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 리모델링

2기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by 김지현

나이쓰 2기의 신청이 마감되었다. 1기의 회원분들 중 3명, 그리고 새로 신청해 주신 분들이 5명. 2기는 총 8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었다. 정오가 지날 무렵 한 분, 한 분씩 문자로 간단한 인사와 함께 오픈 채팅방 링크를 보내드렸다. 뒤이어 채팅방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늘 그렇지만 처음은 어색하면서도 설레는 일이다. 8분의 간단한 자기소개를 확인한 뒤, 글쓰기 카페 링크를 마저 안내했다. 채팅방과 카페를 하나씩만 운영하는 게 과연 효율적인가, 고민이 되기 시작했지만 일단 두 달째 진행한 뒤 생각해 봐야지.


8월에 시작되는 2기. 더위는 싫지만 여름이라는 계절 자체가 좋다. 쏟아지는 풍성한 과일과 휴가, 1년 중 제일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래서 주제는 ‘여름’으로 정했다. 물론 운영자의 권한이다. 단, 글을 쓸 때 막막하고 고민되지 않도록 세부적인 글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노트를 펴놓고 마인드맵을 작성하며 글감을 만들어 나갔다. 가장 먼저 머리가 깨지게 시원한 음료가 생각났다. 물론 내가 주로 마시는 건 아이스 아메리카노였지만 이 계절만큼 에이드와 프라푸치노가 맛있는 때는 없다고 생각한다. 여름에 즐기는 음료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기에 매력적인 글감으로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음료를 즐겨 마실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마시는 여름 음료는 커피밖에 없었다. 와, 내가 즐기는 음료의 범위가 이렇게나 좁다니. 새삼 깨달았다. 이렇게 음료에 관한 글감을 하나 저장해 두었다.


여름이 되면 즐겨 먹는 과일도 하나쯤 생긴다. 나에겐 복숭아. 아예 끼니를 때울 정도로 사랑한다. 사계절 뿅 나오는 과일이 아니므로 이 한철, 아끼지 않고 복숭아에 돈을 투자한다. 청과점에서 더 이상 달콤한 복숭아 냄새가 나지 않게 되면 ‘이제 여름 다 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여름은 계절적 특징이 제일 뚜렷하다. 심지어 지구 온난화로 기간마저 늘어나버렸고... 해마다 돌아오는 여름이면 고정적으로 하는 일들이 있지 않을까? 나처럼 특정 과일을 자주 사 먹을 수도, 가족들과 휴양지로 때마다 놀러 갈 수도 있다. 아무래도 휴가는 여름철에 몰리기 마련이니까. 또는 늘어나는 모기 때문에 모기약을 떨어지지 않게 장만하기도 한다. 각자 여름에만 행하는 특별한 일을 글로 살펴보면 얼마나 재밌을까? 하는 생각으로 ‘여름철에만 하는 일’이라는 글감을 또 하나 저장했다.


이런 식으로 대서양처럼 넓었던 빈 노트는 헝클어진 생각과 글자들로 빼곡히 채워진다. 경험과 기억을 더듬어 매만지다 보면 글감이 나온다. 잊지 않고 몽땅 적어둔다. 차곡차곡 쌓이면 언젠가 또 반짝 빛나며 아이디어를 줄 테니까. 앞으로 공개될 4가지 글감을 정리해서 문서에 깔끔하게 저장했다.


모임이 시작되면 일종의 행정적인 절차(?)로 인해 운영자는 분주하다. 신청서에 적어주신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닉네임 등을 기록한다. 간혹 신청자-모임에서의 닉네임-입금자, 이렇게 세 부분이 불분명할 때가 있다. 첫 달에 신청서 폼을 어설프게 제작한 탓에 크게 고생을 했다. 덕분에 2기 신청서 폼은 세 부분을 명확히 구분 지어 만들어 놓았다.


Screenshot 2025-09-09 at 14.16.27.JPG 2기 신청서 양식 중 일부


신청 명단과 닉네임을 짝 맞춰 두고 채팅방으로 들어오는 분들에게 환영의 인사를 건넨다. 사실 문자나 카톡으로는 늘 ‘용건’만 전하는 성향이라 이 부분이 생각보다 고되었다. 자칫 잘못하면 형식적인 인사로 비칠까 우려한 나는 이모티콘으로 나팔까지 불어가며 부지런히 환대했다. 아직 모임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여기서 에너지를 다 뺏길까 봐 조금 두려웠다. 그래도 하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안 해본 일이라 그저 쑥스러워서 그래.

신청하신 닉네임과 채팅방의 이름이 같은지 확인한다. 지난 기수부터 이어온 3분은 이미 카페에 가입되어 있지만 새로 오신 5분은 미가입 상태였다. 카페 가입을 안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핸드폰엔 ‘카페 가입 신청’ 알림이 울렸다. 비공개 카페로 설정하면 반드시 운영자의 수락이 있어야 했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8분의 가입 신청을 모두 수락하고, 카페를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모집 기간에 카페는 이미 정돈을 마쳤다. 만들 땐 자신 있었지만 지금 보니 삐툴빼툴 서투른 카페의 대문 사진도 다시 제작해 업로드했다. 카페에서만 반나절을 보낸 것이다. 덕분에 첫 화면이 그럴싸해 보였다. 첫 글쓰기가 좀 더 수월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글도 자세히 작성했다. 아무리 안내용 채팅방이 있다지만 지나친 긴 글을 문자 형식으로 보면 피로감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스물한 명의 1기에 이어 2기는 단출하게 8명으로 시작했다. 회원 수가 다소 적어 아쉽기도 했지만 또 그만큼 각각의 글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고 피드백에 할애하는 시간이 넉넉할 것 같아 이건 또 이대로 만족스러웠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시작하려는 나의 성미는 때때로 힘겹게 한다. 모임 하나를 새로 만들어 바닥부터 올라가 본 적은 처음이다. 곳곳에 내 손때가 묻어있다. 경험이 없기에 부족한 면이 있는 건 당연하다. 고작 한 달 운영했지만 개선해야 할 점들이 쏟아졌다. 그걸 질책하기에 앞서, 더욱 좋은 모임을 만들려 하는 내 마음을 껴안아 주어야 하지 않을까. 늘 자신을 채찍질하느라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왔던 나는 실로 오랜만에 나를 다독였다. 글쓰기 모임을 두 번째 달에도 운영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가입해 주신 회원 분들에게도, 그리고 미숙하지만 계속해서 나아가는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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