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에세이를 잘 쓰고 싶다
브런치 작가 초대전 '글의 맛'에 당첨되어 지난 목요일 연남동에 다녀왔다.
온라인 편집샵 29CM의 카피라이터로 활동 중인 이유미 작가님의 글을 평소 즐겨 읽던 차 무척 가고 싶었고 이벤트 참여도가 굉장히 높았는데 가게 되어 기뻤다.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한 끗 차이란 과연 무엇일까?
어렸을 적의 강제성이 따랐던 일기 쓰기 숙제에서 졸업한 이후에도 나는 몇 년 더 자율적으로 일기를 썼다. 지금은 비록 가장 예쁜 디자인의 노트를 찾으려 열정적으로 쇼핑하던 것도 오래전 일이 되었고 절반 정도 쓰다 만 일기장만 차곡차곡 쌓여있지만. 분명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겠다는 연초의 열정 혹은 기록의 차원에서 한동안은 열심히 일기를 적어 내려갔었다.
일기 쓰기를 중단했던 건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매일이 똑같아져 버렸기 때문이다. 출근해서 오늘은 무슨 업무를 했고, 몇 시에 퇴근했고... 이게 업무일지인지 일기인지 당최 구분이 안가네. 에이, 그만 쓰자.
사실 일기와 에세이를 동일선상에 놓고 생각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단순 사건의 기록에 그쳤을뿐더러 생각 없이 마구 휘갈겨 쓰던 일기에 반해 에세이를 쓸 때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지 고민도 하며 하나를 쓰는데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글을 쓸 때 체감하는 것부터가 매우 달랐던 것이다. 무료하고 단순한 일상에서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이야깃거리를 선별해내는 것이 한 끗 차이가 아닐까 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날 장소는 카페 '연남 방앗간'으로, 마침 궁금했던 곳이었던지라 여기저기 구경해 보았다. 쌀이 가래떡이 되듯 일기가 한 권의 에세이로 변하는 '글 짓는 방앗간'의 느낌으로 이 곳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래떡과 꿀이 제공되었고, 카페의 메뉴 중 하나인 고소한 참깨 라떼도 맛볼 수 있었다. 보통의 일반적인 강연장과는 다르게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듣는 분위기에서 작가님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
1) 일기 : 감정을 시간순으로 나열 / 쓰는 사람 중심, 의식의 흐름대로 작성
2) 에세이 : 감정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들어 맥락을 파악하고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서술 / 읽는 사람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잘 읽힐까를 고민해야 함
에세이 작성에 대한 조언
의미를 의도한다 - 독자는 글에서 메시지를 찾기 원한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을 쓴다 - 내가 정말 쓰고 싶은 이야기인지 생각해야 한다
되도록 한 번에 쓴다
툭, 끝나도 된다 -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라
한 두 가지 이야기를 접목해본다
꾸준히 쓴다
닮고 싶은 작가의 에세이를 많이 읽는다
보여준다 - 써놓고 본인만 보면 일기나 다름없다
빨리 쓴다
짧은 휴식을 가지고 시작된 2부에서는 평소 가지고 있던 글쓰기 고민에 대해 작가님이 답변하는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여러 참여자 분들의 질문이 이어졌으며 아래는 나의 질문에 대한 작가님의 답변이다.
Q. 평소 이유미 작가님의 글에 책의 문구가 자주 인용되는 걸 볼 수 있다. 나도 해보고 싶었지만 인용할만한 좋은 문구가 자주 눈에 띄지 않아 활용하기 어려웠다. 에세이 내용과 어울리는 다양한 문구들은 평소 독서하면서 자주 메모해뒀다가 적절한 때 사용하는 건지, 아니면 글을 쓰시다가 자연스레 떠올리는지 궁금하다.
A. 인용을 시기적절하게 넣으면 글의 신뢰도가 올라간다. 평소에 도서 별로 파일을 생성해서 따로 정리해 놓는다. 문서 내 문장을 검색해서 인용 문구로 넣고 응용하곤 한다. 다른 작가의 에세이를 필사하다 보면 글을 쓰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때도 있다.
아니면 순서를 바꿔서 먼저 좋은 문구를 발견하고 그 문구에서부터 글을 쓰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글 흐름상 인용문구를 넣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한 판단은 글을 쓰는 본인이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좋은 에세이를 어떻게 하면 쓸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조언이 필요했다. 그 방향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어 유익했고, 개인적인 고민에 대해 작가님의 답변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글을 꾸준히 써야겠다는 마음을 새삼스레 다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의지도 집중력도 모자란 나는 펜만 들었다 놓았다 하며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가기 일쑤였는데, 이번 작가와의 만남은 조금씩 게을러지는 나에게 더 열심히 써보자며 북돋아주는 시간이 되었다. 머릿속 이곳저곳에 흩어진 나의 일상들을 번듯한 에세이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글의 맛을 살려 부지런히 써나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