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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200자 생각

1200자 생각(20250530) - 타락

소명 목사 순교자 한국교회 침묵 변질 타락 양복입은무당 기득권 배교자

by 브레인튜너

어느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목사와 전도자들은 충실하게 소명召命을 실천하며 살아간다. 삶의 현장에서 교인들과 함께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진실하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이 있다. 그 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거룩하고 구별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표면적으로는 세속의 일에는 관심이 없는 듯, 천국과 내세에 관한 담론만이 가치 있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실제로는 현실 이슈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깊이 관여하기도 한다. 특히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사안에서는 마치 순교자라도 될 듯이 게거품을 뿜어대면서, '신은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라는 궤변으로 교인들을 미혹한다. 신앙의 본질을 왜곡하는 이중적인 태도이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지킬 수 있다면, 법과 도덕, 공의와 정의는 내팽개치고 종교적 진리를 신념으로 둔갑시켜 교조주의자처럼 행동한다. 이러한 비이성적이고 반지성적 행태는 시대와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설득력이 없는 공허한 수사修辭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자신들의 발언이 신의 뜻이라는 권위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세속적 이익을 추구하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우상 숭배를 경멸하는 듯 설교하지만,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우상 숭배자에게도 한없는 자비와 우정을 베푼다.


재벌 기업의 사옥을 연상케 하는 어느 교회는 세속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 주변의 빌딩들이 초라해 보일 정도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담임 목사는 회장이고, 부목사와 장로들은 계열사 사장과 임원진인가, 하는 공상을 해본다. 장로, 권사, 시무 집사 등 교회 안의 직분은 인기와 경제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염려도 하게 된다. 교인들에게는 배금주의를 경계하라고 가르치면서도, 신의 축복이 재정적 풍요로 나타난다는 번영신학에서 나온 모순되는 메시지를 아직도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지난 6개월 동안 나라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는데도, 5만여 개의 교회만큼 존재하는 목회자들은 매주 일요일 어떤 메시지를 던졌을지 궁금하다. 일제의 신사참배를 적극적으로 계몽했고(?), 독재자를 위해 기도했던 교단의 선배들이 살아있었다면 절대로 실망하지 않았을 거다. 아합과 이세벨보다 더 악독한 우상 숭배자에게 안수기도하고, 조찬 기도회 같은 데서 온갖 아부를 떨었을 것 같은데... 역시 청출어람이야, 하며 선배들은 뿌듯하게 여기지 않았을까.


국토방위를 책임지는 충성스러운 젊은 군인들을 시민과 대치시켜 일촉즉발의 상황을 초래하고, 전쟁이 일어날 뻔한 위기에 처했는데도, 이들은 왜 줄곧 침묵으로 일관했을까, 궁금하다. 천상의 일에만 집중한 나머지 세상의 일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법에 어긋난 만행을 직접 보면서도 심정으로 동조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문이다."


한국 교회의 침묵은 공의와 정의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과 배치된다. 거짓과 선동, 불의와 악행에 맞서는 예언자적 목소리가 실종된 현실이 씁쓸하다. 그러면서 무슨 궤변 같은 잡소리는 그리 많은지...


소설 같은 허구에서나 묘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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