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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200자 생각

1200자 생각(20250423) - 조작과 은폐

거짓 조작 은폐 부정부패 공정한법집행 타락한사법부

by 브레인튜너

덮으면 되지.




드라마 '신병 3' 6편에서 대대장이 중대장에게 던진 한마디이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단면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대사이다. 이 한마디로 문제 해결보다 은폐와 조작을 선택하는 조직 문화의 단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말이 귀에 꽂히는 이유는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은폐의 관행 때문이다.


'군대'라는 조직은 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다. 애국과 충성이라는 숭고한 가치가 있지만, 폐쇄적인 조직 문화 수직적 위계질서라는 부정적 측면이 공존한다. 대한민국에서 군 복무는 청년 남성에게 의무이다. 부사관, 장교, 해병대를 자원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다수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비자발적으로 입대한다. 병역을 기피하면 실정법 위반으로 벌금형이 없는 징역형에 처해진다. 그래서 '군대에 끌려갔다'라는 표현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낯설지 않다.


"덮으면 되지."


문제의 본질과 진실을 외면하고 은폐와 조작을 통해 손쉬운 해결책을 택하겠다는 비윤리적 의사결정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언어이다. 이런 결정을 내리는 지휘관이나 상급자의 심리 상태와 사고방식은 공적 책임과 윤리 의식의 심각한 결여를 의미한다. 군대에서 지휘관과 상급자는 엄연한 공인公人의 신분이다. 국가는 이들에게 계급과 직책에 맞는 권한과 함께 군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부여한다. 공적 책임 의식이 결여 사람들이 사적 이익을 위해 그 권한을 오용하고 남용한다. 투명성과 책임감이 결여된 조직일수록 부패와 비리가 만연할 가능성은 높다.


이 드라마는 군대를 소재로 한 이야기이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을 그대로 과감 없이 투영한다.


"진실과 기름은 물 위에 떠오른다."


스페인 속담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와 같은 의미이다. 아무리 은폐하고 조작해도 결국 진실은 드러난다는 보편적 진리를 나타낸다. 특히 스티브 잡스 형님 덕에 디지털 민주화가 가속화되어 조직적 은폐는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생각한다. 정보의 신속한 확산이 시민 의식을 성장으로 이끌었고, 이로 인해 진실을 감추는 일은 점점 더 힘들어졌다. 공동체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다.


인기 있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교묘하게 위장한 빌런Villain을 처단하는 주인공들은 인기가 많다. 사회적 정의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반감과, 잘못된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길 바라는 대중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다. 이성적으로는 사적 제재私的制裁를 반대하지만, 감정적으로는 100% 이상 동의한다. 지금처럼 법이라는 도구가 도적떼 같은 이들의 손아귀에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힘들고 고된 과정이지만 사필귀정事必歸正을 믿는다. 역사는 준엄하며, 인간사는 허구가 아닌 서사敍事이기 때문이다. 거짓이 만연한 시대일수록 진실을 추구하는 의지와 행동이 더욱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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