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문중일기 03화

장사가 천직이 될 수 있을까?

문방구의 보편적 일상 (2)

by Philip Lee

사실, 가게를 한 지 첫 2~3주가 무척 힘들었다. 문방구를 하는 것이 어색했다. 마치 전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왜 이 일을 한다고 했을까?’ 약간의 후회도 있었다.


물건이 아직 많이 없어 “죄송합니다, 갖다 놓겠습니다.”라고 어머니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내 모습이 참 불쌍해 보였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불평도, 짜증도 많아졌고, 아이들에게 퉁명하게 대하기 일쑤였다. 이런 모습을 보여 주는 가장의 모습에 가족들에게도 왠지 미안했다.


그러던 중,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왜 장사를 하는가』. 참 직설적인 제목이다. 마치 내게 직접적으로 묻는 것처럼... 일본 최초의 24시간 영업 초대형 할인점 ‘AZ마트’를 설립한 마키오 에이지가 쓴 책이다. 초대형 할인점을 열었다는 게 특별한 게 아니라,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진행 중인 조그만 곳, 아쿠네 시에 열었다는 것이 특별해 보였다. 효율성으로 보자면,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가게 운영하는 데 한두 가지라도 팁을 얻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읽어 내려갔다. 그러던 중, 만난 한 문장.


내가 원해서 소매업에 뛰어든 게 아니었고, 애초 소매업 일에는
그다지 흥미도 없었기에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해서라도
‘소매업은 나의 천직이다’라는 각오가 필요했습니다.
아울러 왜 장사를 해야 하고, 무엇을 위해 일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야 했습니다.


순간 뜨끔했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했다. 내 이야기 아닌가? 지금의 내 모습이 보였다. 소매업을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만 하는... 그냥 ‘어쩔 수 없이’ 가게를 하고 있는... 불평과 불만만 가득한 내 모습! 이런 내게 이 문장은 계시와도 같았다. 몇 번이고 이 문장을 읽었다. 가슴에 새기려는 듯 계속 읽었다.


다음날 아침, 가게 나가기 전. 집에서 멀리 보이는 고등학교 건물을 보았다. 아침 일찍 학교 가는 학생들을 보았다. ‘그들을 위해 내가 존재하는 것 아닌가!’ 순간 뭉클했다. 소리쳤다!(이른 시간이라 조그맣게)


“장사는 천직! 문방구는 내 천직이다!”


그 날 이후로, 마음을 다르게 먹은 것 같다. 어차피 할 것이면 재밌게 하자!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처럼, 한 번 즐겨 보자! 더 힘든 일도 많이 있지 않나!


지금은 피곤하기만 했던 일상도 적응됐고, 손님들을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알아 갔다. 이젠 문방구가 ‘천직’까진 아니더라도 ‘십직’, 아니 ‘백직’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히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한가 보다.


문방구에 온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재잘대는 아이들. 그들과 함께 나는, 내 인생의 귀중한 한 부분을 지나고 있다. 인생을 배워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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