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은 신입 사원 채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서류 전형과 직무적성 검사에 합격했다면 서류상 삼성맨으로서 자격과 자질이 충분한 예비 신입사원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창의성 면접, 직무 면접, 인성 면접(계열사 중 창의성 면접을 생략하는 경우도 있음)의 진실의 순간을 통과해야 비로소 삼성 신입사원이 될 수 있다.
면접은 영어로 interview라고 한다. Webster 사전은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formal consultation usually to evaluate qualifications (as of a prospective student or employee'
우리말로 풀이하면 학생이나 직원을 선발하기 위해 자격을 판단하는 공식적인 상담이라고 할 수 있다. 면접의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해석이다. 주로 지식, 경험, 역량(knowledge, experience, competency)을 본다는 의미가 강하다. 반면에 한자로는 面接으로 표기한다. '낯 면'자와 '이을 접'자로 이루어져 서로 대면하여 만난다는 뜻이 있다. 주로 인품이나 언행을 보고 판단하려는 의도가 있다. 영어나 한자로 표현했다고 해서 둘의 의미가 다르지는 않다. 면접을 포괄적인 표현으로 바꾸면 '대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면접은 면접 위원과 지원자 간의 대화이다. 상호 간 대화의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어떻게 쌍방을 만족시킬지 전략을 짤 수 있다. 기업은 인재채용 전략의 큰 틀에서 신입사원 후보자를 선발한다. 예를 들어 UFC 격투기 선수는 경기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 자신과 상대방을 사전에 분석하여 링에서 싸운다. 전략과 실행의 결과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결정된다. 마찬가지로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취업에서도 전략은 동일한 역할을 한다. 전략이 있어도 면접에서 합격하기 어려운 시대다. 기업의 HR 전략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 채용이다. 채용자의 관점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생각하는 점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공략하면 합격 가능성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그룹은 그 어느 기업보다도 면접을 중요시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면을 기피하던 시절에도 반드시 각 계열사 사업장으로 면접 대상자를 집합하여 면접을 치렀다. 물론 면접 위원과 지원자를 각각 다른 방에 배치하여 화상으로 면접하는 방식으로 했고, 완화된 시점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대면 면접을 하기도 했다. 어떤 계열사는 면접 위원이 마스크를 쓰고 지원자는 마스크를 벗고 보기도 했다. 그만큼 현장에서 얼굴을 맞대고 보는 대면 면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진행한 이유는 TPO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때(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의 지배를 받는다. 기업의 입장에서 지원자를 평가하는데 세 가지의 영향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물론 지원자의 입장에서도 그 기업에 직접 방문하여 면접하는 것이 좋다. 아래의 도표는 TPO를 기업과 지원자의 입장에서 해석한 내용이다.
예전에 삼성 창업주 이병철 선대회장이 신입사원 면접에 무속인을 대동하고 직접 참석했다는 이야기가 한창 돈 적이 있다. 아마도 가십을 좋아하는 호사가가 상상력을 동원해서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본다. 기업 경영의 원칙은 불확실한 미래와 상황을 가능한 한 예측 가능하게 하는 것이지 무속이나 점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먼저 선진 경영 기법을 도입하고, 사람에 대한 신뢰로 기업 철학을 세운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에피소드다.
위의 도표에서 중요한 내용 두 가지를 집중해서 보기를 바란다.
첫째, 지원자는 면접에 가는 목적을 '상대방 설득해서 내 편 만들기'로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Why라는 목적이 나왔기 때문에 그다음에는 무엇인 What을 생각해야 한다. 즉 방법론이다. 무엇을 할지 정했으면 다음에는 반드시 실행을 위해 How, 어떻게를 궁리해야 한다. 이 세 가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편에 올린다. Why-What-How를 지금부터 정리해 보자. A4 용지에 생각나는 대로 머릿속에 있는 모든 내용을 무조건 다 끄집어 내자. 그중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것은 과감하게 삭제하고, 필요한 내용, 즉 핵심만 남겨두자.
둘째, 기업은 면접을 진행하면서 지원자 중에 '동질감을 주는 후보자를 자기의 팀원으로 선발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자. 면접 후보자들이 가장 간과하기 쉬운 게 면접은 학교에서 보던 시험과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아마 지금도 많은 후보자들이 삼성 면접에서 나왔던 면접 기출 질문을 구글링 하고 사이트 여기저기에서 질문과 답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불안하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마음의 위안이 될 수 있지만, 실전에서 크게 유용하지 않다.
물론 직무 면접에서 보는 직무적합성 측면에서는 기출문제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문제 풀이와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억할 것은 면접 위원이 동질성을 느끼는 부분은 직무적합성보다는 조직적합성, 즉 인성과 관련된 영역이다. 둘 중 어떤 것이 덜 중요하고, 더 중요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면접 위원이 동질성을 느끼는 부분은 직무보다는 인성 영역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인성 면접에서 임원이 합격을 내리지 않으면 그때까지의 모든 과정과 평가가 좋았다고 해도 지원자는 실패하게 된다.
삼성그룹은 일반적으로 최종 선발 인원의 3 배수 면접을 실시한다. 10명이 면접을 보면 3명 정도 뽑는다. 후보자 중 면접 과정에서 우수하다고 판정하면 순서대로 3명만 뽑기보다는 인원을 늘려 4명, 5명이 뽑힐 수도 있다. 삼성은 인재를 대하는 철학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적절한 후보자가 2명밖에 없는데 부족한 1명을 추가해서 뽑지는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면접 위원은 동질성이 있는 후보자를 뽑기 위해 상대 평가보다는 절대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지원자의 입장에서 면접의 목적을 잘 파악하면 면접에서 이길 확률은 높아진다. 다음 글은 창의성 면접, 직무 면접, 인성 면접에 대한 내용으로 포스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