’이었다. 게다가 기간은 딱 한 달. 4주 만에 그걸 해내기엔 힘든 부분이 많다. 지속적으로 글쓰기 연습을 해왔던 분이라면 모를까. 하지만 애초에 혼자 글쓰기 어렵기에 모임 신청을 하시지 않았던가!
잘 굴러간다 싶었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삐끗하다니. 회원들의 입장을 깊게 고려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컸다. 부담되고 어려우면 그만큼 숙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 모임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만들어 본, 지금까지 없었던 글쓰기 모임인걸. 완벽하길 바란다면 큰 욕심이지. 그 욕심에 내가 넘어지지 않게 잘 붙잡아야 했다.
그래도 다정하고 성실한 회원분들은 일요일 밤까지 무사히 글을 작성해 올려주셨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멋진 문장들을 모아 예쁘고 깔끔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왜, 그 있잖은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아름다운 배경 화면 속 작가의 멋진 문장들을 적어놓은 게시글들. 우리는 일반인이지만 글을 쓴다. 그 순간 한 명의 작가가 탄생한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21명 작가님들의 문장을 다듬어 예쁜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회원님들이 종종 이미지 카드를 보며, '나는 내 인생의 작가'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