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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Feb 06. 2022

[취업27] 직무 경험이 중요한가요

대기업에 가기 위해 중소기업에서 직무를 경험하는 건 어떤가요

취업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진다. 대기업을 목표로 꾸준히 지원하지만 4번, 5번 연속으로 떨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4학년 1학기 때 '채용 전환형 인턴십'에 합격하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한 번 만에 회사에 들어가는 친구들도 있는데 왜 나는 안 될까 하는 생각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의욕을 잃기도 한다. 어떤 사유로 불합격했는지  모르면서 지금까지 해온 방식대로 취업 준비를 다시 시작한다. 어떻게 하면 대기업에 갈 수 있을까 궁리하다 보니 중견 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현업 경력이라도 해보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도 한다. 그렇다면 현업 경험이 대기업에 입사하는 데 필요한 조건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JS 양은 반도체 관련 대기업 위주로 취업을 준비하였다. 하지만 계획대로 잘 진행되지 않아 이차전지를 생산하는 회사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원래 계획은 반도체 기업이었는데 경제적인 이유와 경험이라도 쌓는 게 도움이 될까 싶어 계약직으로 일했다. 목표한 반도체 기업과 같은 그룹 계열사이니 일이라도 제대로 배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입사했다고 했다. 한편 반도체 기업 입사에는 계속 실패하여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서 중견 외국계 기업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반도체와는 조금도 관련이 없는 기계 제조 업체였다. 이렇게 약 3년 동안 두 개의 회사에서 직무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3년 동안 한 경험이 지원하려는 종합 반도체 기업의 희망 직무와 연관성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해 소재 정리를 하는데 두 기업의 경험으로 직무에 적합하다고 기술할만한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 무슨 직무에 지원하려고 하지요?

    - 설비 엔지니어 직무입니다.

    - 현직 경험이 있네. 어떤 일을 담당했나요?

    - 첫 번째는 품질 직무였고, 지금은 생산관리 직무입니다.

    - 왜 반도체 관련 기업으로 가지 않았나요?

    - 일단 돈을 벌어야 했고, 회사 경험이 도움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는 타당하게 들리지만, 3년 동안 희망 직무와 연관이 없는 업무 수행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  처리' 능력을 강조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반도체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3년 동안 다른 분야의 일을 했다는 건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럴 때는 3년을 반도체 기업에 들어오기 위해 경력을 쌓았다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 생각을 다르게 해야 3년의 경험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방어적인 자세로 설명하지 말고 긍정적인 해석으로 설명해야 한다. 오히려 기업에서는 경험과 관련된 이차전지 기업이나 기계 설비 기업으로 지원하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JS 양에게 다음과 같이 계속 질문했다.


    - 지금 재직하고 있는 회사는 정규직인데 왜 계속 다녀도 되지 않나요?

    - 연봉이나 복지는 만족스러운데 반도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겠습니다.

    - 그럼 지원하는 회사는 어떤 내용으로 설득할 수 있을까요?

    -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타당한 지원 동기가 안 나와요.


기업은 지원자에게 현직 경험이 있으면 이 부분에 집중하게 된다. 입사 전형과 가장 가까운 시점에서 일어난 일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현직 생활에서 업무 성과를 낸 후보자인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왜 잘 다니던 회사를 나와 이직하려는지 동기 또한 알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직무 연관성이 떨어지는 점을 방어하기보다는 지원 기업에 입사하겠다는 동기 부분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물론 지난 3년 동안 수행한 직무가 반도체 관련이라면 직무 적합성으로 설득할 수 있다. JS 양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동기가 훨씬 중요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다음의 6가지 지침을 제시하면서 지원 동기를 정리하라고 했다.


    1. 상대방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궁리하라

    2. 과거의 경력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라

    3. 지난 회사에 대한 고마움을 반드시 표시하라

    4. 최선을 다하여 살아온 것을 강조하라

    5.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태도를 강조하라

    6. 커리어 측면에서 지원하는 회사를 신뢰할 수 있다고 표현하라


대기업 신입 사원 채용 시즌이 마감되면 입사에 실패한 지원자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곤 한다. 다음에 도전할 때 도움이 될까 하는 바람으로 물어보는 말이다.     


    - 선생님, 인턴 경험을 쌓아야 할까요?

    - 직무 교육 과정을 들으면 도움이 될까요?     


인턴십을 하려는 목적을 물어보면, 인터넷에서 인턴 경험이 필수라는 얘기를 보았고, 취업 관련 상담을 받으면서 인턴 경험이 없어서 떨어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미안하지만 인턴 경험과 합격 여부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 인턴십은 필수 조건도 아니다. 졸업 예정자이면서 합격한 지원자 중에는 인턴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다. 소위 스펙이라 것 때문에 취업 준비생이 불필요한 활동에 집중하기도 한다. 주로 대외 활동으로 구분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동아리 활동

    2. 공모전

    3. 학과 프로젝트

    4. 학부 연구생

    5. 교환학생/어학연수

    6. 아르바이트/계약직/현직 경험

    7. 인턴십


그런데 위의 내용을 필수로 요구하는 기업은 없다. 다만 지원자가 자기소개서에서 자기를 알리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소재일 뿐이다. 이걸 스펙으로 오해해서 마치 꼭 필요한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여기 있는 소재로 지원자를 뽑을지 뽑지 않을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단지 소재를 전달하는 지원자의 의사소통 역량과 태도를 통해 조직 생활에 필요한 수용성, 적응 능력, 학습 능력이 있어서 기업에서 인재로 투자할만한 자원인지 판단한다. 인턴십을 통해 직무나 기업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내용은 많다. 인턴십은 재학 중에 기회가 된다면 해볼 만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졸업했거나 졸업 유예를 한 상태에서 취업을 위해 인턴십에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인턴십을 하기보다는 독서를 통해서 자신을 더 되돌아보는 게 나을 수가 있다. 불합격하게 된 이유는 경험을 설명하는 소재가 빈곤하기보다는 지원자의 태도일 가능성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직무 관련 교육은 약간 관점이 다르다. 주로 엔지니어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대부분인데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현직 엔지니어 출신들이 이론을 지도하면서 현장 실습이 포함된 교육이면 추천할만하다. 현업과 스케일이나 장비의 수준 차이가 크게 나겠지만, 원리를 이해하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실습을 한다는 의미에서 지원자의 열정과 하고자 하는 의지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유의해야 할 점은 학교에서와같이 암기하고 정답만을 찾는 수동적인 자세로 임하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이 보는 수준은 지식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응용 능력을 보기 때문이다. 

 

JS 양이 채용 담당자를 설득하기 위해 수정한 논리는 다음과 같다.


"저는 반도체 칩 생산성 향상과 수율 안정화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비기술 직무에 지원하였습니다. 지난 3년간 품질과 생산 엔지니어 직무를 수행하면서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하는 방법과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확보했습니다. 일 처리하는 능력을 인정받아 자신감이 생기면서 졸업 당시 목표로 하였던 반도체 엔지니어에 다시 한번 도전하여 저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설비기술 엔지니어를 목표로 지난 1년 동안 주말에 반도체 8대 공정을 공부하고 반도체 관련 서적을 탐독하면서 직무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했습니다. 또한, 설비 자동화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통계적 공정관리 전문가’ 자격을 취득하여 데이터를 분석하는 역량을 확보하였습니다. 현직 생활을 하면서 ‘하면 된다’는 걸 몸소 체험했고, 도전하면 성취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이번 신입 사원 전형에 지원하였습니다. 제 인생의 황금기인 30대와 40대를 삼성전자에서 엔지니어로서 역량을 발휘하겠습니다. 설비의 자동화 시스템과 최적화된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하는 전문가로서 메모리사업부의 발전에 이바지하겠습니다."


지난 시간에 내한 내용은 변명이나 핑계를 댈 필요는 없다. 자기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었는지 해석하면 된다. 단지 돈이 필요해서 3년을 보냈다고 인식하면 별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없다. 하지만 업무 역량 측면으로 해석하면 쓸 내용이 적지 않게 나올 수 있다.      


스펙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도움이 안 되는 솔루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지원자 자신을 더 돌아보기를 바란다. 더 이상의 대외 활동이나 자격증을 취득하는 노력보다는 자기 분석을 더 강화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기업의 채용담당자는 지원자의 겉보다는 속을 보고 판단하려고 한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이유와 면접을 보는 근본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본질에서 벗어나면 전략이 빗나갈 수 있다. 스펙이 전부였다면 서류 전형으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어느 기업도 서류 전형만으로 신입 사원을 뽑지는 않는다. 반드시 얼굴을 보고 얘기를 들어보고 결정한다. 그 의미를 더욱 곱씹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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