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are you from?"
여기에 쓰는 글들은 개인적인 경험담들을 풀어내는 것이니
일반화 시키지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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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준생 시절이었다.
한창 world job, k-move 등등이 붐이었다.
그때 당시의 나는 한국 대기업 취업에는 크게 뜻이 없었다.
공기업에 취업한 큰언니가 매일 매일 야근과 회식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같은 쫄보는 분명 업무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큰 병에 걸릴것만 같았다.
아이러니 하게도 결국에는 한국으로 돌아와 공공기관에서
야근과 주말근무를 밥먹듯이하고 영혼을 갈리며 일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는 해외 취업을 하고 싶었다.
일반 국민들의 해외 여행이 자유화 되던 1990년대에 태어나서였는지
글로벌, 세계화와 같은 단어들이 아주 친숙 했다.
대기업 취업에 큰 뜻이 없는듯 했지만 한편으로는 추후 한국에서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도놀다온다는 이미지가 강한 어학 연수나 교환학생, 해외 인턴 보다는
직접 해외에서 근무를 해보는 편이 더 좋을것 같았다.
국제마케팅수업과 막학기에 교양으로 들었던 무역학원론 수업이
왠지 모르게 한국 밖으로 나가는 것의 심리적 문턱을 낮춰 주었다.
시간이 날때면 공채 정보 보다 월드잡 사이트를 더 열심히 들여다 봤다.
그러다 맘에드는 내용을 발견했다.
바로 싱가포르 무역 사무원 해외 취업!
해외 취업 국가로 싱가포르를 고른 이유는 몇가지가 있었다.
바로 치안수준, 다인종 국가라는 점
그리고 이건 나의 일방적인 오해긴 했지만
홍콩처럼 동서양의 산해진미가 넘쳐나는 미식 국가인줄 알았다.
아무튼 가장 큰 메리트로 다가온 부분은 바로 다인종 국가라는것이었다.
다인종 국가라면 그만큼 외국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앞서 말한것 처럼 나는 엄청난 쫄보이기 때문에 인종차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인종차별에 대한 두려움은 대학생때 호주로 한달 정도 봉사활동을 갔을때
직간접적으로 느꼈던것들 때문에 커졌을 수도 있다.
어쨌든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중간 단계는 생략하기로 하고)
결국엔 싱가포르에 취업을하여 일을 시작 하게 되었다.
싱가포르에서 일을 하면서 정말 지겹도록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내가 말 한마디를 하면 대뜸
어디서 왔느냐라는 질문부터 던졌다.
'여기 다인종 국가라며...'
영국의 지배를 경험한 싱가포르는 영국식 영어를 쓰는 나라다.
그런 싱가포르와 달리 International Stanadard라며
미국식 영어표현과 발음만 평생 배워온 나와 그들의 영어는 차이가 있을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다수의 싱가포리안들의 영어도 완벽하지 않다.)
초면에 어느 나라 출신이냐는 질문이 꽤나 괘씸하기도 했지만
당당하게 대답했다.
"I'm from Korea."
이 대답을 들은 상대방은 돌연 태도를 바꾼다.
"Oh~~~!!! Korea...!!"
한국인이라니... 니가 한국인이야..??!!!
그 뒤로는 자기가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들 이름과 tv프로그램 제목을 읊기 시작한다.
"육룡이 나르샤를 보았는데 너무 재밌다 너도 그거 봤니?"
"아니. 나 드라마 안 좋아하는데.."
"내가 본 방송에서는 한국인들이 영어를 못 하던데 너는 영어를 잘하네?"
"영어 못하는 한국인들도 있긴 한데 요즘 내 또래들은 다 영어 잘해."
대개 이런식으로 대화가 흘러간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내가 싱가포르에 있을때도 한류열풍이 엄청났다.
한국 아이돌들의 성공으로 화장을 하지 않던
싱가포르 여성들도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고 하고
한국의 빙수가게, 치킨집, 츄로스 가게, 비비고, 백종원 대표님의 프랜차이즈들 까지도 인기가 넘쳐났다.
물론 한국인이라고 나의 정체성을 밝히고 나면 두팔 들고 환영해주니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웠지만,
그들의 돌변하는 태도는 소위 탈룰라급이였다.
사실 그들이 나에게 어느나라 출신이냐고 물어본건 영어 발음만이 문제는 아니었을거다.
나의 외모가 그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stereo-type의 한국인과는 거리가 먼것이 더 큰 이유였을것이다.
그들이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소녀시대의 태연이나 송혜교처럼 새하얀 피부를 가진,
그러니까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싱가포르가 속한 아세안 사람들과는 두드러지게
다른 외모적 특징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자기 앞에서 말하고 있는 사람(나)은 자기들의 머릿속에 있는
한국인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어 보인다.
말투나 외모를 보곤 주변국에서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토록 좋아하는 한국 출신이라니!
그들의 이러한 태세 전환은 과연 이 나라가 다인종 국가로
인종 차별이 없는 나라가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마구마구들 수 밖에 없게 하였다.
전형적인 한국인의 외모였다면 이런 이중적 태도를 겪지 않았을텐데
어쩌겠는가.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외모는 어느 나라를 가든 최소 유학생활 3년차
또는 현지인 취급을 받을정도로 다국적 얼굴인데.
작년에 미국에 출장을 갔을때도 한 상점의 점원이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이런 외모가 아니었다면 그들이 정말로 모든 인종들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을수도 있다.
다인종 국가라서 모든사람에게 친절해야만 하고 동등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다인종 국가라는 타이틀에 가려진 그들도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다라는걸 알게 해주었다.
싱가포르도 백인과 동아시아권 출신에게는 매우 우호적이지만
다른 저개발국가 출신들에게는 우월의식을 드러내곤한다.
꽤나 서슴치 않게.
그리고 한가지 더 재미난 사실은 싱가포르 인구의 70%정도가
중국계임에도 불구하고 진짜로 중국에서 온 사람들(관광객)은 싫어한다는 것이다.
평소 친분이 있던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있을때
어디선가 시끄러운 무리가 들어왔다.
그들이 나타나자 점원들은 자기들끼리 보여서
"쟤들 또 나타났네. 정말 시끄럽고 싫어. " 이러면서 불만을 내비쳤다.
그들은 중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자신들이 구매한 제품을 환불하고 싶다고 며칠째 다시 찾아오며
진상을 부리는 중이었다. (구매 당시에 환불이 불가한 제품임을 알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장의 매니저가 어렵사리 상황을 정리하고 그들이 자리를 떠나자
다른 점원들은"역시 중국인들.. ㅉㅉ"이런식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것이다.
놀랍게도 이 말을 한 장본인도 중국계 싱가포리안이었다.
이후에도 비슷한일을 몇차례 더 겪었다.
이런 경험들을 하고나니 다인종 다민족 국가, 국제도시라는 싱가포르에 도착하고서야
왜 고등학교 사회문화 시간에 문화 상대주의라는 개념에 대해
주구장창 배웠는지를 느낄수 있었다.
인간은 줄 세우기와 편가르기를 좋아한다.
그것은 어쩌면 자연에 가까운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문화 상대주의를 학습해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인종차별을 피해서 찾았던 싱가포르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Where are you from"이었던 것이다.
글을 다 쓰고난 이 시점에 알게된 사실인데 이러한 현상을
의외로 나만 느낀것은 아니었나보다.
싱가포르 거주 경험이 있는 꽤나 많은 한국인들이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경험했는데
이것은 싱가포르의 독특한 다인종주의에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나중에 알게된 것이지만 이는 싱가포르가 다인종을 다루는 방식이 다른 나라와 다른 데서 기인한 것이었다. 싱가포르는 인종을 숨기는 게(동화주의) 아니라 드러내는 방식(다인종주의)으로 다문화를 구현, 인종과 민족을 사회적 분류의 한 수단으로 의식적으로 드러내는 전략을 채택했다. 즉 싱가포르는 1965년 8월 신생 독립국으로 출범하면서 '아시아의 멜팅폿'(melting pot·인종 문화 등 여러 요소가 하나로 융합 동화되는 현상)을 국가 정체성으로 삼았다. 다양한 민족 정체성은 아시아에서 싱가포르 만이 가진 유일무이한 특질이 됐고 오히려 사회통합의 자원으로 등극했다. '멜팅폿' 싱가포르의 공용어는 영어·중국어·말레이어·타밀어(인도) 4개이며 모든 국민은 기본어 영어와 모어(중국어·말레이어·타밀어 등) 등 최소 2가지 언어를 구사한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808300952019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