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슬 김민기 유신독재 민주주의 주권재민 한국교회 종교적부패
불현듯 김민기 선생의 '아침이슬'이 입에서 맴돈다.
1985년 12월, 대학 1학년 겨울 방학 때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집안 어른들과 사촌 형님 등이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정치 관련 이야기도 나왔다. 증조부는 동학 혁명 운동을 했다는데 자손들은 보수 성향이었다. 증조부가 예수를 믿기 시작하면서 집안은 기독교 집안이 되었다. 교사, 군인, 경찰 등 나랏일과 관련된 출신이 대부분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현직 교사였던 사촌 형만 전두환 군부 독재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는 이런저런 책을 읽으면서 알고 있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하나둘씩 알아가기 시작할 때였다. 가치관에 혼돈을 느낄 만큼 책 읽는 게 두렵기도 했던 시절이다.
1980년대 한국교회는 일부 몇몇 교계 지도자 외에 한국의 민주화나 정의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세기말적 불안한 심리 탓이었는지 공공의 선을 위한 대의명분보다는 '나'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자연스레 교세를 확장했다. '예수 믿고 만사형통하라'는 메시지가 온 나라 교회를 지배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였다. 종교적 열심만 알아서 그랬는지, 믿음은 강조하면서 사유思惟하는 법은 가르치지 않았다.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 유지가 목회의 방침이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설교 시간에 베풀어지는(?) 예화나 우화는 출처와 진위眞僞가 불분명한 미국발 내용이었으니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채는 데는 효과적이었다.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대단하지도 않은 얘기가 슬그머니 주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네덜란드의 어떤 신학자가 다음과 같은 말로 한국의 기독교를 비판했다고도 한다.
"한국교회 교인은 세 가지밖에 모른다. 하나님, 자기 자신, 돈이다."
개혁주의를 따르는 신학자나 목사들이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한 치의 틀림이 없는 명언이다. 사안의 시비를 가리기보다는 교회의 이익과 상반되는 일에는 처절할 정도로 게거품을 문다. 시대의 부름에는 침묵하거나, 고상한 척 중립을 표방하거나, 반동反動한다. 자칭 예수의 제자들이 지킬 기득권이 뭐가 그리 많다고...
다행스럽게도 구조화된 거대 악을 거부하면서 힘든 길을 선택하는 예수의 제자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는 모습은 희망적이다.
젊은 시절 세상 돌아가는 일이 답답할 때 부르던 노래가 몇 개 있다. 김민기 선생이 지은 아침이슬이 그중 하나다. 시대 정신을 실천했던 수많은 선구자들의 마음이 이 노래와 같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