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이해 / 아이로부터 내가 배운 것
러시아 월드컵. 평소엔 축구에 별로 관심이 없더라도, 이때만큼은 모두 애국자가 된다.
나도 평소엔 축구를 보지 않지만, 월드컵만큼은 손꼽아 기다린다.
마침내, 한국의 경기. 과연 누가 골을 넣을까. 과연 1승을 거둘 수 있을까.
드디어 휘슬이 울린다. 삑~
일곱 살 아이도 유치원에서 받아온 손바닥 짝짝이를 비장하게 꺼낸다.
그리고 어디선 배웠는지 박수치며 외친다. ‘대~한 민국’
부자가 함께 축구 응원하는 이 시간.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던가.
경기가 경기이니만큼, 조금씩 과열된다. 험하게 플레이하는 선수도 보인다.
나 역시 과격해진다.
조금이라도 우리 선수가 실수하면, 왜 저러냐며 삿대질한다.
아이 앞이라 직접 욕은 안 하지만,
욕을 한 사발 내쏟은 것처럼, 내 뺨은 상기되고 호흡은 가빠진다.
마치 내가 경기장에 있는 것처럼...
시간이 흘러도 우리 팀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패배가 거의 확정되고, 독한 술 한 바가지 마신 것처럼 내 얼굴은 상기되었다.
씩씩 대며 풀린 눈으로 멍하니 TV만 바라보았다.
그때, 계속 짝짝이로 박수 치고 있던 아이의 한 마디.
이해해 주라.
갑작스럽게 흘러나온 아이의 말에 “무슨 말이야?” 되물었다.
“이해해 주자고. 열심히 뛰잖아. 땀 많이 나잖아. 그러니까 이해해 주자.”
순간 숙연해졌다. 아이의 말이 생경했지만, 곱씹어보았다.
‘이해해 주라’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욕하고 삿대질하는 관중보다도, 가슴 앓이 하고 있을 감독과 코치보다도,
어쩌면 제일 간절히, 있는 힘을 짜내면서 뛰고 있는 사람은 바로 ‘선수’들 아닌가.
공 좀 뺏겼다고, 골을 못 넣는다고, 실수했다고 뭐라고 하는 건 다시 생각해 보니 너무 야박했다.
격려는 하지 못할망정, 비난만 하고 있으니...
나는 축구 경기 규칙은 모두 알고, 선수 이름도 거의 알지만, 오히려 아이로부터 배웠다.
운동 경기를 볼 때마다, 어느 누군가를 비난할 상황이 생길 때마다 아이의 말을 떠올려 본다.
“이해해 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