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을 마치고 운영자가 하는 일은.

쉬어가는 한 주

by 김지현

모임 첫 달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두 번째 달 모집과 신청을 준비했다. 8월이 되기까지 한 주 정도의 기간이 남은 건 행운이었다. 근 한 달 반의 시간 동안 잔뜩 긴장해 있었다. 내가 벌인 일, 나를 믿고 함께 하기로 한 회원분들. ‘이분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드려야 할 텐데’ 오랜만에 잠자고 있던 밑바닥의 ‘쓸모론’이 고개를 치켜들어 활개 치는 꼴을 바라보느라 힘들었다. 일주일 동안은 새로운 기수 모집 홍보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일단 빠르게 홍보 포스터 제작에 들어갔다. 돌고 돌아 어렵게 만들어 낸 첫 홍보 포스터의 기억. 한 달이 지난 지금 와서 보니 허접하기 그지없다. 아, 분명 그땐 심플하고 귀여운 템플릿이라며, 그래 이거야! 했는데. 취향과 심미안이 이렇게 휙휙 변할 수도 있구나! 오늘은 미리 캔버스 사이트 안에서 상주하며 기깔난 포스터를 뽑아보겠어. 자꾸 마음만 먹어서 배가 불렀다. 포스터가 예쁘다는 이유로 모임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글쓰기 모임 운영은 퇴직한 나의 퍼스널 브랜딩 수단으로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글을 쓸 때의 기쁨은 올리고, 부담은 내리는 하나의 방편으로, 오랜 고민 끝에 제작한 모임이다. 보이는 면면이 다 신경 쓰인다.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이니 이왕이면 포스터도 예쁘면서 모임의 정체성이 보일 수 있었으면, 싶었다.


거의 반나절 동안 눈이 벌게지도록 사이트를 뒤지고 다른 포스터들을 참고하여 2기의 홍보 포스터를 만들어 냈다.




2기 모집포스터.jpg < 나이쓰 두 번째 홍보 포스터 >



홍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포스터 제작이 마무리되었다. 승모근의 뻐근함이 조금씩 느껴졌다. 이것 하나 만들면서 뭐 그리 쫄 게 있다고 잔뜩 움츠리며 긴장했을까. 앞으로도 모임이 지속되는 동안 매달 하나씩 만들 것이니 작업에 얼른 익숙해져야겠다.


신청서 양식도 조금 손보았다. 주관식으로 쓰는 문항이 두어 개 있다. 글쓰기가 부담되어 신청하는 사람들에게 냅다 문장 형식의 답을 써내라는 주관식 문항은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졌다. 이메일 주소를 적는 칸을 제외하곤 객관식으로 답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처음 신청서 양식을 만들 땐 문항 하나를 만들면서도 손이 떨렸다. 사람들 눈에 잘 들어오겠지? 뭔가 중간에 오류가 나진 않을까? 번호가 뒤 섞이면 어쩌지? 링크는 제대로 복사되는 것일까(모두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양식 하나를 꼼꼼하게 만들어 두면 매달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기존 양식에 날짜 정도만 바꾸면 되기 때문이다. 문항은 최대한 단순하고 깔끔하게, 주의 사항은 눈에 잘 들어오도록 배치를 마무리했다. 다음 달이 되면 또 다른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수정하자.


포스터와 신청서 양식이 다 만들어졌으니 남은 일은 이것들을 포함한 홍보 글을 작성하는 것이다. 20년 동안 지속해 온 블로그 활동이지만 늘 일상 잡글을 올려온 내게 홍보 글을 쓰는 건 몹시 어색한 일이었다. 기존의 글은 보는 이들을 웃기기 위해 작성한 것이 많았다. 회원 모집 글까지 얼토당토않게 웃길 순 없는 노릇이다. 모임 소개에 재치 있는 드립도 필요하지만 이것이 잦아지면 모임 자체가 가볍다는 인상을 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너무 진중하게 쓴다면 그동안 써온 블로그 글과 맥이 너무도 달라진다. 회원 모집 글은 일종의 ‘광고’와 같았다. 재미는 있되 지나치게 홍보에만 치중하면 보는 사람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머릿속의 양팔 저울에 추가 오간다.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애썼다. 그러느라 오늘치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 버렸다. 글쓰기 모임은 내 하루에서 점점 중요한 위치를 점령하고 있었다.


이번 홍보 글엔 기존 회원분들이 작성해 주신 설문 결과를 첨부할 수 있다. 지난달은 첫 모임이기에 일종의 ‘리뷰’가 없었다. 우리가 누구인가. 물건 하나를 구입할 때에도 후기를 먼저 찾아보는 리뷰의 민족 아닌가! 설문 결과의 일부를 캡처해서 블로그에 옮긴다. 되도록 긍정적인 답변들을 골랐다. 모임에 대한 아쉬웠던 점은 나 혼자 보고 개선하면 될 일이다. 이 모임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줄 만한 문장들을 고르고 골랐다. 그렇게 작성한 글에 포스터와 신청서 링크를 첨부하여 바로 업로드했다. 오늘부터 시작해 딱 일주일이 되는 시점의 자정, 이 설문은 마감될 것이다.


기존의 오픈 채팅방에도 신청서 링크를 함께 올렸다. 1기 회원분들의 수는 21명. 이 중 몇 분의 회원들이 다음 달에도 참여를 지속할까. 궁금하기도, 두렵기도 했다.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조금 초조해졌다. 내가 통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종교는 없지만 꼭 이럴 때 신을 찾는다. 신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뭐. 그러는 와중에도 채팅방에서 회원분들은 구슬픈 인사말을 남기고 계속해서 빠져나갔다. 처음엔 채팅방의 인원수가 줄어드는 것이 무척 속상했다. 그러나 뜻이 맞지 않으면 나가는 것이고, 나중에 또 들어올 수도 있는 일이다. 그것이 자율적인 민주시민의 모임 아니겠는가! 서서히 담담해졌다.


‘그래, 다음 기수까지 이어서 하는 분이 아예 없을 수도 있어.’


최악의 경우를 대비했다, 나뿐인 모임이 되면 어떡하지? 아니, 그렇게 되면 그걸 모임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래도 호기롭게 시작한 일인데 한 달 만에 운영자 하나 남았다? 그건 조금 곤란한 일이다.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으니 이제 고요하게 신청서 접수를 기다리면 된다. 그 시간이 곤란해지지 않게 새로운 달의 글쓰기 주제를 추려보았다.


예전에 가입했던 글쓰기 모임의 주제는 굉장히 추상적이었다. 애초에 권위 있는 작가가 운영하는 모임이었고, 신문 기자분이 회원일 정도로 글쓰기를 수월히 생각하는 분들이 모였다. 어느 주의 주제는 ‘외로움’이었으며 또 다른 때엔 ‘달콤함’이었다. 단어 하나가 주제로 나오니 글감의 범위는 엄청나게 넓어졌다. 서로가 쓴 글을 읽는 맛이 쏠쏠했지만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내가 운영하는 모임은 그것과 결이 달랐다. 일종의 ‘글쓰기 초보자’들을 위한 성격이 컸고, 글을 지속적으로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맞춤이었다. 이런 분들에게 추상적인 단어 하나를 주제로 턱 내어버리면 곤란해질 것이다. 매주 주제를 듣자마자 쉽게 어느 한 장면이 떠오르면 좋겠다. 아, 이걸 써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 대체로 첫 문장은 손쉽게 써진다. 그 즐거움을 최대한 많은 이들이 맛보았으면. 더불어, 간단한 예시 문장도 제시하는 것이 좋았다. 문장을 어떤 식으로 구성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에게 구체적인 예시는 등대가 되어준다. 다음 달엔 운영자인 나 역시 주어진 주제로 함께 글을 써볼까, 생각 중이다.


신청서를 받는 일주일이 흘렀다. 깃털 하나가 공중에서 찬찬히 떨어지는 속도로 시간이 지나갔다. 기존 회원분들 중 다음 달에도 하겠다 신청하신 분은 딱 3분이었다. ‘아무도 없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해왔던 터라 무척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오픈 채팅방은 나를 포함해 4명만이 남았다. 곧 여기에 새로 신청한 회원분들이 들어올 것이다(존재한다면). 나는 과연 다음 달에도 모임을 운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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