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남자가 깨달음을 얻으러 100일 일정으로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그리고 어느 순간 99일째. 악마가 남자가 진짜 깨달음을 얻을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남자를 멈추게 하려고 유혹했습니다.
"야.. 내가 60평 아파트와 람보르기니 최신 차를 사 줄 테니 하산하거라" 남자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럼 네 아들과 딸을 하버드대에 들어갈 수 있게 해 줄 테니 하산하거라"
하지만 이번에도 남자는 끄떡도 앉자.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지금까지 말했던 거 전부 네 친구에게 줘 버린다!
그랬더니 남자는 곧바로 짐을 싸서 하산해 버렸습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비교 속에 산다. 태어난 순간부터 부모는 옆집 아이와 우리의 잠자는 시간, 키, 말 트는 시기를 비교하며 안심하거나 불안해한다. 학교에 가면 성적이, 사회에 나가면 연봉이, 결혼을 하면 배우자의 직업과 자녀의 성취가 비교의 대상이 된다. 비교는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도구처럼 여겨지지만, 과연 그것이 우리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가?
비교의 문제는 우리가 ‘무엇이 더 좋은가’를 따지기보다, ‘나는 왜 저렇지 못한가’로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는 데 있다. 비교는 성장의 자극이 되기도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자신에 대한 실망과 열등감으로 이어진다. SNS 시대의 우리는 더욱 그 함정에 쉽게 빠진다. 친구의 여행 사진, 지인의 승진 소식, 남의 집 인테리어까지 우리의 삶과 끊임없이 겹쳐진다. 그리고 그 비교는 대개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비교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같은 삶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자란 환경이 다르고, 갖고 있는 재능도, 처한 시기도 모두 다르다. 마치 사과와 귤을 놓고 어떤 것이 더 나은 과일인가를 논하는 것과 비슷하다. 비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존재를 억지로 한 줄에 세우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이 가진 고유한 가치를 놓치게 된다.
진정한 만족과 행복은 남보다 나은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된다. 비교를 멈출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아갈 수 있다. 삶은 경쟁이 아니라 여정이다. 나만의 여정을 온전히 살아가는 사람에게 비교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비교를 내려놓는 순간, 우리는 삶의 무게를 덜 수 있다. 그리고 그 가벼움 속에서, 진짜 나다운 삶을 만날 수 있다.
비교는 방향이 아니라 무게다. 우리 삶의 속도는 각기 다르다. 어떤 이는 고속도로처럼 시원하게 내달리지만, 어떤 이는 골목길처럼 느리게 돌아간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그 길이 내 길인가 하는 점이다. 남의 인생이라는 고속도로를 부러워하며 내 골목길을 부정하면, 나는 끝내 내 삶을 살아낼 수 없다.
비교는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를 자신의 결핍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잔인한 렌즈다. 나는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을 헤아리게 되고, 그 순간부터 내 삶은 늘 부족해진다. 사람의 마음은 본디 자기가 자란 만큼만 세상을 본다고 했던가. 타인을 기준 삼는 시선은 결국 나를 왜소하게 만든다.
우리는 각자 고유한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책 한 권이 펼쳐졌을 때, 어떤 장은 빠르게 넘어가고, 어떤 장은 오래 머물게 된다. 누군가의 인생이 3장에서 절정에 이른다 해서 내 인생도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몇 장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그 인식이 비교를 멈추게 한다. 그리고 그 순간, 비로소 나 자신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시작된다.
비교는 때로 나를 더 열심히 살게 만들 수도 있지만, 대개는 내 존재를 깎아내린다. 그래서 비교하지 않는 삶은 타인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품는 일이다. 나의 작은 걸음, 나의 늦은 성공, 나의 조용한 행복을 스스로 인정해 주는 순간, 우리는 진짜 나다운 삶을 걸어갈 수 있다. 삶은 경쟁이 아니라 여정이다. 그리고 그 여정은 남이 아닌 내가 걸어야 할 길이다. 그 길에서 만나는 모든 풍경은 오직 나만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남의 지도와 나의 지도를 굳이 나란히 놓고 비교할 필요는 없다. 나의 길은, 그 자체로 충분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