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있는 글이란 뭘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진심을 담아 쓰는 걸까? 그렇다면 그런 글은 대체 어떻게 써야 하는 걸까?
'매일의 깨달음'을 매일 쓰고 있지만, 아직도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
스스로의 자아성찰이나 일기 같은 글을 계속 쓰고 있는데 이 글로 내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얻고자 하는 게 있다기보다는, 글을 쓰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고 쓰지 않으면 허전하고, 쓰고 나면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글을 쓰나 보다. 그리고 글을 쓰고 나면 항상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나의 감정이 매우 차분해진다.
회사를 다닐 때는 억지로 내 몸을 바쁘게 만들어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났다면, 이제는 글을 씀으로 인해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다. 사춘기 시절부터 시작된 감정의 소용돌이는 나를 참으로 불안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원래도 예민한 사람이었는데, 감정적으로 기복이 심하게 되니 더 예민함이 극에 달했었다. 그럴 때 책을 읽음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느꼈고 그렇게 점차 사회인이 되어 갔다. 그러다가 결혼 후 워킹맘으로 지낼 때는 일부러 내 감정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살며 감정을 조절했다. 적어도 감정을 느낄 일이 없으니 마음에 불안이 찾아오지 않으므로.
하지만 그렇게 살다 보니, 겉보기엔 잘 사는 것 같아 보였지만 마음이 많이 공허했다.
친구도 많지 않고, 맘을 터놓는 사람은 여동생과 남편이었는데 남편은 나와 다른 존재여서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사실 남편과는 공감이 기반인 원하는 대화를 하기가 어렵기도 했다. 그렇지만 들어주고 이성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데는 최고인 남편이라 이성적 문제해결이 필요할 땐 매우 좋기도 했다.
마음이 공허하니 자꾸 글을 쓰게 됐다. 처음엔 핸드폰 메모장에 썼고, 네이버 블로그에도 써봤고, 다이어리에 수기로도 썼고, 이제는 브런치에 쓴다.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어 다행이다.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이 아닌, 어느 정도 정리된 감정을 브런치 작가란 타이틀을 달고 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지 아니한가.
그런데 내 글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이 다가오면 많이 망설여진다. 언젠가부터 다른 사람을 돕거나, 배려하거나, 나서서 도움을 주는 행동을 하는 것이 많이 두렵고 어색하다. 원래부터 배려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더 심해졌다. 어느 모음에 가든 나는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다. 내가 움직이면 뭔가 어색하단 생각이 들고, 어떻게 행동해야 자연스러운지도 잘 모르겠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이기주의자의 글쓰기. 나는 이타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노력해 보고 싶다.
더불어 사는 마음, 함께 하는 마음, 의도적인 게 아닌 자연스러운 베풂을 할 수 있는 마음, 그런 마음을 느껴보고 싶다. 노력을 통해 가능해진다면 내 글에도 진정성이 더 묻어날 수 있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