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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Sep 14. 2021

[취업06] 스펙은 충분조건인가요, 필요조건인가요

자기분석

한 대학교에서 취업 관련 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 학교에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한 학기 동안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이었다. 취업전략을 세우는 법, 인사담당자가 선호하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법, 산업 안내와 직무 분석 등 취업에 필요한 내용을 강의했다. 강의 중에 졸업생인 TW 군이 아래와 같은 질문을 했다.      


                - 선생님, 기업에서 출신대학을 봅니까?

                - 그 질문을 왜 하는 거니?

                - 선배들이 삼성 같은 대기업에 입사하는 걸 본 적이 없어서요.

                - 그래? 왜 삼성에 다니는 선배들이 없을까?

                - 그건 기업에서 우리 학교 출신을 안 뽑아서 그런 거 아닌가요?

                - 아니, 그건 선배들이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요즘은 기업이 채용과 관련하여 조금이라도 불공정하거나 불합리하다면, 언제 어디서든 공론화시킬 수 있는 시대이다. 이런 때에 기업은 채용의 공정성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이 소위 스펙 때문에 출신대학을 염두에 두는데, 신경을 쓰지 말라고 못 박아두고 싶다. 지원자나 합격자 프로파일은 대외비이고 기업 내에서도 인비(人秘)로 취급하여 인사팀 담당자 이외의 직원에게는 접근 불가한 정보이다. 외부로 알려진 정확한 내용은 없다. 누군가가 그런 정보를 알고 있다고 말한다면 근거 없는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유추할 수 있는 근거는 합격한 제자들의 프로필인데, 이 기준으로 보면 출신대학을 포함한 스펙을 논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고 결론을 지을 수 있다.     

    대기업은 사회적 여론이나 정부의 요청에 따라 채용 제도를 변경하거나 수정하지 않는다. 기업의 인사팀은 직원의 업무 성과와 관련된 수많은 요소와 인자를 참고하여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채용 시스템을 개정, 보완, 설계한다. 그 결과물이 지금 각 기업이 운영하는 채용 제도이다. 서류전형에서는 문서상의 정보를 기반으로 지원자의 자격과 자질을 분석하고 평가한다. 알맹이가 없는 허명(虛名)보다는 실리를 중시하여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채용담당자는 학교, 학점, 나이보다는 지원자의 도전 정신과 잠재 역량에 더 집중한다     


    지금까지 지도한 취업준비생은 삼성, 현대, SK, LG, 롯데, 한화, POSCO 등 다양한 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외국계 기업과 중견 기업 등에 골고루 재직하고 있다. 이들의 출신대학은 해외까지 포함하여 명문대, 지방대 등 전국구로 다양하다. 학점은 4.0점 이상에서 낮은 학점까지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나이는 요즘 취업이 늦어져서 그런지 20대 후반의 합격자도 많이 나온다. 종종 30대가 있기도 하다. 물론 기업과 직무에 따라 상황이 다를 수도 있지만, 상식선에서 합격자가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몇 년 전 삼성, 현대, SK, LG 등 4대 그룹 인사 담당 임원 4명이 서울의 모 대학교 초청으로 채용과 관련된 학생 간담회를 개최한 일이 있다. 실제 사례를 들면서 각 그룹의 채용 정책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스펙, 학점, 나이가 채용과 연관성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언급한 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지원자의 가치관, 역경 지수, 진솔함, 직무 역량, 인성 등 실제로 조직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정성적인 내용을 더 강조했다.     

    공기업, 공공기관, 공무원은 2017년부터 블라인드 방식으로 채용하고 있다. 출신학교, 전공, 결혼 여부, 출신 지역, 병역 등 채용담당자가 선입견을 형성할 만한 내용은 서류 심사와 면접전형에서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 대기업은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스펙을 중시하는 경향이 완화된 건 사실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실용적으로 많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2015년 하반기부터는 4.5 만점에 3.0점 이상만 지원할 수 있던 학점 제한 기준을 철폐했다. 학점이 2점대라도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인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학점이 저조한 지원자가 최종 면접까지 가거나 최종 합격까지 하는 일도 있다.

    모 대기업 A 사에서 인사팀장을 맡은 Z 임원의 말을 빌리면, 스펙이 좋고 학점이 높은 지원자를 선호하는 건 사실이라고 한다. 하지만 참고 사항으로 활용할 뿐, 스펙 자체만으로 당락의 요건으로 삼지는 않는다고 했다. 또한, 재직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스펙과 학점이 업무수행과 성취도에 미치는 연관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그렇기에 기업으로서는 다양한 지원자 중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요즘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볼 수 있다.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기업 내 가장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한 조직 중의 하나다. 이러한 인사 조직도 시대의 변화는 먼저 받아들인다. 지금은 M 세대가 중견간부로서 실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Z 세대가 신입사원으로 들어오는 시대다. 산업화 시대의 상징인 상명하복, 수직 조직, 연공서열, 학벌 문화 등이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계층 단순화, 성과 위주의 발탁인사, 수평 조직화,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중요시하면서 인사업무의 혁신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분위기 속에서 채용 방식이나 기준도 조금씩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의도적으로 사고방식을 바꾸고 행동으로 옮겨야 합격할 수 있다

     

    본인의 출신학교, 학점, 나이를 고민하는 데 에너지를 사용하지 말기 바란다. 바꿀 수 없는 일과 바꿀 수 있는 일이 있다.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렸다. 그 선택의 결과에 따라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인사팀이 신경 쓰는 분야를 공략해서 승부를 내야 한다. 채용담당자가 관심을 적게 가지는 부분을 미리 걱정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앞에서 질문을 던졌던 TW 군은 그 후로 마인드셋, 생각 정리, 의사소통 역량을 강화하는 지도를 받은 지 1년 만에 삼성전자에 입사하는 데 성공했다. 그에게 가장 큰 적은 다른 경쟁자가 아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TW 군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하여 자존감을 회복하였다. 네 번의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본인이 원하는 분야의 엔지니어가 되었다.      

    TW 군으로부터 취업준비생들에게 전달해달라는 내용이 있었다.      


                “같이 일하는 선배나 동료들이 어느 학교 출신인지 잘 몰라요. 그런 거에

                 관심을 두는 사람도 없어요. 다들 자기 업무를 수행하기 바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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