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ook Insight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hilip Lee Jun 05. 2017

<행복은 간장밥>

Book Insight #21 /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행복은 간장밥> (법정 / 샘터)


매일 쏟아져 나온다책의 홍수 속에서 좋은 책을 만나기는 의외로 쉽지 않다마치 홍수에 먹을 물이 없는 것처럼서점에선 소위 베스트셀러만 취급하고광고에서도 이런 책만 다룬다이런 현실에선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면 사장되어 버린다

   

그렇다면어떤 책이 좋은 책일까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한번 읽고 덮어버리는 것이 아닌계속 옆에 두고 읽고 싶은 책이 좋은 책이 아닐까


두세 번 우린 차에서 더 깊은 향이 나듯이 다시 읽었을 때마다 새로운 맛깊은 맛을 내는 책 말이다책의 옷이라 할 수 있는 표지와 책의 디자인이 예쁘다면금상첨화.


이 모든 것을 만족하는 책을 만났다법정 스님의 행복은 간장밥이 책은 법정 스님이 생전에 남기신 말씀과 아껴 읽으신 불교 명언들을 모은 책이다. 1장에는 스님이 이웃들에게 전하는 다정한 위로와 지혜의 말씀, 2장에는 스님 자신의 성찰과 개인적인 소회, 3장에는 글쓰기와 관련한 생각, 4장에는 아끼셨던 경전 구절과 불교 명언을 만날 수 있다

   

홀로 있으면 비로소 귀가 열립니다.

내 안의 소리사물이 소곤대는 소리

때론 세월이 한숨 쉬는 소리를 듣습니다.

듣는다는 것은 곧

내면의 뜰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열린 귀는 들으리라>(24)

   

성철 스님의 말씀은 때로는 잔잔한 시냇물 같기도때로는 따끔한 죽비같기도 했다꼭 처음부터 읽을 필요는 없다책의 어느 곳을 펴더라도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이 책의 미덕은 또 있다바로 주옥같은 말씀과 명언들을 필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다른 책에서도 많이 말하고 있는 필사스님께선 손으로 쓰는 기쁨을 말씀하신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같은 일본 작가는

자기 작품 설국을 붓으로 다시 한 번 쓰곤 했답니다.

사실 원고지에 한 칸 한 칸 글을 쓰고 있으면

마음이 참 편해집니다. (81)

   

사실이 기쁨을 많이 잊어버리지 않았는가각종 SNS각종 새로운 매체에 뺏겨버리지 않았는가눈으로 한 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닌손으로 한 자 한 자 써보는 것이다그럴 때 몇 번이고 더 생각하고글이 내 안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법정 스님의 목소리를 듣는 기분으로 행복은 간장밥을 쭉 훑어 읽어 내려갔다옆에 두고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고 싶다무소유로 한국 사회에 많은 울림을 주셨던 스님어쩌면 스님이 말씀하시는 행복과 기쁨은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많이 가지진 않더라도 주위의 조그만 것들로 자족하는 것그것이 행복의 시작이 아닐까.

   

길가에 무심히 피어 있는 

이름 모를 풀꽃이 때로는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하듯이

한번쯤은 잊고 있던

나와 마주하십시오.

<나그네 길에 서서> (16)

매거진의 이전글 <라이프 프로젝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