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우리 집 베란다 방충망에 러브 버그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우리 집은 8층인데? 너희들 그렇게 높이 날 수 있는 거니? 왜 하필이면 우리 집 방충망일까?'
작년에 러브버그들이 대거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그때는 우리 집 방충망에 붙거나 하진 않았고 공원이나 밖에 나가면 많이 봤었는데 올해는 나와 무척이나 가까이 있다.
두 마리의 러브버그들이 매우 다정한 모습을 하고 방충망 바깥에만 붙어있길래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집안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어디가 뚫려있나 아무리 살펴봐도 뚫려있는 곳이 없기에 챗GPT에게 물어보았다.
"러브버그가 방충망이 뚫리지 않았는데 집안으로 들어왔어. 이게 어떻게 된 걸까?"
러브버그(러브 벌레, lovebug)가 방충망이 뚫리지 않았는데도 집안으로 들어온 이유는 몇 가지 가능성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2. 방충망 외의 작은 틈새
방충망은 멀쩡해도, 창문틀의 실리콘 마감이 불량한 경우
에어컨 배관이나 전선 틈
창틀과 방충망 사이의 미세한 틈
으로도 작은 벌레가 들어올 수 있어요. 러브버그는 몸이 길쭉하고 작기 때문에 예상보다 작은 틈도 통과할 수 있어요.
으아! 그렇다. 방충망과 창틀사이 어딘가에 틈이 있나 보다. 안 그래도 밤에 베란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방충망이 있는데도 아주 작은 벌레들이 들어와서 이상하다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걸 GPT가 알려주는구나.
그런데 러브버그들 가까이 보면 징그럽지만 그들은 사람에게 피해는 주지 않는 익충이라고 한다. 사람은 물지 않고 꽃가루를 옮겨주는 좋은 곤충이라고. 수명도 2~3일, 최대 6일까지 여서 가만히 두면... 스스로 죽는다. 그리고 에프킬라 같은 약을 뿌리면 오히려 생태계 교란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막상 약은 못 뿌리겠더라.
왠지 불쌍한 마음이 들어 방충망에 붙으면 분무기로 칙칙 뿌려 날려 버리거나, 집안에 들어온 아이들은 휴지로 잡거나 했다. 그러다 보니 베란다 안쪽 창문을 닫고 살아야 했고 문을 열지 못하니 더워서 에어컨을 틀 수밖에 없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남편은 그런 나를 보더니, 갑자기 베란다로 가서 에프킬라를 취이익 소리가 멈추지 않을 정도로 뿌려댄다. 그러고 나서 말한다.
"이거 봐, 에프킬라 뿌리니까 다 사라졌네. 이걸 뿌리기가 싫어서 미련하게 창문을 닫고 있냐?"
내가 생각해도 조금 부끄럽긴 했다. 그런데 왜인지 러브버그가 안쓰럽다. 어차피 세상에 나와 최대 6일밖에 살지 못하는 곤충들인데 약을 뿌려서 먼저 죽으나 나중에 스스로 자멸하나 비슷하지.... 않을까?
물론 인천에 있는 어떤 산에서는 러브버그로 인해 산이 까맣게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그 정도라면 사람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므로 방역을 하는 게 맞을 거다. 이 작은 벌레에게 안쓰러움을 느끼는 내가 가끔은 헷갈린다. 벌레가 무서워서 그러는 건지, 죽이기가 싫어서 인지, 아니면 진짜 불쌍해서 그런 건지. 아마 세 가지 이유가 다 해당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러브 버그가 내 생활에 크나큰 불편을 주는 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익충이 아니고 인간에게 병을 옮기거나 물거나 하는 곤충이었다면 당장 방역을 했을 거다. 하지만 좋은 의도를 가지고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그들은 보고 있자니 함부로 죽이기가 어려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 아침엔 남편이 어제 뿌려놓은 에프킬라 덕분인지 방충망에 러브 버그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오전부터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들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러브버그들아 미안해, 그렇지만 너희들이 안 보이니 좋긴 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