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프레디 머큐리 / 부적응자의 처절한 노래
유행을 넘어, 신드롬까지 번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뒤늦게 봤다.
맨 처음에 나오는 영화사 로고부터 남다르다. 록 버전의 그것이라니...
퀸의 전설적인 명곡과
드라마틱한 프레디의 삶은 영화 내내 마음을 고조시켰다.
마침내 실제 공연을 거의 구현한
<라이브 에이드>공연에서 폭발하고 만다.
두 시간 남짓한 영화에서 이런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니...
끝난 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흘러나오는 퀸의 명곡을 들으며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콘서트장을 아쉽게 떠나야만 하는 기분이었다.
영화가 끝난 후, 며칠이 지나도록
여운이 남아 있다.
퀸의 노래를 찾아 듣고, 프레디의 이야기를 들으며
짧게 왔다가 한 시대를 풍미하고, 뒷 세대에까지
강렬함을 선사한 퀸에 뒤늦게 빠져버렸다.
중학교 시절,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샀었다.
90년대 초이니, 당연히 테이프로...
보헤미안 랩소디는 어린 내가 봐도 쇼킹한 노래였다.
처음에는 감미롭게 시작했다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더니
마지막에는 성난 파도가 가라앉듯이 마무리되는....
그 당시 가요에서는, 아니 팝송에서도 들을 수 없는
가히 괴기한 곡이었다.
그렇지만, ‘음.알.못’이었던 내게 퀸의 노래는
괴짜 밴드의 이상한 노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어 듀스가 나왔고, 서태지가 나왔고, 김건모가 나왔다.
자연스레 퀸의 테이프는 듣지 않았고, 나의 학창 시절에서
퀸의 무대는 멀어졌다.
뒤늦게라도 퀸을 좋아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영화 속에서 퀸을 만나러 온 제작자는 질문한다.
“다른 록스타 지망생들과의 다른 점은?”
이에 프레디는 이렇게 말한다.
우린 부적응자들을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이에요.
아프리카 태생. 페르시아 혈통.
잘 생겼다고는 할 수 없는 외모.
팀과 융화되지 못하는 독단적인 성격.
구설수에 계속 오르내린 동성애 편력.
신의 징벌이라 불렸던 에이즈로 사망.
어쩌면 프레디의 삶은 그의 대사처럼 ‘부적응자’였는지 모른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고 있는 우리.
세상의 오해와 편견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는 우리.
자식에게만은 흙수저를 남겨주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우리.
오늘에 감사하기보다 내일을 걱정해야하는 우리.
삶의 부적응자인 ‘우리’에게
역시 부적응자였던 프레디의 노래는
그래서 더 큰 위로를 주고 눈물을 짓게 하나 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또 다른 명곡에서
나는 희망의 찬가를 들었다.
I've had my share of sand kicked in my face 난 내가 받아야 할 치욕과 설움을 겪었지만,
But I've come through 이렇게 버텨왔지
We are the champion my friends 우린 승리자잖아.
And we'll keep on fighting till the end 우린 마지막까지 계속 싸울 거잖아.
부적응자였던 프레디 머큐리의 이 절규 같은 노래를
당분간 듣고, 따라 부를 것 같다.
이 힘든 세상에서 결국 우리는 승리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