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는 죄가 없다.
인생의 축제처럼 맞이한 스무 살과 달리, 서른의 시작은 새벽녘의 어스름 안개처럼 불안감을 줍니다.
어쩌면 20살이란,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고 선물처럼 맞이하였기 때문에 축복과 같은 성인으로 성장이었지만 30살이란 어떠한 가이드라인 없이 내가 온전히 선택한 결과물로 맞이하는 첫 변화이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29살에서 30살로의 성장은 '미완성'과 '불완전'이라는 수식어와 더욱 친밀합니다.
29살의 나를 좀 더 온전히 이해하고 위로하며,
이 글을 읽는 29살의 당신, 29살이 될 혹은 29살이 이미 지난 모두를 위한 시선을 담으려 합니다
29는 죄가 없다
위키백과에 29를 검색해보면 아래와 같은 설명들이 나온다.
29(이십구)는 28보다 크고 30보다 작은 자연수이다.
(그렇지)
수학
- 10번째의 소수이다. 앞의 소수는 23이고, 다음은 31이다.
- 일의 자리의 숫자가 9인 수들의 성질로, 2+9=11, 11+18=29이다.
(이것도 그렇지!)
과학
- 구리(Cu)의 원자번호.
(아.. 그랬었나?)
기타
- 달력에서 윤년일 때 4년마다 2월은 29일까지 있다. (총 366일)
-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인 전두환은 군사 반란 및 비자금 축재로 추징금을 환수당하면서도 "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는 말을 하였다.
(29를 검색하고 이런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 최근까지 올림픽은 총 29회가 열렸다.
- 대한민국의 29번 국도는 주로 보성과 광주광역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 짱구는 못 말려에서 짱구 엄마 봉미선의 나이는 29세다.
사실 별생각 없이 검색해 본거였는데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어린 시절 생각 없이 즐겨보던 만화영화 짱구는 못 말려의 짱구 엄마는 항상 나이 많고 주름살 지고 뱃살까지 축 져진(?) 굉장히 나이 든 사람으로 표현이 되곤 했다.
이 만화영화가 나온 게 1992년도라고 하니 그때 당시의 정서상에는 29살의 이미지는 그랬나 보다.
그리고 더욱 무서운 사실은 이렇게 표현되던 짱구네 엄마의 이미지는 그대로 수용되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째 억울해지고 여자 봉미선 씨에게 미안해진다.
29...
21세기는 100세 시대라는데 인생의 1/3 지점도 지나지 않은 29살이라는 나이에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또 두려워하는 것일까?
29 다음은 30이다.
19살 고3을 마지막으로 초-중-고의 정규 교육과정이 끝나고, 대다수가 20살이라는 설레는 처음을 맞이 한다.
스무 살은 청춘, 새내기, 신입, 사회초년생 등등의 다양한 수식어로 표현되곤 한다.
모두가 비슷비슷한 초-중-고의 학창 시절로 10대를 보내고 난 뒤
처음으로 '나'라는 존재로 인식되는 시기이다.
스무 살이 된 우리는 대학교에 진학을 하거나, 재수를 하거나, 취업을 하거나 또는 창업을 하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각자도생의 길을 간다.
그렇게 몇 년을 각자도생의 길을 걷다 사회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결혼을 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삶의 전환점을 맞이 하는 시기가 온다.
그 시기가 대개 29살~30살 전후이다.
요즘은 결혼 적령기도 늦어지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들의 비율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보니 결혼은 언제 하고, 출산은 언제 해야 돼 라는 잣대를 들이 미는 것 자체가 많이 불편한 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다.
19살에서 20살이 되던 때는 그렇게 설레고 흥분되고 모두에게 축하받는 입장이었는데,
왜 29살에서 30살이 되는 지금은 이렇게 막연하고 두려운 기분이 드는 것일까?
어쩌면 20살이란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고 선물처럼 맞이하였기 때문에 축복과 같은 성인으로 성장이었는데 ,
30살이란 어떠한 가이드라인 없이 내가 온전히 선택한 결과물로 맞이하는 첫 변화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29살에서 30살로의 성장은 '미완성'과 '불완전'이라는 수식어와 더욱 친밀하다.
인터넷에 29살 여자 혹은 남자로 검색을 해보면 참 흥미로운 검색 결과가 나온다.
'29살 여자인데 n 년을 만난 남자 친구와 얼마 전에 헤어졌어요. 새로운 남자를 만나기 어렵겠죠?'
'29살 남자인데 자산 x만원을 모으지 못했는데 어떡하죠?'
29살에서 30살로의 성장은 비단 여자에게만 두려운 시기가 아닌가 보다.
사실 29라는 나이에 대해 매일매일 치열하게 의식하며 살아오지 않았는데,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 29살과 사회에 대해 프롤레타리아 같은 계급의식이 샘솟는 기분이다.
아니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이 글들은 29살의 나를 좀 더 온전히 이해하고 위로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쓰기 시작한 것이다.
29는 죄가 없다.
올해 나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는 '엄마가 하지 말라는 것 하기'이다.
물론 나의 가치관이 허락하는 선에서.
그래서 올 해는 롱보드, 뮤직 페스티벌 가기, 스터디, 책 읽기, 베이킹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열심히 하는 중이다. 스스로 돌아볼 때 아쉬움이 없는 29살로 기억하고 싶어서.
29살의 나,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29살의 너,
29살이 될 혹은 29살이 이미 지난 모두, 오늘을 빛나는 존재로 살아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