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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earest Blue Dec 29. 2019

싱가포르에서 지겹도록 가장 많이 들었던 말-2-

"I don't know."

싱가포르에서 지겹도록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시리즈 두번째

 "I don't know."



싱가포르하면 우리나라 못지 않게 학구열이 매우 높기로 유명하다.

아니 어쩌면 한국보다 더 심할지도 모른다.

전세계 학생들의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PISA 시험에서도 매년 상위권을 유지할 정도다.

그래서 싱가포르에 가기 전에는 모든 싱가포리안들은 

나같은 일반 한국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스마트할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싱가포르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말 

두번째가 'I don't know'라니 너무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그런데 놀랍게도 사실이다.




1. 한국에서 한참 스타벅스 히든메뉴라는게 유행하고 있을 때였다.

회사에서 같이 근무하던 언니는 평소 스타벅스를 애용하던 분이었다.

스타벅스 히든메뉴 중 트윅스 프라푸치노를 먹고 싶었던 언니는 

집 근처 매장을 찾아가 주문을 했다.

그런데 알바생은 그런 메뉴는 만들줄 모른다고 대답하였고

언니는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고 하여 카운터에 가니

커피와 카라멜 프라푸치노 두 가지가 따로 따로 나왔다고 한다. 



2.싱가포르의 지마켓은 qoo10에서 필요한 물건 몇가지를 주문했다.

어떤건 미국에서, 어떤건 중국에서 오는 국제 배송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싱가포르 현지 배송이었다.

같은 날짜에 주문한 상품들이 제각기 다른 날짜에 도착했다.

당연했다. 배송 출발지가 다르니까.

국제 배송이 발달한 싱가포르는 보통 해외 배송이 2~3일정도면 도착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보내거나 중국에서 오는건 배송이 굉장히 빠른편이다.

그런데 여러 상품들 중에서 유난히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게 있었다.

바로 싱가포르 현지 배송 상품이었다.


다른 택배들은 다 도착 했는데 현지배송이 일주일 넘게 안 오고 있는것이었다.

혹시 택배가 유실된 건 아닐까 싶어서 아무리 조회를 해봐도 그대로였다.

우리 나라의 택배서비스는 

지금 택배가 어디에 있는지 (옥뮤다 삼각지에 빠진건 아닌지)

몇월 몇일 몇시쯤 도착한다까지 조회가 되는데,

싱가포르 택배는 한국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저 택배의 배송 상태만 조회 될뿐이었다.

택배회사에 문의 메일을 보냈다.

"내가 xx월 xx일에 주문한 상품이 아직 안 오고 있는데

언제쯤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을까?" 

하루가 지나고 받은 메일은

"지금은 택배 기사가 수령해서 배송 중이다. 언제 받을수 있는지는 택배 기사만 알고 있다."

그 정도는 말 안 해줘도 알거 같은데....  



3. 미얀마에 출장을 가신 부장님이 노트북 배터리를 국제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회사에서 평소 이용하던 택배회사를 불렀다.

그런데 택배회사 직원은 배터리를 국제 우편으로 보낼 수 없다는게 아닌가!

그래서 이유를 물어보니 돌아온 대답.

"I don't know."

이 말은 언제나 특유의 당당함을 함께했다.


아니... 그러니까 왜 안 되냐고. 

아무리 물어도 연신 아이 돈 노우만 대풀이 하길래

구글링을 했다.

해외 배송을 하는 경우엔 배터리는 본체에 부착된 상태로만 가능한것이 이유였다.

한국이라면 이런 질문을 하면 너무나 쉽게 대답을 들었을텐데.

'역시 서비스는 한국이 최고시다.'를 속으로 외쳤던 기억이다.




4.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피자를 먹기로 해서 근처에 피자헛을 방문했다.

점심시간때쯤이어서 매장은 꽤나 붐비고 있었다.

우리는 피자 세트와 함께 치즈스틱을 추가로 주문했다.

자리에 앉아서 음식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영수증을 보고 있었다.

영수증을 확인하다 보니 우리가 추가로 주문한 치즈스틱이 빠져있는게 아닌가.

그래서 우리의 주문을 받은 홀 매니져를 불렀다.


"우리 치즈스틱 추가로 주문했는데 이게 포함이 안 되어 있네?"

이렇게 이야기를 하자 돌아온 답변은 너무나 황당했다.

"아~ 너가 치즈스틱 가격을 지불을 했어야지 내가 치즈스틱 주문을 추가하지~

너가 돈을 안 냈잖아~"


너 지금 뭐라고 하는거냐....

니가 주문을 받았어야 내가 돈을 내지!

따지고 싶었지만 여러 일들을 겪고나니 

그냥 이런 일쯤은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아주 흔하디 흔한 일이 되고 말았다.



싱가포르에서 "I don't know."가 이렇게 흔하디 흔하고

지겹도록 들은 말이 되었던 배경은 아마 양분화된 교육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고3때 수능 시험을 치루고 대학교 진학 여부로 미래가 결정되곤 한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의 수능과 비슷한 시험을 초등학교 4학년때 본다고 한다.

PSLE라는 시험 결과에 따라 학업을 계속 하거나, 중학교때 부터 직업 학교를 진학하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그렇다 보니 일부 상류층 엘리트들의 경우엔 정말 정말 스마트하고 뛰어나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대부분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한국의 서비스 수준이 높은것이 

수 많은 진상손님들로 인해서 그들에 대응하다 보니 완성된 것은 아닐까 하는 씁쓸함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관공서나 기업에 문의사항을 상담하려고 전화를 걸때면

감정 노동자인 상담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통화 내용이 녹음된다는 

안내멘트를 들을때 마다 이런 기억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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