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논어 자로 군자 소인 화이부동 군흉 올바름 탐욕
리더십과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화두로 떠오르는 시절이다.
정치·사회적 상황이 요즘처럼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었나 싶다. 불과 몇 달 동안 나라 전체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불교 용어를 빌려 지금의 혼돈 상황을 이른다면 무간지옥無間地獄이다.
이 시점에서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이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고전적 표현을 넘어 리더십과 가치관을 다시 세워야 하는 중요한 화두이다. 논어 13편 자로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子曰,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지만 부화뇌동하지는 않고, 소인은 부화뇌동하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공자, 논어, 김원중, 글항아리, 2012, 247쪽)
각주에 해석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군자는 남을 자기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남과 조화를 이루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므로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인은 이익을 좇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익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행동하지만 남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공명정대한 명분이나 사리 판단보다는 이해관계에 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위의 책, 247쪽)
높은 지위와 권력을 가진 이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소인의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군자처럼 보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뻔뻔함과 염치가 없는 모습 그대로이다. 직책과 특권은 열망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인격과 도덕성을 갖추려는 노력은 아예 도외시한다. 권력, 돈, 카르텔이 작동하여 나를 지켜주는데 왜 눈치를 봐야 하는 식이다. 군흉群凶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겉으로는 권위를 내세우면서 내면은 사적 이익과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공동체를 위협하는 흉기凶器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리더십은 권위나 지위가 아닌 도덕적 가치와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된다.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이 말한 "The buck stops here."는 책임을 지겠다고 입으로만 떵떵거리는 사람이 인용할 말은 아니다. 어떠한 의사 결정에도 최선을 다하는, 말과 행실이 일치하는 인격을 갖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구성원과 공적인 조직을 위해 깊은 고뇌를 하는 사람만이 그리할 수 있다.
지금 한국에는 자기 이익에 반하는 일이라면 정의롭고 옳은 일은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사적 이익과 기득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면 불법과 비리도 서슴지 않는 지도층이 적지 않다. 이게 우리의 비극이다. 이러한 행태는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도덕적 결함은 사회적 불신과 분열을 초래한다. 오늘 아침에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인물은 지위와 권력만 좇는 소인이 아니다. 원칙과 공존을 함께 추구하는 진정한 군자이다. 의로움을 근본으로 삼는 군자가 필요하다.