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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earest Blue Dec 29. 2019

부자나라 싱가포르엔 최저임금이 없다

싱가포르하면 떠오느른 수식어가 있다면

당연 1인자는 바로 '부자나라'일것이다.


전세계의 부자들이 이민가고 싶어하는 나라로도 손꼽힐정도로 

부자들을 위한 제도들아 잘 준비되어 있다.

법인세도 한국보다 낮은 17% 정도이며 세금 부담도 낮은 편이다.

그 세금에는 상속세, 증여세 등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덕분인지 작년에만 전세계의 부자 1000여명이 싱가포르로 이민을 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훠궈 체인점으로 유명한 하이디라오의 창업자인 장용도 

싱가포르의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한다.





이런 말만 들으면 싱가포르는 꿈의 나라처럼 느껴진다.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 정도의 크기의 나라에 

깨끗하고 치안 좋고 교육 인프라도 잘 되어 있는 부자나라 싱가포르!

이곳에 가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만 있을것 같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의 랭킹에도 심심치 않게 오른다.

싱가포르의 총리도 빈부격차 해소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한다.



싱가포르에서 일을 하던 곳은 한국의 기업들의 아세안 지역 수출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

근무했던 회사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미얀마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도 

사업을 하고 있었고 몇몇 직원들은 베트남 쪽으로도 자주 출장을 다녔었다.

그리고 2015~16년도는 막 'ASEAN 10개국'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싱가포르와 주변 나라들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야만 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대사관에서 하는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이날은 매킨지에 소속된 컨설턴트가 나와서 커져가는 아세안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연을 한 날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매킨지의 컨설턴트가 알려준 보고서를 읽어보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ASEAN community는 지리적으로 동남아 국가로 분류되던 나라들 중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10개 나라가 경제, 정치, 안보적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탄생시킨 개념이다.

이들에게는 한가지 큰 고민이 있었는데 10개의 나라를 하나로 묶기는 했으나

각 나라들이 처한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너무나 제각기 달랐다.

그 중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싱가포르에는 최저임금이 없다는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저개발국가인 미얀마 등에도 존재하는 최저임금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로 불리는 싱가포르에는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중 하나인 최저임금제도가 없다.

각 직원 개개인의 임금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합의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다.

내 능력이 좋다면 얼마든지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하한선이 없다는 것도 의미한다.




룸메이트 동생이 미얀마 출신 직원 A의 초대를 받아 같이 집들이를 갔었다. 

도착해 보니 우리 외에도 다른 직원들과 인턴인 어린 직원 B도 그자리에 와 있었다.

어린 인턴 직원B는 회사 사장의 친구 아들로 

호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금수저인 친구였다.

그 친구는 아이패드를 갖고와서 구글맵을 통해 호주에서 살고 있는 자신의 집을 보여주었는데

(무슨 맥락에서 갑자기 보여준건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수영장이 딸린 단독 주택에 마당에는 차가 2대 주차되어 있었다.

한 대는 누나 차, 다른 한대는 본인차라고.


그리고 나는 거실에서 tv를 보며 놀고 있던 중 방이 더워 환기를 시키려고 

자리에서 일어 났다.

그리고 베란다에 쳐진 커텐을 걷으며 동시에 

"나 창문 열어 되?"라고 물어 보았다.

집에 초대해준 A는 안 된다고 대답했지만

행동이 말보다 앞서버린 순간이었다.


커텐을 걷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있었다.

창문도 없는 베란다에 누군가의 침대와 살림살이가 쌓여 있는게 아닌가.

그때 왜 A가 다급하게 창문을 열면 안 된다고 대답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 방의 주인은 자리에 없었다.


집 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은

쉐어룸 하우스가 굉장히 많다.

나 역시도 친구들과 방 하나를 렌트해서 지내기도 했고

한인 부부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방 하나를 쉐어해서 지내기도 했었다.


그런데 베란다라니... 이건 너무한거 아닌가.

생각해보니 쉐어룸으로 이사가기 전 방을 구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찾아보니

정말 상상도 못할 수준의 방들이 매물로 많이 올라와 있었다.

어떤 방은 해리포터가 살던 이모네 집 계단 방을 떠올리게도 했었다.


인턴 B의 으리으리한 집을 구글로 구경한 뒤여서 그랬는지

커텐을 연 순간 싱가포르의 빈부격차를 몸소 체험한 기분이 들어 한참을 어쩔줄 몰랐던 기억이 난다.




이 최저임금 제도가 없다는것은 싱가포르에 여러 역할을 했다.

일명 3D산업 종사자들은 낮은 임금을 받아도 노동력을 제공할 의향이 있는

주변 아세안 국가나 파키스탄 등의 출신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여성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가정부를 고용할 수 있어 가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회에 진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최저임금제도가 없기 때문에 싱가포르의 유명대학 출신인 현지인들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 커리어를 시작하기는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비해 노동시장에 굉장히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어

보통 한 회사에서 1년 정도 근무를 하면 연봉을 점프업 시켜서 이직 하는 경우가 정말 흔하다.


그런데 때로는 이 제도가 한국인들에게도 큰 피해를 입히곤 한다.

현지사정을 제대로 모르고 유학 업체나 정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싱가포르에 취업한 학생들이 그 피해자들이다.


룸메이트 동생이 핸드폰이 망가져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서 방문했던

싱가포르의 지하상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을 만난적이 있는데,

그 친구의 경우 월급이 600~800 싱가폴달러 (한화 50~70만원)에 

나머지는 인센티브로 받는다고 했었다.

이 정도 수준의 월급이면 그야말로 방값을 내고 나면 남는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아마 저정도의 수준도 그나마 한국인이라서 많이 쳐준게 아닐까 싶다.

싱가포르에서는 낮은 임금으로 인해서 자국으로 도망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고

그것을 막기 위해서 고용주들이 여권을 빼앗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러니 무턱대고 싱가포르는 부자나라이고 이직의 기회가 활발하니 

한국보다 취업이 쉬울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한국에 비해서 실업율이 낮고(평균 1% 수준), 

다국적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서 좋은 기업에 취업할 확률도 높은것은 분명하다.

연봉도 천차만별이고 복지제도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한국보다 더욱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국가다.

그말인 즉슨 내가 정말 실력이 좋아야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인터넷에서 광고하는 싱가포르 취업 정보에 덥석 해외 취업을 결심하지는 말자.

원하는 job이 있으면 아래의 사이트를 참고해 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https://www.indeed.com.sg/?from=gnav-jobsearch--jasx


그리고 기업이 일하기 좋은 나라가 내가 일하기 좋은 나라를 의미 하지 않는다는 점도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외 글 작성을 위한 참고 사이트

https://blog.naver.com/daishin_blog/221588890260

https://news.joins.com/article/23468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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