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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Sep 30. 2021

[취업15] 면접은 '메소드' 연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면접, 시나리오, 메소드연기, 직무, 인성

이번에 입사하느냐, 아니면 6개월 후에 또 도전하느냐를 결정하는 데 대체로 10~15분 정도 걸린다. 기업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기업은 면접이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공지하는 곳이 많지만 대략 15분 이내에 끝내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 정도 시간이면 사실 더는 물어볼 내용이 없을 정도로 판가름 난다. 직무 면접을 먼저 치르고 나서 합격자 대상으로 다른 날에 인성 면접(임원면접)을 각각 치르는 곳도 있고, 하루에 두 가지 면접을 동시에 치르는 기업도 있다. 직무 면접이라고 인성 영역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다만 전공지식과 직무 관련 경험에 비중을 더 둔다는 의미다.


A: 임원면접에서 물어보는 내용 답변 모두 잘 대답했습니다. 분위기가 좋아서 면접을 잘 본 것 같아요. 이번에 붙을 것 같아요.     

B: 면접 끝나고 피드백받았는데 자신감도 있어 보이고, 답변을 잘했다고 했어요. 처음 보는 면접인데 나름 잘한 것 같아요.     

C: 압박 질문이 너무 많이 들어왔어요. 답변하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제대로 말도 못 했고요. 망친 것 같아요.  

D: 가운데 앉은 분이 임원 같은데 저한테 관심이 없었나 봐요. 질문을 하나도 안 하던데요. 떨어진 것 같아요.


면접을 마친 지원자들이 복기하면서 하는 이야기다. A와 B는 실제로 면접에서 탈락했다. 반면에 C와 D는 최종 합격했다. 면접 위원은 면접 과정에서 합격, 불합격과 관련한 어떠한 힌트도 주지 않는다. 지원자가 느낀 바를 주관적으로 해석해서 합격 여부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특히 망친 것 같더라도 면접 위원은 속으로 합격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재 선발의 기준은 지원자가 면접 과정에서 느낀 점만으로 정할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면접은 10분 동안 메소드 연기를 하는 것이다


면접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메소드 연기’처럼 면접을 하라고 충고한다. 메소드 연기는 배우가 극 중 상황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연기하는 것이 아니고, 해당 인물이라면 어떤 표정, 어떤 어조, 어떤 행동하였을지 생각하며 연기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면접장에서 진짜로 연기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오해다. 메소드 연기를 언급하는 이유는 지원하는 기업의 신입사원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면접에 임하라는 뜻이다.


면접 위원이 자기의 상사라고 여기고, 질문의 요지가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대화라고 생각하여 면접 질문에 대해 자연스럽게 답변할 수 있다. 대화는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 즉 자기만 가진 정보를 나열하는 것은 ‘지식의 저주’가 될 수 있다. 지식의 저주는 상대방이 내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을 의미한다. 면접에서 전달하는 정보는 상대방의 의사결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목적의식이 없는 단순한 정보 나열은 언어공해에 지나지 않는다. 면접 위원들은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 건 인성(人性)의 문제이고, 문해력이 떨어지는 건 지성(知性)의 문제로 이해한다. 면접 위원이 지원자와 대화하면서 이 두 영역에서 만족하지 못하면 합격 판정을 받기가 어렵다.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 자기소개서를 수십 번 썼고, 면접도 여러 차례 봤지만, 번번이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지원자들은 사회 경험이 많지 않다. 기업과 같은 환경에서 조직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즉 기업의 생태계에 익숙하지 않다. 산업과 관련된 정보도 부족하고, 기업을 분석하면서 어떠한 내용을 들여다봐야 하는지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지원하는 직무기술서를 읽어도 문자적인 의미만 해석할 뿐, 실제로 본인이 어떤 업무에 적절한지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자기소개서가 잘 써지지도 않고, 면접에서 적절한 답변을 하기도 쉽지 않은 이유다.


지원하는 기업의 신입사원이라는 정체성을 갖자


배우가 하는 일을 생각해보면 금세 이해할 수 있다. 배우가 새로운 작품에 캐스팅이 되면 이전에 익숙했던 캐릭터를 연기하기보다는 새로운 주제, 배경에 따라 맡은 배역을 소화해내야 한다. 작품 속에서 맡은 인물의 비중에 따라, 연기의 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말투, 행동거지, 의상, 헤어스타일 등을 배역에 걸맞도록 바꾸고, 감독에게 OK를 받을 때까지 끊임없이 연습하며 노력한다. 배우들은 연습과 노력의 결과물로 평가를 받는다. 좋은 평가를 받으면 다음 캐스팅이 어렵지 않게 섭외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배역 제의를 받기가 쉽지 않다.


경우만 다를 뿐 취업준비생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정체성(正體性)을 먼저 확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반도체 엔지니어가 희망이라면, 바로 이 순간부터 ‘삼성전자 예비 신입사원 ○○○’으로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 삼성전자 본사나 반도체 제조라인이 있는 기흥이나 화성, 또는 평택사업장 앞에 가서 ‘삼성맨’들을 유심히 살펴보기를 바란다. 동기부여를 받을 기회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는 SE 양은 면접을 대비해서 다섯 가지를 당부했는데 실제로 실천을 통해 최종 면접에서 당당히 합격했다. 아래 내용은 SE 양이 보내준 합격 소감이다.


불안하면서도 간절했던 마음 때문이었는지 모의 면접을 하면서 울었습니다. 선생님이 강조하신 면접 성공 비결 다섯 가지를 정리해서 컴퓨터 바탕화면에 깔아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읽고 또 읽었습니다.


    1. 정체성: 나는 구직자가 아닌 예비 신입사원이다

    2. 태도: PT 면접, 직무 면접, 인성 면접 모두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3. 열정과 패기: 면접 위원을 호감을 사는 강력한 무기다.

    4. 스토리 텔링: 생각 정리가 중요하다. 내 이야기에 공감하도록 설명한다.

    5. 면접 주도권: 면접의 분위기는 지원자인 내가 주도한다.


정말 인생의 좌우명처럼 되뇌며 ‘삼성전자 예비 신입사원’의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반도체와 조금도 관련이 없는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합격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비전공자이지만 반도체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저의 열정과 패기(반도체 공정 교육 및 실습)를 보여드린 게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2년이 넘는 공백기로 나이 때문에 걱정과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면접 위원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SE 양의 사례처럼 다섯 가지 비결을 연기에 빗대어 면접이라는 드라마에 적용하여 보자. 면접 위원은 지원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게 용모단정(容貌端正)한지, 의관정제(衣冠整齊)는 제대로 되어 있는지 살핀다. 면접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평가가 시작된다. 면접 위원은 첫인상에서 지원자에 대한 신뢰성정직성에 대한 느낌을 형성한다. 예의와 마음가짐이 바른 지, 태도와 행동을 통해 일단 사전 판단을 하는 것이다. 결국 지원자의 표정을 포함한 외모는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고, 자기 자신에게는 바른 언행이 준비되어 있다는 걸 보여준다. 면접 처음부터 지원자의 정체성이 빛을 발하게 된다. 면접을 마치 시험을 보듯이 벼락치기로 암기하고 준비하는 것하고, 신입사원이 팀 회의에 참석하는 것하고 어느 쪽이 지원자에게 떳떳한 자신감을 심어주는지 판단해보기를 바란다. 반드시 그 회사 직원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면접에 임하기를 바란다.


태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Attitude is everything)는 말이 있다. 태도는 겉으로 알 수 없는 마음과 생각을 보여주는 스크린 역할을 한다. 태도는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면접 위원은 지원자의 외모보다는 표정과 목소리에 집중하기도 한다. 사용하는 용어와 말투를 통해 지원자의 속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질문에 답변하는 내내 앞에 앉은 면접 위원들을 배려하며 존중하고 있는지, 말하는 중에 자존감을 유지하며 열정과 패기가 느껴지는지 살핀다. 쉽게 얘기하면 말하는 태도와 성의를 중요하게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눈치를 보는 수동적인 자세라면 면접의 결과는 좋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뻔뻔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배짱이 있는, 적극적인 모습이 더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스토리텔링이 힘을 발휘하는 부분은 맨 처음에 시작하는 자기소개다. 대부분 지원자는 자기를 소개하라고 하면 틀에 박힌 듯이 입사하기 위해서 전공 공부와 직무교육을 받은 내용, 자기의 장점이 무엇인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마치 가전대리점에서 신제품을 홍보하는 영업사원처럼 자신이 하고 싶은 내용을 달달 외운다. 처음부터 수많은 정보를 쏟아붓는다. 물론 면접 위원은 공중으로 바쁘게 흩어지는 내용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핵심 키워드 위주로 자기 PR을 해야 한다. 자신 있게 자기가 지원한 직무에 왜 적합한지, 이 회사는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 나라는 상품이 회사에 어떠한 미래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공감시켜야 한다. 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설명해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면접에서 주도권을 갖는다는 것은 지원자가 질문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소위 질문을 뛰어넘는 답변으로 면접을 이끌어야 한다는 뜻이다. 면접 위원이 답변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경우가 있다. 지원자는 상대방이 자기 말을 들어주는 것으로 생각해서 면접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여길 수 있다. 과연 그럴까? 면접 위원이 지원자의 말을 끊지 않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면, 다음의 네 가지의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 음, 의미 없는 말은 이제 그만해도 됩니다.

    - 무슨 의미로 얘기하는 건지, 난 잘 모르겠네.

    - 기회를 주는데도 눈치를 못 채고 있군.

    - 다른 지원자도 그렇게 말하더군.


만약 위에서 제시한 네 가지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단지 지원자의 말을 듣고 있다는 조건반사일 수도 있다. 면접 위원은 질문에 구체적이면서 간략하고 명료하게 추가로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설득력이 있는 답변을 좋아한다. 구체성이 떨어지면, 추가 질문하기도 쉽지 않고, 면접 자체가 지루해지기 때문이다.


연습만이 살 길이다


기업에서 10분 드라마를 찍는다는 생각으로 면접을 준비하자.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정리하지 말고 상대방이 무엇에 관심이 있을지 전략을 세워서 소재를 정리해야 한다. 신입사원으로서 팀 첫 미팅에서 어떠한 소재로 자기 PR을 할지 전략 없이 가면 결과는 백전백패다. 군인들은 작전을 실행하기 전에 모의 훈련과 도상 연습을 통해 만반의 준비를 다 한 후에 전투에 임한다. 스포츠 선수들이 연습에 몰두하는 이유는 연습한 만큼만 실전에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 시절처럼 벼락치기,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려는 생각이라면 합격의 문은 꿈쩍하지도 않는다. 면접 위원은 항상 다음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 그래서 지원자가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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