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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에 대하여

꾸준함의 역설

by 보나


내가 매일 글쓰기 습관과 ‘시스템’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내가 그 누구보다 귀차니즘과 친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를 내려놓는 순간, 내가 얼마나 나태해지는지 잘 알고 한 번 나태해지는 순간, 얼마나 걷잡을 수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 난 귀차니즘이 정말 심한 사람이다.

(어찌 보면 무기력증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엄마가 심부름이라도 시키면


"에이~ 귀찮아. 이따가 할게."


하며 미루는 건 그냥 보통이었다.

나를 기다리던 엄마는


"너를 시키느니 내가 하고 말지."


하시며 나를 시키는 걸 포기하셨다.


그게 좋지 않은 습관인지도 모른 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귀찮다는 말도 자주 썼는데 자주 사용하는 말이 나 자신을 만들 수도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요즘에도 아이들이 엄마를 부르면

"귀찮은데 엄마 좀 그만 불러."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하지만 '육아는 귀차니즘을 극복하는 과정'임을 되새기며 어릴 적 나와 같은 아이들로 키우지 않기 위해 피나게 노력한다.


실제로는 귀차니즘이 올라오더라도 말은 반대로 한다.

"응~ 잠깐만." 하고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잡고 몸을 움직인다.


계속하다 보면 귀차니즘이 잊히기도 한다.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켜 움직이는 행동은, 나를 움직이는 사람으로 만든다. 그렇게 집에서도 일부러라도 쉼 없이 나 자신을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 그것만이 나 자신을 살릴 수 있는 방법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워킹맘으로 5년간 회사를 다니면서는 귀차니즘의 '귀'자도 올라오지 못하도록 바쁘고 정신없게 살았다. 일부러 그렇게 살았다. 조금이라도 나 자신에게 '틈'을 주면 또 귀차니즘이 나에게 찾아올까 봐. 그것이 찾아와 나를 잠식시킬 것 같아 두려웠다. 한번 나를 잡아먹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까 봐 두려웠다.


놀랍게도, 바쁜 회사의 루틴과 퇴근 후 생각할 틈도 없이 흘러가는 일과는 나를 무기력한 사람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바쁜 생활이 결과적으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휴직을 한 지금도 나 자신을 조금이라도 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애를 쓴다. 물론 육아와 글쓰기, 독서는 그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이다.


육아를 하며 성장하고 또 성장한다. 결혼을 하여 부부가 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며 진짜 어른이 되어간다. 신은 우리에게 이런 인내심을 가르치기 위해 결혼과 출산이라는 선물을 준 걸까? 싶다.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살아내기 위한 희망을 주기 위해서.


몸이 축축 늘어져 귀찮더라도, 재미난 영상을 보고 있는데 아이가 말을 걸더라도, 아침에 일어나기 귀찮더라도, 바로 일어나 움직여보자. 한 발짝을 떼는 것부터,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부터가 꾸준함의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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