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업무를 통해 배운다
물류센터 단기를 다녀왔다. 지난번 갔다 온 곳이 내게 좀 더 맞는 것 같아 그 센터로 신청했다. 확실히 두 번째라 마음이 여유로웠다. 셔틀버스 내려서 어디로 가야 할지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센터에 들어갔다. 체크인을 능숙하게 하고, 사물함에 핸드폰과 개인 짐을 넣고, 느긋하게 기다렸다.
9시, 업무가 시작되었다. 내 업무는 이번에도 입고. 그런데, 몇몇 사람들이 다른 업무로 차출되었다. 입고가 익숙해졌는데, 다른 업무로 변경될까 불안했지만, 다행히 원래 업무를 했다.
PDA에 로그인(핸드폰 번호)을 하고, 알아서 카트에 물건을 담은 도트를 실었다. 진열장으로 찾아 가 빈 곳에 물건을 넣었다. 단순 업무의 극치. 여름의 시작이라 덥다. 중간중간 비치된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다들 말없이 일하고 있다. 다른 누군가가 이 광경을 본다면 의아할 것 같다. 카트를 끄는 몇 명은 물건을 채우고 있고, 또 다른 몇 명은 물건을 빼고 있는. 하는 업무는 다르지만, 각자의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들을 보며, 왠지 모르게 숙연해진다.
한두 시간쯤 지났을까. 내 PDA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반장님에게 물어보니, “사원님.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라고 반문했다. 나는 당당하게 “22**-5***”라고 핸드폰 번호를 말했고, 반장님은 다시 물었다. “아니요. 번호 말고 사원님 이름이요.”
“아! 예, ###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곳에서 단기 근무자는 핸드폰 번호로 많이 불린다. 그렇기에 이름 대신 핸드폰 번호를 말했나 보다. 참 습관이 무섭다. 이제 2~3번 왔을 뿐인데.
점심 식사를 하고, 잠깐 쉬고 오후 근무를 했다. 여전히 똑같은 일이다. 계속 카트에 도트 싣고, 도트에 있는 물건들 채워 넣고, 다 채우면 다시 새로운 도트를 싣는. 더위에 식곤증까지 겹쳐 몸이 무거웠다. 오늘따라 왜 이리 진열장은 꽉꽉 차 있는지 빈 곳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그저 정처 없이 카트를 밀고 돌아다녀야 했다. 이렇게 며칠만 일하면, 다이어트가 절로 되지 않을까.
쉬는 시간, 벤치에서 널브러져 앉아 있었다. 그때 한 아주머니께서 아무 말 없이 무언가를 건네셨다. 홍삼 캔디 한 개. 밖에서는 쳐다보지도 않을 캔디. “감사합니다.”와 함께 포장을 뜯고 입으로 직진했다. 근래 먹었던 어떤 음식보다 맛있었다. 캔디도 캔디지만, 피곤한 누군가를 향한 아주머니의 마음이 느껴졌다. 나도 다음부턴 캔디를 많이 챙겨가, 피곤한 누군가에게 건네야겠다.
무사히 하루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 본 수많은 물건이 떠올랐다. 그 물건들은 전국 각지의 손님들 집 앞에 무사히 배송된다. 그동안 그 사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 혹여나 늦으면, 왜 늦냐고 성화를 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고작 몇 번 물류 일을 해 보니 인식이 달라졌다. 제시간에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 수십, 수백 명의 사람이 밤낮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 그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쉽게 물건을 주문하고 받아볼 수 있는 세상. 그 속에서 그것이 가능하도록 돕는 수많은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 단순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