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점 폐업 이야기 1
코로나19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몇 개월이면 끝나겠지’라고 생각했던 나의 순진함을 비웃듯 1년이 훌쩍 넘어갔다. 길거리에서 마스크 쓰지 않은 얼굴을 본 게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뉴스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이야기가 넘쳐났다. 식당, 헬스장, 학원, 슈퍼마켓 등 소규모의 가게와 상점들이 손님 없어 고전하고,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는 레퍼토리를 매일 접했다. 한동안 TV를 켜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문구점 역시 상황이 좋지 않았다. 학생들의 등교일수가 확 줄면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학부모들은 큰 문구점이나 생활용품점에서 필요한 것을 사고, 찾는 게 없을 때 비로소 문구점에 들리곤 했다. 아이들도 조그만 슬라임과 과자만 사러 잠깐씩 들렀다. 코로나 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은 절반 정도로 뚝 떨어졌다. 정기적인 생활비라도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허리를 조였지만, 눈치 없이 오르기만 하는 물가 앞에 한숨만 나왔다. 게다가 가게 월세일은 왜 이리 빨리 돌아오는지….
말 그대로 버텨나갔다.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했다. 그렇지만 별수 있나. 당장 먹고 살아야기에 허튼 생각을 떨쳐 버렸다. ‘요즘 같을 때는 뭐든 다 힘들겠지’ 스스로 주문을 외우면서 끝까지 버티려 했다. 하지만 역시 세상은 날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우리 문구점 수백 미터 거리에 초대형 문구점이 생긴 것이다. 수십 대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갖춘 창고형 문구점이었다. 거기서 나눠주는 전단을 보니, 정말 없는 것이 없었다. 장난감부터 학용품, 생활용품까지…. 살 마음이 없더라도 그곳에 들어가면 두 손 가득 사 가지고 나올 것 같았다.
더 황당한 것은 가격이었다. 대부분이 10~20% 할인이었고, 신학기 용품은 거의 절반에 팔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이런 가격에 팔 수 있지…. 절로 헛웃음만 나왔다. 게다가 전국 배송이란다. 문구점이 아니라 기업이었다. 하릴없이 옛 유행가 노랫말이 떠올랐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사실 예전부터 매출은 점점 떨어졌었다. 입학하는 학생은 줄어가고, 학교에서도 웬만한 준비물은 나눠줘 학생들은 굳이 문구점에 올 필요가 없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근처에 큰 문구점들이 생겨 손님들은 점점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새로 생긴 문구점이 더 싸고 좋은 게 많대.”라고 수군대는 손님들을 황망하게 쳐다만 볼 뿐 나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마치 수십 차례 잽을 맞은 것처럼 우리 문구점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 같이 간신히 링 위에 서 있기만 했다. 그런 상황에서 공룡과도 같은 코로나19가 나타나 핵펀치를 휘두른 셈이다. 카운터펀치였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더 이상 버티기는 힘들겠구나.’라는 씁쓸한 고백과 함께 백기를 들었다. 뉴스에서 수없이 보았던 가게들의 폐업 소식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의 이야기였다. 내 가게의 슬픈 이야기였다.
그러던 중,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장사는 잘 되냐며 물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혹시 다른 일 해보지 않을래요? 카페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