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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200자 생각

1200자 생각(20250401) - 재능 기부

재능기부 봉사 공짜 대가 자기계발 멘토 코칭 이기심 이타심

by 브레인튜너

자발적인 재능 기부는 괜찮다.




재능 기부는 유쾌할 때도 있지만 불쾌할 때도 있다. 20여 년 넘게 재능 기부 활동을 해왔다. 20대부터 40대까지 이상을 추구하며 살았다. 세상을 바꾸려는 대의大義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내가 받은 것을 나누는 것이 도리라 여겨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행동이었다. 자기 계발의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값진 경험이었다.


지금은 재능 기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문득 부질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젊을 때는 누가 뭐라 해도 개의치 않고 직진하는 성향이었다. 퇴직 후 세월이 흐르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아니면 체내 여성 호르몬이 남성 호르몬을 압도하게 되어 그런 것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요즘은 사소한 일로도 마음이 상하면 예전과 달리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 반응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무언가 대가를 바라고 했던 일들이 아니었기에 후회는 없다. 그런데 어느 날 SNS에서 접한 영화 속 대사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인간 본성의 핵심을 꿰뚫는 명언처럼 다가왔다. 마치 고전에서 발견한 성현의 지혜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인간은 이 지구상 어떤 생명체보다 이기적이면서도 망각에 익숙한 존재다.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는 옛말이 있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 반대로 살아가는지 단면을 보여주는 말이다. 첨단 과학기술이 끊임없이 진보하는 21세기인데도 인류의 지성과 양심은 오히려 퇴보하는 듯하다. 이상과 신념을 지키려는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후세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지 못했다는 부채감이 없잖아 있다. 청년 실업 문제를 비롯해서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기보다,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깊어지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받는 이로서는 부족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와 도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대조차 잘못된 것인지 의문이 들게 하는 불쾌한 경험들이 쌓이면서, 그 영화 속 대사가 냉혹한 진리처럼 다가왔다.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재능 기부를 통해 얻은 것이 더 많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 지식과 경험이 타인의 인생에 작은 변수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모든 이가 감사를 표현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하는 이들의 따뜻한 눈빛이나 말 한마디가 모든 수고를 잊게 해주었다.


자발적인 재능 기부만이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강요나 부담에서 벗어나 순수한 나눔의 정신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모든 사람이 호의를 권리로 착각하는 것은 아니며, 그런 일부 사례에 지나치게 마음을 빼앗길 필요도 없다. 자신의 여건 안에서, 마음이 즐거울 때 스스로 선택하는 봉사야말로 지속 가능한 재능 기부의 올바른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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