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이 뚫렸다!

#25. 운동화 / 그놈의 메이커가 뭐길래...

by Philip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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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말, 그 당시 서울 중심에서 변두리로 이사 갔다.

지금은 거미줄처럼 서울 구석구석에 있는 지하철도 없었던 변두리...


사는 ‘수준’은 변두리라 부를 수 없었다.

막 지어지기 시작한 아파트촌과 괜찮은 교육 환경으로 차차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어린 내게도 그 지역이 ‘잘 사는’ 데라는 것은 금세 알아챘다.

제일 눈에 띄었던 건 옷차림이었다.

중학교를 앞둔, 6학년.

남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멋져 보이려,

여학생들은 조금이라도 예뻐 보이려

조금씩 멋을 부릴 때였다.


멋의 방점을 찍는 건 ‘메이커’.

애들의 옷과 신발, 양말에 조그맣게 달려 있는 것.

조그마한 그것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 차이 났다.

아이들의 기분 역시 차이 났다.

아이들은 들뜨기도, 풀이 죽기도 하는 마법의 문양. 메이커.


나는 후자였다.

특별한 메이커의 신발이나 옷이 없던 나는 왠지 움츠려들었다. 기가 죽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운동화를 사 주셨다.


좋은 재질이었고, 디자인도 나름 깔끔했다.

그런데,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이들이 신고 다니는 아디다스, 나이키가 아니었기에...


사 주셨으니 신고는 다니겠는데, 나는 그만 몽니를 부리고 말았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데,

앞자리 의자에 조그만 못이 박혀 있는 게 아닌가.


바로 이거다!


난 한 발을 못에 가져갔다.

정확히 말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내 신발을 못에 댔다.

그리고는 못에 신발을 비벼댔다. 수업 내내...


목적은 단 하나.

빨리 닳게 하려고...

구멍이 나서 다른 신발을 사 달라고 말하려고....


진지하고 절실했다.

빨리 이 운동화를 벗고, 좋은 메이커의 운동화를 갖고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쪽 운동화 앞에 조그만 구멍이 뚫렸다.


나는 신이 나서 엄마에게 달려가서 말했다.

“엄마, 운동화 사 주세요.”


그 뒤의 기억은 명확치 않다.

특별한 기억이 없는 걸로 보아

메이커 있는 신발은 또 안 사주셨나 보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를 바라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만약 아이가 좀 더 커서 예전에 나 같은 행동을 한다면,

나는 마음이 어떠할까.


자식에게 좋은 운동화를 사 주고 싶지 않은

좋은 옷을 입히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사는 게 팍팍해서,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좋은 메이커를 못 사준다면 얼마나 마음이 그럴까....


그 당시 우리 엄마는 다 알고 계셨을 것이다.

애가 신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것을...

그때 구멍이 났던 건 운동화뿐이 아니었다.


어머니 마음에도

똑같은, 아니 더 큰 구멍이 났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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