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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Sep 17. 2021

[취업09] 구간명(具簡明)으로 써야 합격한다

자기소개서, 구간명, 합격

현직 시절 신규 사업 검토, 상품기획, 보고, 회의 등에서 활용할 문서를 1주에 최소  2건 이상 작성했다. 보고를 받는 대상은 대표이사, 부문장, 사업부장 등 내부 고객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외부의 사업 파트너와 협의차 회의를 할 기회도 적지 않았다. 대상에 따라 같은 주제라도 내용과 깊이가 달라진다. 하지만 한 가지 원칙은 변함이 없었다.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항상 구간명(구체적이면서, 간략하고 명확하게 작성)의 원리를 따랐다.

      

구체적인 글은 읽는 사람이 쉽게 공감한다     


    기업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글자 수를 제한한다. 적게는 500자, 많게는 2000자까지 허용한다. 대부분의 회사는 1000자로 제한한다. 1000자 정도면 어떠한 질문에도 충분하게 기술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채용담당자가 읽으면서 지원자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지원 동기를 어떻게 기술했는지 세 명의 사례를 살펴본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 일을 도와주면서 고객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K 항공 지원자)

    ‘저는 기구개발 직무에서 최첨단 생산기술을 구현하여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고객과의 동반성장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 지원합니다.’(S 전자 지원자)

    ‘뜨거운 마음으로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중견 사원이 되겠습니다.’(외국계 K 사 지원자)

          

    지원자들은 앞뒤 맥락이 없이 위와 같이 기술했다. 첫 번째 사례는 ‘엔지니어는 고객과의 믿음이 중요하다’라고 쓴 다음에 나온 내용이다. ‘고객의 중요성’이라는 키워드를 썼지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관한 내용이 문단 내에 언급한 내용이 전혀 없었다.

    두 번째 사례에서는 ‘최첨단 생산기술’, 새로운 가치‘, 고객과의 동반성장’을 언급했다. 하지만, 자기소개서 그 어디에도 지원자의 정의나 해석이 없이 나열했을 뿐이다. 물론 기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서 공허한 구호로 들릴 뿐이다. 지원하는 직무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뜬구름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게 된다.     

    세 번째 사례는 ‘뜨거운 마음’, ‘냉정한 판단’이라고 썼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비즈니스 문서에 사용하는 표현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간결한 글을 누구나 다 좋아한다     


    우스갯소리로 자기소개서를 줄여서 ‘자소설’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한다는 정형화한 형식도 없어서 어렵다는 표현으로 이해한다. 가장 많이 토로하는 어려움은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글쓰기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힘든 일이 아니지만 그렇지 않은 지원자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음 예시는 지원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어떠한 활동을 했냐는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①공정기술 직무는 반도체 공학 지식을 바탕으로 8대 공정기술, 기반 기술을 연구, 개발하여 생산성을 향상하는 직무입니다. ②제품 양산의 최적화와 수율 향상 또는 공정 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반도체 기본 지식과 공정 지식이라고 생각합니다. ③따라서 저는 반도체 기본 지식과 공정 지식을 익히기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을 했습니다.’(S전자 지원자)

      

    ‘④저는 어렸을 때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아서 전자공학과에 진학했습니다. ⑤전자제품의 핵심 부분이 반도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저의 관심 분야는 반도체가 되었습니다. ⑥저는 그중에서도 반도체소자와 회로설계에 흥미를 느껴 학과에서 개설된 모든 반도체소자와 회로설계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⑦이러한 관심과 흥미가 반도체에 대한 열정으로 커져 학과에서 개설되는 수업 외에 반도체 관련 기업에서 주최하는 수업을 찾아보았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서 주최하는 'KIDS display school’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⑧이 수업에서 LCD 및 OLED 구동 방식을 배웠고 이를 통해서 반도체 회로설계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외국계 T 사 지원자)

      

    비즈니스 문서는 설명이 길고 내용이 반복되면 읽는 사람의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 지원자가 글을 길게 쓰게 되는 이유는 자기의 생각 정리가 잘 안 되거나 확신이 부족하여 내용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사례에서는 ②번 문장을 생략해도 의미 전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곧바로 ①번에서 표현한 내용이 ③번 문장 다음에서 근거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사례를 잘 살펴보면, ④번, ⑤번, ⑥번 문장을 ‘전자공학과에 진학하여 반도체소자와 회로설계 과목을 집중하여 연구하였다’고 한 문장으로 줄여서 표현해도 충분히 의미가 전달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한 문장에 하나의 메시지만 전달해야 한다. ⑦번은 한 문장에 세 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⑦번과 ⑧번을 줄여서 표현하면, ‘삼성과 LG가 주관하는 KIDA Display School에서 OLED Display 교육을 통해 반도체 회로설계 직무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고 써도 직무에 대한 이해도를 표현할 수 있다.

    두세 문장으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을 여덟 문장으로 복잡하게 쓸 필요는 없다. 채용담당자는 지원자가 선택한 답변의 주제가 무엇인지, 그 주제를 뒷받침하는 소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간결한 표현을 선호한다. 길게 쓰다 보면 지원자의 생각이 전달이 잘 안 될 수도 있고 비문(非文)이 될 가능성도 크다. 간결하게 쓰면 의미 전달이 분명해진다.      


명확하게 글을 쓰려면 결론부터 제시하라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 채용담당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명확하게 써야 한다. 요즘 글쓰기에서 강조하는 게 ‘두괄식’이다. 결론을 먼저 제시해서 글을 읽는 사람의 관심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자기소개서에서 결론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답변은 지원자가 설명하고자 하는 주제가 된다. 자기소개서 같은 문서는 처음부터 읽어 내려가면서 술술 읽히면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한 번 읽어서 이해가 안 되는 글이라면 통과할 가능성은 작아진다.


    ‘①저는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성장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②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AI, 5G, IoT, 자율주행차 등 첨단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반도체 산업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이라 생각합니다. ③○○전자는 세상의 변화를 선도하면서 기술로써 인류를 풍요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업입니다. ④앞으로 ○○전자에서 저전력‧고성능 반도체의 혁신을 이루어 더 편리한 스마트 시대를 만들고 싶습니다.’(D 사 지원자)

     

    지원 동기는 그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 또는 회사가 지원자를 뽑아야 하는 이유이다. 답변을 기술할 때 첫 문장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①번과 ②번 문장은 질문에 대한 첫 문장으로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다. 기업은 지원자가 왜 우리 회사에 들어오려고 하는지 동기를 즉문직답(卽問直答)으로 기술해야 한다. ③번 문장은 회사에서 홍보할 때 쓰는 내용이다. 자기소개서는 지원자가 주체이다. 내용을 전개하기 위해 회사의 스토리를 적을 수는 있지만, 이미 알려진 회사의 내용이 지원자의 동기가 될 수는 없다. ④번 문장도 ‘~을 하겠다’라든가 ‘~으로 회사에 이바지하겠다’라고 지원자의 의지를 표현해야 한다.

    묻는 말에 명확하게 답을 기술하기 위해서는 먼저 질문의 요지를 파악해야 한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첫 문장에 배치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제시해야 한다. 결론을 먼저 쓰면, 읽는 사람의 궁금증을 유발하게 되고, 지원자가 주장하는 바가 타당하다면, 동의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메시지가 처음부터 분명하면 채용담당자가 끝까지 읽지 않더라도 지원자의 주장에 동조하게 된다.

    구간명 법칙은 영어로 3C로 표현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의미의 concrete, 간결하다는 뜻의 concise, 명확하다는 clear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부디 글을 쓸 때는 구간명 또는, 3C를 기억하여 합격하는 자기소개서를 완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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