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벌 천견 천주 천형 꾸짖음 단두대 기요틴
천벌天罰은 하늘이 내리는 큰 벌이다.
비슷한 말로 '버력'이 있다. 국어사전은 민속에서 쓰는 말로 '하늘이나 신령이 사람의 죄악을 징계하려고 내린다는 벌'로 정의하고 있다. 사람들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하늘의 힘을 빌려서라도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법질서와 집행이 공정하지 않고, 힘없는 사람에게만 추상같이 덤벼드는 법비法匪들이 가해자와 한편이니, 하늘 외에 의지할 데가 없다.
벌은 잘못하거나 죄를 지은 사람에게 주는 고통이다. 21세기 과학 문명이 첨단을 가고 있는 지금도, 공정한 법집행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천벌을 바라는 마음이 굴뚝 같을 거다. 정의가 실현될 때 사람들은 하늘도 무심하지 않다고 표현한다. 간절히 원하는 바가 사필귀정事必歸正이 되니 그나마 마음이 풀어져 하는 말이다.
18년 군사독재로 무단 통치했던 군 출신 대통령은 신임하던 부하의 총에 맞아 죽었다. 광주의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고 정권을 잡은 또 다른 군출신 대통령 둘은 내란죄로 사형선고까지 받았다. 나라의 이익과 무관하게 주변 군흉들에 의해 영입된 기업인 출신 대통령은 사기와 불법으로 감방에 갔다.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던 독재자의 딸이 떠밀려 대통령이 되었지만, TV 드라마만 보다가 탄핵당해 감옥에 갔다. 최근에는 꼭두각시로 영입된 검사 출신은 헌법을 유린하다 결국 파면됐다. 한국 역사상 모든 혼군, 암군, 폭군을 합쳐도 이 사람 하나를 능가할 수 없는 최악의 반란 수괴이다.
이런 사례가 한국의 현대사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역사적 교훈은 여기저기 널려 있다. 정의가 실현된 건 우연이 아니라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법칙이 작용한 결과다. 모든 행위에 상응하는 결과가 따른다는 '업業, Karma'라고나 할까.
현대 사회에서 천벌의 의미는 도덕적 법칙과 사회 정의의 부활이다. 시민의식과 법치주의가 성숙한 사회에서는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 권력자가 그 힘을 남용하다가 임계점에 도달하면, 반드시 대중의 심판을 받게 되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하지만 정의가 실현되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 현실은 참으로 답답하다.
권력을 독점하는 세력은 떡고물을 얻어먹으려는 군흉과 항상 음모를 꾸민다. 상대를 악마화하고, '양비론'을 퍼뜨려 대중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21세기 한국의 대중은 그런 망동에 부화뇌동할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하늘의 뜻을 따르는 자는 살고,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는 옛말이 있다. 천벌은 초자연적 심판이 아니다. 국민의 생각이 바로 하늘의 뜻이다. 역사는 하늘에 순응하지 않는 세력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 정의와 양심의 법칙이 통하는 건, 인내천人乃天 사상이 보편적이고, 우리 사회를 지키는 상식과 합리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P.s. 2014. 4. 16, 하늘의 별이 된 304명을 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