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Insight #9 / 로봇, 결국은 우리 이야기
‘로봇’에 대한 이야기. 특별한 게 없다. 새롭지 않다. 수많은 작품에서 직간접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나. 현실에서도 마찬가지. 점점 더 인간과 비슷한 로봇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로봇 이야기라니... 약간 김이 빠진다. 이야기도 그렇다. 극히 평범하다. 우연히 세탁소에 배달된 로봇이 일을 돕게 되고, 조금씩 인간과 공감하는 정도랄까. 그렇지만, 작가의 세련된 세공은 결국 마음을 움직였다.
점점 은결에게 동화되었고, 그가 바라보는 인간을 엿볼 수 있었다. 감정이 없고, 그냥 인간이 설정해 놓은 매뉴얼대로만 움직이는 로봇. 그렇기에 로봇이 본 세상과 인간은 극히 객관적일 것이다. 그의 눈으로 본 인간을 어느새 나도 따라 관찰하고 바라보았다.
역시 인간의 문제로 들어가면 일찍이 누구도 그 끝자리를 발견하지 못한 무한소수를 앞에 둔 것만 같다. (102쪽)
한편, 이 소설은 그런 인간이 현재 겪고 있는 환경도 가감 없이 그린다. 개발논리에 의해 점점 더 확장되는 아파트, 등록금을 벌기 위해 휴학해야 하는 가난한 대학생, 속절없이 데이트폭력을 당하는 여학생, 온전하지 못하고 깨져버린 가정들...
세상은 한 통의 거대한 세탁기이며 사람들은 그 속에서 젖은 면직물 더미처럼 엉켰다 풀어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닳아간다. 단지 그뿐인 일이다. (29쪽)
마지막으로 이 소설은 모든 인간이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인 ‘죽음’까지 건드린다. 로봇의 주인 할아버지 명정은 이미 아내와 사별했고, 해외에서 근무하는 아들은 생사 확인도 알 수 없다. 본인도 결국 눈을 감는다. 로봇도 거의 죽음 직전까지 도달한다.
이 소설을 한마디로 정의해 보자. ‘불완전한 인간이 불완전한 세상 속에서 살다가 죽음을 맞는다.’ 이 정도 아닐까. 어찌 보면, 뻔하디 뻔한 이야기를 왜 우리에게 들려줬을까?
사람의 인생은 고작 푸른 세제 한 스푼이 물에 녹는 시간에 불과하단다. 그러니 자신이 이 세상에 어떻게 스며들 것인지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나면 이미 녹아 없어져 있지. (184쪽)
죽는 순간까지 손님을 배려하고, 친아들같이 여겼던 은결을 배려했던 명정. 인간은 아니지만, 평생 인간의 눈으로 인간을 배려했던 은결. 또 명정과 은결의 친구가 되어 주었던 시호, 준교, 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