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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Apr 22. 2022

책 외판원

책, 독서, 외판원, 문학전집, 영어교재, 교양, 인문학, 책 읽기

70년대, 80년대에는 도서 외판원이 많이 다녔다.




집집마다 외판원이 많이 다녔던 시절이 있다. 국민학생 시절이던 70년대, 고등학교를 다닌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가가호호 다니면서 책을 판매하던 외판원이 많았다. 기억에 도서 외판원에게 어머니는 단골 고객이었다.


어머니는 내가 그렇게 사달라는 피아노는 안 사주었다. 음악이 좋아서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풍금조차도 구입하지 않았다. 그런데 책은 사달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외판원만 왔다 가면 책을 왕창 샀다. 그 시절은 전집으로 책을 판매하던 시대다.


서적 외판원 아저씨 덕분에 나는 책과 친하게 지냈다. 계몽사 컬러학습대백과사전 8권, 금성출판사 한국 위인전집 12권, 세계 위인전집 12권, 계몽사 어린이 문학전집 50권, 금성출판사 중학생 학습백과 12권, 계몽사 청소년 문학전집 50권인가 100권, 동서문화사 세계문학전집(세로 조판) 등 내 가치관, 세계관과 교양을 키워준 책들이다.


할아버지는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직을 한 교육자였다. 어릴 때 시골에서 집에 들르면 백과사전을 펴고 그 안에 있는 내용을 수첩에 필기하던 모습이 지금도 떠오른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지식을 탐구하는 모습은 잊히지 않는다. 내가 살아 숨 쉬는 동안에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몇몇 이벤트 중 하나다.




대학에 입학해서는 없는 돈에 레마르크의 전집을 샀다. 대학생이면 읽어야 한다는 나름 의무감에다가 우쭐거리고 싶어서 질렀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읽는데 재미가 없었다. 그때는 어려웠다. 지금 생각해보니, 중역하면서 불가피했던 매끄럽지 못한 질 낮은 번역 때문이라고 탓하고 싶다.


요즘은 출판사들이 고전 번역 수준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가 보다. 고전 번역서를 고를 때의 기준은 간단하다. 이미 책을 읽은 사람들의 서평을 참고하고, 특히 번역에 대한 코멘트를 참고한다. 영어나 일본어 번역서의 경우에는 대학교수의 번역보다는 전문 번역가의 번역본을 참고한다. 다만 다른 언어(독일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폴란드어 등)의 경우는 대학교수가 번역한 것이 대부분이라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하면 번역작가가 번역한 게 가독성이 좋다고 생각한다.




레마르크에게 빚진 마음을 갚아볼까 한다. 이참에 그때 완결하지 못한 책을 읽고 시간을 내서 영화도 볼까 한다. 조만간.


나를 책의 세계로 인도해준 서적 외판원 아저씨들에게, 어머니에게 감사를 드린다.


-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열린책들 刊 -
-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영화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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