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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Sep 14. 2021

[취업05] 화학과는 삼성전자 반도체에 못 들어가나요

산업, 기업 정보 분석

화학공학 전공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 못 들어가나요?     

화학과나 화학공학과 등 화학 계열 전공자는 주로 정유사와 석유화학 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이 많다. 정유기업은 SK이노베이션(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GS칼텍스, S-OIL, 오일뱅크 등 4개 사가 있다. 석유화학기업은 LG화학, 롯데케미칼, SK이노베이션(SK종합화학), 한화케미칼, 대한유화, 여천NCC 등 NCC(나프타분해 공장)를 운영하는 6개 회사가 대표적이다. 그 외 재료, 소재, 가스를 제조하는 케미칼 기업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화학 기업들은 대체로 울산, 여수, 대산에 위치한 석유화학단지에 모여있다.      

    정유나 석유화학 같은 케미칼 기업은 장치산업으로 대체로 단위공정보다는 연속공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치산업의 특징은 중앙 관제 시스템으로 모든 공정을 관리하기 때문에 소수의 전문 엔지니어로 운영되고 있다. 설비 규모는 크지만,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교육통계시스템에서 제공하는 2020년 상반기 학과별 졸업생 통계에서 화학공학과는 5,089명, 화학과는 2,901명으로 집계됐다. 타 계열에 비해 적지 않은 인원이다. 케미칼 기업은 1년에 많아야 두 자릿수로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이 외의 화학 계열 대기업과 중견 기업에서 신입으로 채용하는 인원을 다 합친다고 해도 선발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화학 계열 전공자가 전공과 관련한 케미칼 기업으로 진출할 기회가 많지 않은 이유다. 그러다 보니 채용 규모가 큰 반도체 기업을 목표로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공수업에 반도체 관련 강의가 없어서인지 실제로 지원에 엄두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게다가 화학과나 화학공학과 진로와 관련된 정보 중에 해당 전공이 반도체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케미칼 산업(정유·석유화학) 강의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 화학과인데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 갈 수 있나요?

             - 화공과 전공입니다. SK하이닉스에 어떤 직무로 지원해야 하나요?

             -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반도체 기업에 갈 수 있나요?     


    그동안 만난 취업준비생은 여러 유형으로 3, 4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이미 졸업해서 몇 번씩 실패한 취업준비생, 타 기업에서 재직 중이거나 그만두고 다시 시작하려는 경력자 등이다. 위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답변하였다.

     

            - 그럼, 화학 전공자 많이 뽑아.

              - SK하이닉스에서 화공과가 지원할 수 있는 직무는 공정 엔지니어, 패키징, 영업마케팅, 구매,

             유틸리티 등이 있지.

           - 반도체 기업에 지원하려면 반도체 산업을 전반적으로 먼저 이해해야 해. 그리고 지원 기업과

             직무에 관해 연구해야 하고, 특히 반도체 8대 공정에 대해서는 빠짐없이 학습하는 게 좋아.     


산업과 기업에 대해 분석을 해야 진로가 보인다


    기업은 채용공고를 낼 때 직무설명서(JD: Job Description)를 함께 공개한다. 설명의 수준은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각 직무 내용을 보고 선택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최근 기업은 기술, 재료, 장비가 지속해서 발전하고 고도화가 가속화되면서 직무를 세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경우 이전에는 공정 엔지니어 하나로 뽑았지만, 지금은 공정설계와 공정기술로 나누어서 선발한다. 요즘은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직무를 추가하기도 하였다.      

    흔히 반도체 회사에는 전자공학, 전기공학 계열만 지원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제조기업은 생산 설비가 필수다. 설비를 가동하고 유지, 보수하는 엔지니어는 주로 기계공학 계열이 담당한다. 공정별 설비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각종 케미칼과 가스가 필요한데 이는 주로 화공계열 전공 엔지니어가 담당한다. 장비를 가동하는 로직과 컨트롤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는 주로 전기‧전자공학 계열이다. 이렇듯 기업은 각각의 역할에 맞는 전공자를 선발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그러므로 전공별로 지원할 수 있는 분야와 JD를 사전에 파악하여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해당 기업의 채용 관련 홈페이지와 Vlog나 SNS 등을 잘 살펴보면 지원한 직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최근 반도체 공정이 초미세화, 고집적화를 요구하는 추세에 따라 고도화에 대응하는 소자, 재료, 케미칼, 가스, 분석 등 화학 계열 전문인력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산업 중에 화학, 화공계열이 취업할 수 없는 제조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왜냐하면, 어느 산업이든 모든 생산·제조 공정에는 케미칼 제품(석유화학, 가스, 합성수지, 고분자물질, 전자재료, 윤활유 등)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가장 많이 필요한 엔지니어 수요가 화학 계열, 기계 계열, 전기·전기계열이다. 특히 생산 설비와 관련이 있는 장비 엔지니어의 경우 4조3교대 근무를 해야 하므로 24시간 가동되는 반도체 산업의 경우 한 라인에 4배수의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가 매년 수천 명씩 신입사원을 뽑는 이유다.     


정보를 분석하면 기회가 보인다     


    이공계 취업준비생은 대부분 대기업을 1순위 목표로 정한다. 그러다 보니 ASML, AMK 등 몇몇 잘 알려진 외국계 기업을 제외하고 대기업 이외의 기업을 1순위 목표로 지원하는 사례는 적다. 중견 외국계 기업 중에 대기업 수준만큼 연봉과 근무 여건이 좋은 곳도 있다. 그동안 지도한 수강생 중 중견 외국계 기업에서 대기업 수준의 대우를 받는 현직자도 몇 명씩이나 된다. 최근 외국계 기업 취업 관련 포럼에 참석했는데 연봉, 근무환경, 업무 강도 등 월등히 나은 조건에도 취업준비생들의 정보력 부족으로 지원율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보았다.      

    JW 군은 3년 전에 외국계 반도체 기업에 입사했다. 코치를 진행하면서 대기업 여러 군데에 지원하였지만, 최종 면접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대기업 입사가 목표였지만, 나이도 한두 살 많아지다 보니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대기업 협력사인 중견 기업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하지만 연봉이 낮다는 문제가 있었다.      


                - 선생님, Z 사에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 그게 무슨 말이야?

                - 저는 별로 가고 싶지 않은데, 주위에서는 나이도 있고 그러니까 가라고 하네요.

                -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 가고 싶지 않아요.

                 - 안가면 돼지. 잘 찾아보면 좋은 기회는 반드시 있어.      


    JW 군은 결국 Z 사에 입사하지 않았다. 직무는 괜찮았으나 그 외의 조건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 달이 지난 후 전화가 왔다.     


                - 선생님, 저 외국계 E사에 합격했습니다.

                - 그래? 축하해!

                - 연봉 조건은?

                - 지난번 합격했던 Z 사보다 천만 원이 더 많습니다.     


    이전에 연락했을 때 국내 중견 기업보다는 수시 채용을 하는 외국계 업체를 위주로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외국계 기업은 직무 연관성과 지원자의 역량을 고려하여 채용을 결정하기 때문에 직무기술서를 면밀하게 분석하라고 했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서 일할 수 있는 직무를 목표로 세웠고 희망하는 포지션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성공의 핵심은 분별력과 정보 분석력이었다.      

    자신의 목표와 의도한 바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만약 JW 군이 주변의 성화를 이기지 못해 애초에 합격한 회사에 들어갔다면, 지금까지 만족하며 다니고 있을 거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도움을 청하는 일이다. 그것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대상에게 요청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일이다. 잘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궁금한 내용은 해당 기업 인사팀에 연락해서 확인하면 된다. 마음대로 해석해서 기회를 놓치는 결정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다시 6개월이 늦어질 수 있다. 어쩌면 기회를 계속해서 놓칠 수도 있다. 취업은 정보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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