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계약직을 신청하며
오늘도 물류센터에 간다. 그런데, 마음가짐이 전과는 다르다. ‘웰컴데이’로 출근하기 때문이다. 웰컴데이는 계약직 채용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실제 업무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웰컴데이 때는 아예 근무하는 도중, 면접까지 본다.
물류센터 ‘단기 근무’와 ‘계약직’이 하는 일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단기 근무만으로 쭉 일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매일 근무를 신청해야 하고, 신청한다고 다 확정이 되는 것도 아니다. 물류센터마다 당일 TO가 확실히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확정되어서 일하는 날보다 오히려 불확정되는 날이 많다.
나 역시 단기 근무하다가 다른 쪽으로 차차 진로를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취업은 녹록지 않았고, 단기 근무가 불확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이 집에서 쉬고 있다는 것이 마음 편치 않았다. 중학생이 되어 점차 큰돈이 들어가는 아들의 얼굴도 눈에 밟혔다. 아내의 낯빛도 점점 어두워졌다. 계약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왕 하는 것이니 야근 수당이 붙는 오후 조(7시~새벽 4시)로 신청했다.
웰컴데이라 특별한 것은 없었다. 이미 시청했던 안전 교육과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았다. 이후 물류센터에 관한 영상을 시청 후, 작업장으로 움직였다. 내가 가보지 못했던 2층이었다(다른 건물의 4층 높이). 반장님께서 입고, 그중에서도 진열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다. 웰컴데이라 그런지 더 자세히 알려주시는 것 같았다.
밤 근무라 약간 몸이 무거웠다. 그것 빼고는 해봤던 일이라 수월하게 했다. 11시에 밥을 먹고, 한 시간 쉬고 다시 일했다. 새벽 3시쯤 되었을까. 면접한다고 호출이 있었다. 하던 일을 멈추고, 1층 사무실로 들어가 면접을 봤다. 단체 면접이었다. 나까지 8명. 두 명(대학생, 30대) 빼고는 나와 거의 동년배였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저들에겐 각자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했다.
한 사람씩 질문했는데, 특별한 건 없었다. 주간 근무표를 잘 따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아무래도 이곳에서는 1년 스케줄이 나오기 때문에 자기 임의대로 변경할 수 없다. 근무일에 쉬려면 연차를 사용해야 한다. 솔직히 계약직을 생각할 때, 이 부분이 제일 걸렸다. 대부분 회사는 평일에 쉬고 주말에 일한다. 하지만, 물류센터는 일의 특성상 평일에 일할 수 있고, 명절에도 일해야 한다.
내가 지금 찬밥 더운밥 따질 땐가. 전에 했던 자영업에서는 1년 동안 고작 열 몇 번밖에 못 쉬었다. 그래도 일주일에 2번 쉬면 다행 아닌가. 계약직을 신청했다.
별 문제 없이 면접을 마치고, 퇴근 시간이 되어 집에 왔다. 오전에 잠을 자고 쉬던 중, 그날 오후에 연락이 왔다. 합격했다고 언제부터 출근할 수 있냐는 전화였다.
“예? 제가 정말 합격했나요? 감사합니다.” 보통 합격했다고 하면 이런 식으로 호들갑도 떨고,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껴야 하는데, 그보다는 비장한 마음이 들었다. 새로운 걱정과 부담도 앞섰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잘 할 수 있을까. 잘 할 수 있겠지. 아니 잘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