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사양 정보 가짜정보 예화 거짓 조작 선동 가스라이팅
세상에는 검증할 것이 많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사양을 검증하는 것처럼 정보 또는 알고 있는 지식도 검증해야 하는 시대이다. 제품 제조에서는 설계 규정이나 제조 방법에 따른 안전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 엄격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만약 이런 검증이 없다면 해로운 음식물, 안전하지 않은 건물, 유해 물질로 만든 생필품을 사용할 위험이 커진다. 상거래에서는 이미 법적 장치를 통해 이런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보 검증의 중요성은 만리장성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때 널리 알려진 '만리장성이 우주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건축물'이라는 정보는 사실이 아니다. 국제 우주정거장이 위치한 고도 400km에서 맨눈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 최초 우주비행사가 눈이 빠지게 관찰했지만, 만리장성은커녕 어떤 구조물도 식별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런 잘못된 정보가 오랫동안 사실처럼 받아들여진 이유는 검증 없이 반복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매일 접하는 정보 중 일정 부분은 사실과 다른 것이 많다. 즉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만연하여 사람들을 오도하는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난다. 특히 언론계는 족벌과 재벌의 지배적 구조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성되어 있다. 1인 미디어 활동이 활발해지고 클릭 수 장사를 하다 보니, 사실 검증보다는 잘 팔리는 자극적인 내용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지속 복제되어 암세포처럼 퍼져 나간다.
마치 유명인들이 대중 연설에서 제시하는 예화나 예시 중에도 사실이 아닌 가공된 이야기들이 적지 않다. 더욱 심각한 것은 유사과학과 사이비의학이 생산하는 허위 정보들이다. 유명한 어느 목사가 특정 카드 한 장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그 극단적인 사례다. 확증편향으로 선호하는 정보만 집중적으로 취하다 보면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능력이 약화한다. 특히 닫힌 공간에서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끼리 자극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그 의견이 증폭되고 강화되는 모양새는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위험에 처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정보화 시대에서 요구되는 것은 신뢰할 만한 정보를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다. 비판적 사고 능력이 있으면 자연스레 정보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능력도 확보할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을 게을리하면 그 사람의 지적 수준이 높고 낮음과 관계없이 타력에 의해 '계몽' 당한다. 즉 가스라이팅하는 악한들의 밥이 되기를 스스로 자처하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